질병청 ‘아토피·천식 안심학교’ 공모전, 아이들의 숨통을 틔우다
“엄마, 학교에서도 이제 약 챙겨줘도 되지?”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민지(가명)네 아침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매일 출근길처럼 반복되는 약봉투와 흡입기 점검, 학교에 먼저 전화하기. 지난 봄부터는 이 과정에 웃음이 섞인다. 아토피와 천식으로 4년째 고생하는 민지에게 교실은 무섭기만 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내 편’이 생겼다. 바로 ‘아토피·천식 안심학교’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추진하고 처음으로 우수사례 공모전까지 여는 그 프로젝트다.
한국의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유병률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통계청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소아·청소년 중 약 12%가 아토피피부염, 7%가 천식 증상을 겪는다. 문제는 증상 자체보다 ‘학교’라는 두 번째 집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차별이나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느냐다. 이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해법이 바로 이번 공모전의 출발점이다.
안심학교 사업은 교사·학생·학부모 모두의 참여를 핵심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서울 목동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학생들 스스로 “또래 조기 발견 모임”을 만들었고, 저학년 학급에서 알레르기 기도지도를 그려보는 활동이 시행됐다. 일부 학교는 예비 교직원까지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다. 현장 인터뷰를 종합하면, 교사들의 근무 부담을 줄일 독립적 ‘건강 코디’ 지원 요청도 비중 있게 들렸다. 돌봄전담사(방과후 교사)와 보건교사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경우, 부모의 안심지수는 확연히 올라갔다고 한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마을 돌봄 네트워크’와 연계해 의료기관·학교·보호자 간 연락망을 구축한 곳도 눈에 띄었다. 인천 송림초 김선영 교사는 “아이 얼굴이 붉어지거나 기침발작이 오면 바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학급별 비상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이 학교마다 다양하게 시도되는 한편, 공모전을 통해 우수사례가 전국적으로 공유될 전망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등 전문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우려와 조언을 내놓았다. 첫째, 교내 위기 대처 능력 격차. 모든 학교가 동일한 역량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둘째, “질병 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극복 필요성. 셋째, 간헐적 건강관리로 절대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 지적이 상당수 나왔다. 실제로 경기도 모 중학교에서는 아토피 학생의 개인 위생관리를 둘러싼 사소한 말 한마디가 집단 따돌림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쟤 때문에 급식 메뉴가 바뀌었다”는 불평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은, 교육과 돌봄 시스템이 세심하게 관여해야만 비로소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처럼, 아이 한 명의 일상이 바뀌는 것이 결국 사회적 의미로 확장된다. 안심학교의 본질은 ‘치료’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배려’에 있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올해 처음으로 우수사례 공모전을 열어, 실질적이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전국적으로 전파하기로 했다. 접수된 사례들은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직접 기획한 ‘공감 프로그램’과, 현장 중심의 위기 대응 매뉴얼이 골고루 포함될 전망이다.
아토피와 천식은 단순한 신체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심리적, 정서적 고통으로 확장된다. 어린이의 ‘약 봉투’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알약이나 연고가 아니라, 낙인·차별·두려움 같은 무게다. 매년 5만 명 넘는 소아환자가 학기 중 앰뷸런스 또는 보호자 차량으로 긴급 이송을 경험한다는 통계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됨을 시사한다.
교육 복지의 사각지대에 선 아동들이 “숨 쉴 권리”만큼은 지켜질 수 있도록, 이제 학교와 사회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이미 전국 500개교 이상이 참여한 안심학교 사업의 파급 효과가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업의 지속성과 균형 발전, 학교 간 정보격차 최소화라는 다음 단계 숙제도 남아 있다. 질병청의 이번 공모전이 실질적 변화의 계기가 되려면, 우수사례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꾸준한 홍보, 그리고 학교 현장의 ‘따뜻한 연결고리’ 확장이 필요하다.
학생 각각의 눈높이에서 ‘내 곁의 건강권’이란 무엇인지 묻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돌봄 공동체의 진짜 의미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사회가 아이들을 위해 공존의 공간을 만들어줄 때, 비로소 모든 아동이 자기답게 숨 쉴 수 있다. 학교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마다 그런 “안심공간”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