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만난 기안84와 빠니보틀, 낯익음 속 변화의 메시지
인천공항의 밝은 아침, 사람들은 여행의 설렘보다 한층 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한다. 바로 만화가 기안84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다. 그들이 여행 예능 ‘여행의 맛’ 촬영차 찾은 것이 아니라 관세청 해외여행 성실신고 캠페인 모델이 되어 펼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공항은 한순간 특별한 무대로 변한다.
기안84와 빠니보틀,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여행자로 익숙한 두 사람의 등장은 이번 관세청 캠페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들은 공항 곳곳에 세워진 디지털 광고 속에서, 혹은 안내 영상을 통해 자신만의 소탈한 언어로 해외여행 물품 자진신고의 중요성을 알린다. 팬들은 “요즘 누가 세관 신고 신경 쓰냐”라며 웃기도 하지만, 이 캠페인은 단순 홍보를 넘어서 ‘정직한 여행자’라는 밋밋할 수 있는 메시지만큼은 색다른 연출로 풀어낸다.
실제로 최근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해외직구, 면세 한도 초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길이 다시 활기를 찾은 지난 2년간, 건축가도 아닌 보통인들이 재빠르게 액상담배, 명품 가방, 고가 전자제품 등 예상치 못한 품목으로 신고 대상을 넘나드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는 사례도 적잖다. 2025년 기준, 관세청은 1만 건에 가까운 미신고 적발 건수를 발표했는데 이는 여전히 많은 여행자들에게 “신고가 번거롭다”는 인식이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관세청은 캠페인에 왜 기안84와 빠니보틀을 택했을까? 두 사람 모두 여행자들의 현실적 고민―가벼운 걱정, 때론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재미있게 풀어내는 대표 캐릭터다. 특히 빠니보틀은 공항에서 짐 풀며 얻은 소소한 소감,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규정에 ‘멍’ 해진 표정으로 궁금증을 쌓아 올린다. 기안84가 보여주는 ‘뭐든 별 일 아냐’라는 태도는 관세 신고 문턱을 낮춘다. 두 사람은 짧은 영상과 SNS를 통해 여행자의 눈높이에서 신고 절차의 간소화, 그리고 솔직함이 만들어내는 긍정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전파한다.
주변을 돌아본다. 일본이나 독일, 캐나다 등 여행자 입국이 많은 국가를 보면 자국민을 향한 강한 신뢰와 동시에 엄격한 신고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공항은 아직 ‘면세 한도=나만의 규칙’처럼 느끼는 여행자가 많다. 특히 최근 MZ세대의 적극적인 해외 경험과 생활 밀착 유튜버의 등장 이후, ‘재테크’ ‘똑똑한 면세 활용’이라는 말이 일상적인 대화 소재가 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공항 귀국장 한 켠, 수많은 여행 가방이 오가는 가운데 이번 캠페인이 남기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거창한 구호나 규율 대신,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유명 인플루언서의 살가운 조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한 친근한 실수담이 오히려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일상은 때때로 재치와 경험이 섞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이고, 성실신고라는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마침표 대신 작은 뿌듯함으로 남는다.
혹자는 “이런 캠페인이 실제로 변화로 이어질까”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여행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의 기록이 ‘구멍’처럼 쉽게 사라지는 시대에, 누군가의 작은 솔직함이 나와 당신을 조금 더 쿨한 여행자로 만들지 않을까. 기안84의 특유의 무심함과 빠니보틀의 유쾌한 망설임은, 공항이라는 경계에서 우리가 함께 배워가는 여행 예절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아직도 세관 신고는 부담스럽다”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바람이 솔솔 부는 출국장, 우리 삶의 소소한 변화를 촉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임을 느낀다.
디지털 광고 스크린 안팎으로 오간 출입국장의 공기처럼, 이 캠페인은 무심하게 그리고 나직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성실한 여행자인가’라는 물음이 마냥 딱딱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작은 주머니 속 각자의 이야기, 모두의 여정 한 가운데서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