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에 뿌려진 색깔, 건강을 배우다

매일의 식사에서 우리는 무심코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의 색에 눈길을 주곤 한다. 하지만 그 다양한 색상이 만들어내는 건강한 기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바쁜 일상과 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즉석음식의 유혹에 이끌려 건강을 후순위로 미루기 쉽다. 그러나 최근 사회 곳곳에서 ‘컬러푸드’를 중심으로 하는 건강한 식습관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잦아지고 있다. ‘컬러푸드’, 즉 다양한 색을 가진 신선한 재료, 특히 채소와 과일을 식단에 넣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일상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윤선희 씨(39)는 20대 때만 해도 매일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시간을 때웠다. 아침마다 속이 더부룩하고 피부 트러블도 잦았다. 둘째를 낳은 뒤 검진에서 비타민 결핍 진단을 받으며, 그녀는 대대적인 식생활 개혁을 시작했다. 빨강, 노랑, 초록, 보라, 흰색… 일곱 살 큰아이가 좋아하는 색연필색을 떠올리며 한 끼를 차렸더니 아이는 식탁에서 웃고, 남편도 자연스런 변화를 받아들였다. 윤 씨 가족은 식탁이 바뀌자 아침마다 피곤이 줄고 아이들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됐다. 이 변화는 수많은 건강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컬러푸드 실천’과 맞닿아 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선 교수는 각기 다른 색의 식품들이 저마다의 항산화물질과 영양소를 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붉은 토마토와 사과에는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세포 노화 억제에 큰 역할을 하고, 주황색과 노란색이 도는 당근, 단호박, 감귤은 비타민C·베타카로틴이 가득해 면역력 강화에 필수다. 초록색 채소인 시금치·브로콜리·파슬리는 엽산과 식이섬유의 보고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보라빛 가지와 포도에 든 폴리페놀은 혈관 건강을, 흰색 마늘과 양파의 알리신 성분은 항세균 및 소화기 건강에 긍정적이다. 우리 몸은 어떤 식품 하나만으로 완벽해질 수 없다. 그래서 비비듯 섞이고 어우러진 색깔이 중요한 것이다.

위와 같은 식습관 개선은 그저 이론이 아니라, 학교 급식, 지역 복지관, 건강 캠페인 등 생활 깊숙이 퍼진 실천의 영역에 자리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이번 학기, 급식 식단에 오색 채소 무침과 컬러푸드 데이를 신설했다. 아이들은 파프리카, 자색고구마 등이 골고루 담긴 접시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재료에 표정이 굳기도 했으나, 저마다의 맛과 식감을 체험하는 ‘오감 놀이터’ 같은 시간에 서서히 마음을 연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식습관 변화 기록을 남기고 우리 사회에 ‘잘 먹는 일’이 가진 의미를 다시 붙잡아준다.

직장인 박진수 씨(45)는 하루 중 유일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저녁 식사 한 끼에 ‘색’을 더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기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박씨는 일주일에 한번 신선식품 직배송을 이용해 장을 본다. 아이 손잡고 고른 컬러푸드 믹스를 샐러드로 만들어 먹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들의 대화도 늘고 스트레스도 줄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단지 건강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식탁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점들을 제안한다. 식습관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을 넘어 가족, 사회의 행복까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OECD 발표 건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민 식이섬유·비타민 섭취가 권장 기준보다 한참 낮은 원인에도 직결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삼대 영양소를 넘어서 다채로운 식재료의 조화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과해왔다. 상황은 도시 1인 가구, 실버세대 등 식생활 사각지대로 확산되고, 실제로 영양불균형이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배경 속에서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은 ‘오방색 캠페인’, ‘오감 차리기’와 같은 컬러푸드 실천 프로그램을 확장 중이다.

식탁의 다채로움은 그저 예쁜 그림이 아니다. 한 병원 영양사는 ‘색의 다양성 = 면역력 방패’라고 말한다. 쉽게 먹을 수 있는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음식이 가득한 도시에서, 아이와 노인, 혼자 사는 어른 모두 두어 가지 컬러푸드를 매일 식단에 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복지관에서 펼쳐지는 ‘계절별 컬러푸드 나눔 행사’ 현장에서도 각자의 작은 습관 바꾸기가 큰 변화가 됨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가족, 이웃, 사회의 행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오늘 내 식탁의 색 한 가지를 더해보는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컬러푸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색이 가득한 식단이 지금 우리 사회의 건강 사각지대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길, 그리고 그 빛이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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