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명문 격파’ 황선홍호 대전, 사상 첫 ACLE 무대 승전고… 교토 1-0 제압 ‘밥신 결승골’
대전하나시티즌이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첫 무대에서 일본 J리그의 명문 구단 교토상가를 1-0으로 꺾었다. 경기장의 무게감, 선수들의 긴장감, 그리고 수많은 시선이 집중된 밤에 결정을 내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대전의 선수들은 예상 밖의 결단력과 조직력으로 역사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경기 초반부터 대전은 교토의 점유 지향적인 플레이에 맞서 정확한 전방 압박과 직선적인 역습 전개로 응수했다. 중원에서는 공격 변환 시 발생하는 교토의 순간 공간을 노리는 명확한 전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민혁과 바이오가 선봉에 서서 교토 수비진을 끊임없이 흔들었고, 박진섭-오승훈 골키퍼 라인의 안정적인 커버가 빛났다. 경기 내내 대전은 2선과 3선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교토의 볼 운반을 효과적으로 차단, 상대의 장기인 짧은 패스 플레이와 비틀림 없이 ‘끊어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날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후반 67분 ‘밥신’이라고 불리는 백성동의 결승골이다. 문전 혼전 상황서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침착하게 골망을 흔든 백성동의 슈팅은 단순한 득점이 아닌 대전의 ACLE 첫 승리를 결정지은 결정타였다. 순간적인 공간 창출, 과감한 슈팅 타이밍, 팀 전체의 움직임이 시너지를 이뤘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교토는 시종일관 높은 수비 라인과 세밀한 볼 돌림을 고수했지만, 대전은 오히려 그 공간을 정교하게 찌르는 ‘후방침투-속공 전개’로 대응했다. 이날 경기에서 대전의 역습 전환은 총 12회, 이 중 6회가 슈팅(유효슛 4회)으로 연결됐고, 교토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사이 간격에서 위협적인 장면이 반복적으로 연출됐다. 오승훈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 그리고 중원에서의 파워풀한 압박 역시 승점 3점을 결정지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후반 막판에는 교토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5백 수비라인을 가동하며 육탄 방어에 나선 대전 수비진 김강국-이승모-서영재의 집중력은 돋보였다. 특히 김강국은 후반 82분 교토의 프리킥 상황에서 머리로 걷어내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추가시간 5분 동안 체력이 극도로 소진됐음에도 선수들은 한순간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의 상황판단과 빠른 교체 카드 역시 팀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뒷받침했다. 세밀한 장면 하나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는 대전 특유의 근성, 첨예하게 날이 선 수비 의식,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진 ‘승리 집착’이 오늘의 승점 3점을 완성했다.
이 승리는 명문 J리그팀을 상대로 이뤄낸, 단순한 일회성 이변이 아니다. 올해 내내 이어진 대전의 경기 운영 능력과 체계적인 팀 빌딩, 그리고 한층 두터워진 스쿼드의 힘이 누적된 결과다. 바이오, 이민혁, 김인균 등 주요 공격 자원들이 지닌 ‘결정적 순간 집중력’과 공격-수비전환 스피드는 지금의 대전을 상징한다. 과감한 라인 컨트롤, 적절한 역습 타이밍, 세트피스에서 보여준 조직력도 ACLE 무대를 겨냥한 철저한 준비 과정임이 드러났다. 수비에서는 김강국, 서영재가 중심을 잡아주며 견고한 ‘방패’를 형성했고, 한편으로 오승훈 골키퍼의 안정적인 리딩이 팀 전반에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다. 한마디로 대전은 ACLE의 거센 파도 앞에서도 자신있게 노를 저었다.
경기 후 감독과 선수단 모두 “첫걸음을 뗐다”며 감격을 표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되, 경기장에서는 끝까지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 답”이라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객관적인 전력, 경험, 대회 적응력 등에서 대전이 ‘언더독’임은 분명하지만, 오늘 보여준 팀 퍼포먼스는 더 이상 ‘이변’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레벨에 근접해 있다.
이번 승리는 한-일 프로축구 간 프라이드 대결의 흐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ACLE라는 아시아 정상급 무대에서 한국 K리그 팀이 J리그 강호를 제압하는 데 성공한 사례라는 점은 전략적·상징적 의의가 매우 크다. 대전이 향후 4강, 결승 단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조직력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팬들의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남은 조별경기에서 더욱 날카로워진 대전의 경기력이 가능할지, 그리고 K리그의 새 흥행동력으로 자리잡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프레셔 상황에서 빛난 집중력, 빠른 전환능력, 세밀한 전술 수행—이 모든 것이 오늘의 승리를 만들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