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지민, ‘Like Crazy’로 한국어 곡 최초 스포티파이 10억 스트림…K팝 역사의 새로운 경계 그리다
가수 지민이 솔로 앨범 타이틀곡 ‘Like Crazy’로 한국 대중음악 기록의 새 경계에 이름을 올렸다. 2026년 9월 18일 기준, 스포티파이에서 ‘Like Crazy’는 10억(1,000,000,000) 회의 누적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해당 플랫폼에서 발표된 한국어 곡 중 첫 번째 기록이다. 한류가 확장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플랫폼의 파급력과 언어적 장벽이 겹친 현 시점, 한국판 대중음악이 비영어 가사로 세계 메이어 스트리밍 시장에서 실질적 대중성을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더해진다.
해외 주류 시장에서 비영어권 음악에 대한 진입 장벽은 분명 존재해왔다. 2020년대 초까지만 해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 Top10에 한국어 곡이 들기는 쉽지 않았고, 2023년 BTS 정국의 ‘Seven'(영어 혼용)이나 뉴진스의 ‘Super Shy'(영어 비중 높은 곡) 등 일부 한국 아티스트들도 영어 활용 비율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지민의 ‘Like Crazy’는 전체 가사에서 한국어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곡의 분위기나 구성 또한 한국 대중음악적 특색을 두드러지게 살린 점이 특징이다. 이 곡의 10억 스트리밍 돌파는 단순히 스타의 영향력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한국적 감수성이 서사의 중심이 되는 음악도 글로벌 스트리밍 경제에서 파급력을 갖출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래가 세상에 나온 2023년 3월 이후, ‘Like Crazy’는 국내 주요 차트를 넘어 북미,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꾸준히 ‘롤링 히트’를 기록했다. 고정된 프랜차이즈형 팬덤 외에도, 일반 팝 리스너와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고유한 색감과 세련된 편곡, 감정선의 진폭”을 높이 평가하며, 재생목록 상위권에 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내에서는 팬덤의 결집이, 해외에서는 ‘K-pop beyond K-pop(케이팝이 케이팝을 넘어선 형상)’ 현상의 한 축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미주와 유럽의 MZ세대가 ‘Like Crazy’의 몽환적 분위기, 지민 특유의 섬세한 보컬, 그리고 ‘사랑과 이별의 감각’에 한국어로 접근한 서사를 주목하며, 기존 한류 메인스트림의 공식과는 결이 다른 새 소비층이 형성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스포티파이 기준 10억 스트림 돌파는 ‘아티스트-팬덤-플랫폼’의 삼자적 동력이 집중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 지민의 세계 팬덤, 특히 스트리밍 조직력과 디지털 소비문화의 발전에 주목한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이 데이터 투명성을 확대하면서, 스트리밍의 실제 이용 수치가 각국 음악 산업 지형의 변화 지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발표된 미국 빌보드 차트, 애플뮤직, 유튜브 등 타 플랫폼과 비교하더라도, 스포티파이에서 ‘한국어 곡’ 첫 10억 회 돌파는 전례 없이 신호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는 K팝 아이돌 시스템이 독특한 팬덤 문화를 만들면서도, 현지 시장에 맞춘 변용 없이 ‘한국어 음악’ 그대로 세계 시장에 안착한 과정이기도 하다.
음악계에서는 이와 같은 기록이 기술과 콘텐츠, 그리고 사회적 소비 패턴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월드뮤직’으로 취급되던 비영어권 대중음악이, 각종 소셜미디어와 짧은 영상 플랫폼 속에서 ‘마이크로 밈(meme)’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현상이 늘면서, 언어의 영향력을 뛰어넘은 ‘감성의 교차’가 중요해졌다. ‘Like Crazy’는 한국어권에서 탄생해 한국 서사의 맥락을 유지한 채, 북미와 유럽에서 보편적 공감대를 획득하면서, 이 시대의 팬덤-음악-테크놀로지 환경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스포티파이 내 10억 스트리밍 클럽에 들어선 이전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영어권 혹은 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 거대언어권 아티스트에 국한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리사(블랙핑크), 세븐틴 등도 높은 스트리밍 수치를 기록했으나, 당시 기록들은 영어/한국어 혼용 및 그룹 활동 중심이었다. 이에 지민의 ‘Like Crazy’가 기록한 성과는 단순히 개인의 업적을 넘어,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다양성과 언어적 자긍심을 동시에 투영한다는 점이 음악평론계에서 크게 해석된다.
이 곡의 히트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존 K팝의 셀프 재생 및 조직된 차트 단기 공략 방식과는 달리 가입자 기반에서 자연적으로 ‘롤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팬덤의 ‘지속적 재생’ 캠페인, 각종 SNS에서 나오는 직접적 피드백,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소비 패턴의 융합이 기록의 큰 축을 이뤘다. 이 때, 곡의 메시지와 정서, 그리고 현대 젊은 세대의 감수성이 전지구적으로 이어진 것이 기록의 실질적 에너지로 작용했다.
최근 음악 플랫폼의 변화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서비스의 알고리즘 강화, 추천 기능 고도화로 K팝 등 비영어권 음악이 우연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고, 단발성 유행곡이 아닌 ‘지속히 듣게 되는 곡’으로 재해석되는 흐름은, 한국어 음악의 시장 확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앞으로 K팝은 물론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걸쳐 ‘언어의 경계’를 실감 나게 넘나드는 실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전히 한류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Like Crazy’의 이번 기록은 음악 주체성의 회복과 세계 시장에서의 대등한 문화 경쟁의 신호로 남는다.
지민의 ‘Like Crazy’ 10억 스트리밍은 단순 기록 달성을 넘어,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청자들 사이의 공감대와 변화를 비추는 문화 현상이다. 기성 K팝 산업의 조직력, 글로벌 플랫폼의 진화, 그리고 시장의 무의식적 균열 속에서 출현한 이번 성과는, 이제 한류가 한국어라는 울타리를 넘어, 바로 ‘음악’이라는 본질로 세계와 연결되는 과정의 한 장면임을 보여준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