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번의 거래, 암표의 시대 — BTS 줄은 길었고, 라이즈 시세는 더 높았다
2026년, 콘서트 현장은 여전히 뜨겁다. 뜨거움의 한복판에 언제나 있는 ‘암표’, 올해 공식 집계만 13만 건. 압도적이다. 한 해 결제된 암표 거래량만 종합해도 서울 고척돔 절반은 채운 셈. 이 중에서도 방탄소년단(BTS)의 암표 거래는 단연 최다. 숫자 자체가 ‘BTS=콘서트 시장’임을 설명한다. 흥미로운 건 라이즈(RIIZE). 거래량은 BTS에 못 미치지만, 암표가 붙는 웃돈, 즉 프리미엄 폭이 최고였다. 이 말 뜻, 라이즈가 지금 가장 ‘핫’하다는 의미다. 단순히 팬덤 규모가 아니라 핫한 수요, 그리고 새 팬든 제법 강력한 구매력을 지녔다는 방증.
암표 거래, 단순 호기심으로 넘길 이슈 아니다. 법적으론 ‘불법’이지만 시장에선 일상처럼 굴러가는 중. 여전히 소셜미디어, 중고시장, 암표 전문 커뮤니티가 버젓이 존재. 실제로 올 상반기엔 콘서트 직관 원하는 팬들의 좌석 쟁탈전이 치열했고, 공식표 매진 이후에 암표 가격이 공식 예매가의 2~4배까지 뛴 사례도 빈번했다. 2024년, BTS 잠실콘서트 때는 VIP석 한 자리가 400만 원대까지 치솟았을 정도. 올해 RIIZE 첫 단독콘서트 현장, 스탠딩 구역은 5배 이상 웃돈이 붙은 ‘레전드 기록’까지 나왔다. 단순한 팬심? 아니다. 암표꾼들은 선예약, 부정예매, 매크로 구매, 명의 도용 등 다양한 편법까지 동원. ‘디지털 암표’가 익숙해진 팬덤은 사실상 예매 전쟁을 먼저 이기고, 그 다음 ‘암표의 벽’을 또 넘어야 한다.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글로벌 플랫폼 ‘비아고고’ ‘스텁허브’ 등 2차 거래가 보편화. 일본에서는 칼 같은 규제 법령으로 단속에 나섰지만, 국내는 소극적. 번번이 ‘암표꾼 잡았다’ 보여주기 단속뿐, 실질 처벌 건수는 미미. 실제 현실은 아직도 카페·오픈채팅에서 자유롭게. 결제 방식도 간편하다. 무통장입금, 간편이체. 신분 노출도 어렵지 않으니, 잡기도 힘들다.
누구를 위한 시장일까? 팬들은 공식 예매 실패 이후 암표를 통할 수밖에 없다는 허탈감을 토로. 제작사는 암표 막겠다며 추첨·블록체인·얼굴인식 등 신기술 도입을 예고했지만, 뚫리는 게 현실이다. 예매 시스템 오류나 대기 시간, 갑작스런 서버 다운도 암표 거래 증가에 한 몫. 암표 모니터링, 기술 강화, 책임 소재 요구 등 대책만 줄줄하지만, 실질 변화는 더딤.
문화 현상으로서 팬덤은 커졌고, 콘서트 시장은 기형 성장. 정가 아닌 투기장이 되어, 팬심은 피곤함으로 바뀐다. 결국 ‘진짜 음악을 즐기는 팬’을 보호할 시스템이 시급하단 목소리, 여전히 높다. 하지만 실제 변화까지 시간 걸릴 듯. 당분간 공식 티켓팅과 암표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티켓 시장의 디지털화가 이미 다음 스테이지로 진입. 블록체인 기술, 실명 인증, AI 예매 봇 감지 등 다양한 해법이 실험 중. 하지만 암표꾼은 늘 한 발 앞서 있음도 사실. 이 대치 속 진짜 피해자는 결국 팬/소비자. 문제의 해법, 단순히 단속이나 쇼잉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디지털 시스템까지 손보는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암표 거래 13만 건, 이 숫자 자체가 현재의 콘서트 시장 구조를 날카롭게 말해준다. 진짜 팬이 ‘음악을 듣는 시간’은 줄고, ‘암표와 싸우는 시간’만 늘어나는 아이러니. 팬 경험의 질적 저하, K팝 문화산업 신뢰도까지 위협하는 현상이다.
공식·비공식 예매 전쟁은 당분간 계속. 팬덤은 더 영리해지고, 암표꾼은 더 교묘해질 예정. 모두가 지는 게임이 반복되고 있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