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 국내 여행의 풍경, 넘치는 활기와 저마다의 이유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된 2026년 9월, 전국 리조트와 주요 관광지에는 오랜만에 몰려드는 인파로 북적였다. 이번 연휴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길어, 평소 마음 한편에만 두었던 가족여행, 친구들과의 만남, 혼행까지 한껏 망설였던 이들의 결정에 작은 용기를 더해줬다. 취업난과 사회적 긴장의 지난 몇 해. 거리엔 들뜬 표정, 때론 피곤에 찌든 얼굴까지 어우러진다.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은 새벽부터 떠나는 열차에서 졸기도 하고, 젊은 연인들은 삐죽한 화관을 써 머리를 맞대며 인증샷에 여념이 없다.

강원도의 유명 리조트들은 이른 8월부터 이미 예약 전쟁이 시작됐다.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해 질 녘 해안 도로를 따라 늘어선 조각구름, 바닷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소금기 섞인 공기까지—이 계절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호텔 레스토랑에는 전통 한식과 이국적인 요리가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오감을 겨눈다. 직접 현장을 찾는 이들이 자꾸 늘어날수록, 각 리조트는 가족맞춤, 반려동물 동반, 친환경 서비스처럼 차별화된 손길을 넓히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도 단연 인기다. 파란 하늘 아래 한라산 자락은 흐드러지는 억새 사이로 가을의 색을 입고, 서귀포 올레길엔 각자의 속도로 풍경을 끌어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동화 속 같은 작은 카페 한 구석에서는 ‘매번 해외만 찾다가 이번엔 국내에서 더 깊은 감동을 느꼈다’는 여행자의 이야기가 귓가를 맴돈다.

유명 관광지의 붐비는 풍경 뒤엔 다양한 사연이 있다. 해외 여행이 점차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남은 환율 부담과 예상치 못한 변수,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하고 안락한 휴식이 그리워 올해 추석엔 국내로 눈길을 돌린 이들이 많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녹아있는 산골, 여행 작가가 추천하는 새로 뜨는 도심 특색 골목, 친구들과 셋이 누워 도란도란 노을을 바라보며 먹는 길거리 간식. 일상에서 채우지 못했던 ‘작은 휴식’들은 이번 연휴 곳곳에서 꽃피웠다.

다만 모든 풍경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올봄부터 이어진 고물가와 성수기 악재로 인해, 일부 지역은 해마다 오르는 숙박요금과 교통 혼잡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가족 여행의 경우, 몇 시간에 걸쳐 꼬인 고속도로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예전보다 잦았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조차 여행의 한 부분으로 여기며 묵묵히 작은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있다. 부산 해운대 해변에는 다음날 아침을 기다리며 한껏 설렘을 안은 여행객들이 모여, 모래 위에서 파도 소리와 밤바람에 기대 잠을 청한다.

각 지역 리조트와 호텔들은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특산물로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남도 어느 시골 마을의 작은 민박집, 문을 열면 퍼지는 사과와 배 냄새, 오후엔 마을 어르신과 함께하는 전통 떡 만들기, 노오란 감이 익어가는 뒤뜰 풍경까지. 도시에서는 대형 복합몰, 미술관, 콘서트홀 등의 문화 공간도 한가위의 활기를 더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문화활동과,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를 겨냥한 이색 팝업 전시가 각광받으며 현대적 한가위 풍경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연휴, 여행의 의미는 ‘화려한 장소’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나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는 일상 탈출’에 가까워졌다. 느긋한 아침 공기, 첫 해외 대신 자주 지나쳤던 국내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풍경의 색과 냄새, 찻집 한 편에서 만난 주인장의 정겨운 인사말처럼, 이번 명절 여행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온기를 품어냈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다시, 많은 이들의 삶이 모이는 자리에서 조용히 안도와 위로를 찾는다.

사례처럼 늘 북적이는 풍경엔 양면성이 있다. 복작대는 거리를 피해 한적한 자연이나 작고 소박한 공간을 찾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SNS엔 산좋고 물좋은 잊힌 여행지, 아지트 같은 작은 카페와 캠프장이 빠르게 공유된다. 당일치기 여행지부터 별관 숙소까지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 저마다의 이유로 ‘쉼’을 설계한다. 다소 비싼 물가, 밀려드는 인파의 피로마저도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단단히 받아들이고 있다.

풍경은 급변했지만, 여행의 본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과 떠나는 짧은 휴식, 혹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익숙한 어느 거리 걷기.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추석 여행이 남기고 간 잔잔한 흔적은 짙은 여운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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