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대에서 AI 전기대전환의 그늘: 국가, 기업, 시민, 누가 책임지나

‘석유를 넘어 전기의 시대’. 전환은 실제로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및 생활 전반의 전기 소모량 증가는 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에너지 소비 구조의 변화가 아닌, 경제·안보·사회 전반의 강제적 행로 재설정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AI 기반 초전력사회 진입 현황과 그에 수반하는 에너지안보 위기, 산업·정책·시민 각 주체의 책임과 대응력 한계가 낱낱이 드러났다. AI 연산용 데이터센터, 초대형 반도체 팹 구축에 따라 2026년 기준 국내 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화석연료 비중은 줄지만, ‘전기의존’이라는 신종 리스크가 누적된다.

정부 주요 부처는 ‘에너지 안보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발전원 다변화, 계통투자 확대, 전력거래시장 개방 등 일련의 수단들이 거론됐으나, 실제 구조를 보면 산업계 이해와 정치적 힘겨루기, 예산 논란이 뒤엉켜 조치들은 파편적으로 진행 중이다. 정책 일관성, 현장 시뮬레이션, 입법·규제 간극 등 허술함이 노출된다. 전력 공급망 불안은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불평등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센터와 대형 산업단지에 전력 우선권이 자연스럽게 쏠리는 구조, ‘AI권력’이 가져온 신 격차 문제다. 탈원전·탄소중립 논쟁이 의료·식량·금융·IT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 이차적인 딜레마를 낳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전략은 기술 신화와 자본 우위 담론에 경도돼 있다. ‘혁신’이라는 명분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동안, 안보 리스크, 사회 불평등, 데이터 독점의 그림자는 정책 논의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선진국 중심 ‘청정 에너지 블록화’ 논의 역시 자원 국지화와 무역 마찰의 위험요소를 내포한다. 한국 역시 IRA법, EU의 탄소국경조정제 등 글로벌 규범 아래에서 에너지 무기화 국면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기업들은 AI·전기차 매출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고, 정부는 성장·일자리 수치 방패를 들었지만, 변동성 장기화의 자기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민에게 전가될 ‘초고압요금–규제–불안정’ 삼중고 위험이 본격화된다.

기사와 같이 주요 선진국들 또한 공급망 안전 확보, 에너지 자립, AI 전력소비 억제 등 방안들을 내놓고 있으나, 방향보다 속도가 문제다. 이미 발생한 미국·유럽의 정전사태에서 드러난 데이터센터 단전, 의료기기 오작동, 공공서비스 중단 사례는 전기사회 취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의 경우 2026년 여름 피크 대비를 위해 재생에너지, LNG, 원자력 동원안이 동시에 검토되지만, ‘정치적 용인선’에 따른 급전 논리와 지역민원 충돌은 오히려 사회 불신을 낳는다.

실제 광역전력계통에선 AI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수십만kW급 ‘블랙홀’로 작동한다. 초집중식 부하변동은 계통 불평형, 지역 간 송전 갈등, 전력 요금 폭등 등 부작용을 상시화한다. 일각에선 자가발전을 택하는 대기업과, 공공전원에 의존하는 중소자영업의 ‘신빈부 격차’까지 예상된다. 전기요금의 구조적 현실화는 정치 후반부마다 논쟁의 불씨를 안고 간다.

에너지 생태계를 뒤흔들 AI의존 시대, 가장 큰 피해자는 방관적 행정 아래 소외되는 시민 계층이다. 예비전력 부족,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또는 해킹 등 복합적 위기 패턴에 대한 ‘책임 단위’는 분산돼 있고, 복구 시나리오는 선언에 머무는 실정이다. 기사에서 드러난 각종 내부고발 및 정부 내부록에 따르면 에너지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이 미비하며, 각 부처 ‘내 몫 챙기기’ 행정, 단기 성과주의 관료주의가 제도 실패의 본질로 지적된다. 대기업 특혜성 전력요금 인하, 정책입안자와 사업자 간 전관 커넥션 등 구조적 불신도 이어진다.

사회적 논의는 AI 경쟁력 프레임에 함몰될 게 아니라 위험 분산, 공급책 책임, 장기 요금정책, 에너지 빈곤 가구 보호까지 현실적 성찰이 넘어가야 한다. 혁신 이면의 불평등과 위험을 감내하라는 메시지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실질적 에너지 분권, 참여적 정책수립, 거버넌스 투명성을 통한 지속가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 도입 비용과 에너지 불확실성 모두를 사회 전체가 치르는 전환의 대가임을 이제 분명히 인식할 시점이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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