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는 해외여행’ 공식됐다…15년간 공항 이용객 3배 껑충

해마다 반복되는 명절 연휴와 빨간 날, 그 시간은 누군가에겐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는 여정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오랫동안 꿈꿔왔던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올해 역시 인천공항은 장사진을 이룬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드디어 100만 명이 넘는 출국객이 공항을 채운다고 한다. 15년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2000년대 초반, 단촐했던 공항 출국장은 이제 거대한 국제도시처럼 분주하다. 최장 6일의 긴 연휴. 한동안 움츠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최근 몇 년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5년 사이 공항 이용객이 3배 가까이 늘어난 통계 속에는 우리 사회와 세대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전에는 친지 방문이 필수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명절이 ‘해외로 떠나는 시간’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넓고 청결한 인천공항 터미널에는 스스로 여행 물품을 점검하는 가족, 친구들과 셀카를 찍는 청년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바삐 걷는 중년 부부, 낯선 곳을 꿈꾸는 아이까지, 다양한 인생이 출국장 긴 줄에 녹아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떠남’을 준비하는 풍경이다. 항공역사와 여행 문화를 함께 떠올려 보면, 2000년대 후반 해외여행이 대중화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가항공이 취항하며 항공권 가격 안정, 예약 시스템 디지털화, 무엇보다 MZ세대의 경험 중심적 라이프스타일이 맞물렸다.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위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억눌렸던 여행의 욕구가 다시금 피어오른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해외로 떠나는 인구가 천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해외여행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선택의 한 방식이 되었다.’ 이런 인식은 누구에게나 그저 먼 꿈이 아닌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동남아, 일본, 유럽, 미국, 호주 등 행선지 역시 확대됐다. 특히 올해는 일본행이 크게 증가했다. 엔화 약세와 한국인 무비자 입국, 각종 단기 항공권 프로모션 덕분이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연휴 항공권’, ‘가성비 여행지’, ‘현지 맛집 리스트’가 인기 검색어로 자리잡았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족 단위 여행자뿐만 아니라 혼자 떠나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띈다. “혼행”이란 단어의 유행처럼, ‘혼자 떠나는 용기’가 명절 여행 풍경을 바꾸고 있다. 외국 음식 냄새와 시끌벅적한 다국어 안내방송 속, 각자의 사연이 여행 가방마다 담긴 채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공항이 북적이는 만큼, 여행 준비에 필요한 정보 수집과 빠른 대응도 중요해졌다. 최근 공항에는 ‘셀프 체크인’, ‘스마트 탑승수속’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시간 절약과 편의성 덕에 혼잡한 연휴에도 이동이 한결 수월하다. MZ세대의 후기, SNS 여행 사진, 유튜브 여행 브이로그가 여행의 필수 템이 된 세상에서, ‘경험’이라는 키워드는 과거보다 더 깊고 넓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의 해외여행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고 본다. ‘쉼’과 ‘새로운 영감’, ‘다름의 경험’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연휴에 맞춰 유명 관광지보다 현지색 짙은 소도시나 자연 풍광을 찾는 수요도 많아졌고, 먹거리 즐기기, 문화 체험, 이색 액티비티가 여행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해외여행객 숫자만큼이나 혼잡, 안전, 비용, 기후 위기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둥글게 따라온다. 일부 인기 여행지에서는 지역사회와 환경 보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행객 스스로가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시대다. 인천공항을 거쳐 흩어지는 수많은 이들의 뒷모습엔 여행지에서 만날 새로운 빛과 공기, 맛있는 음식, 혹은 뜻밖의 우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행은 순간을 환기시키고, 일상을 아름답게 흔든다. 연휴, 바쁜 일상을 당당하게 멈추고 잠시 떠난 이 시대의 우리. 공항은 그 모든 시작점이자, 낯설고 설레는 이야기의 첫 장이다.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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