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 2026] 中 빈자리 파고든 K-게임…日서 존재감 키웠다
2026년 도쿄게임쇼(TGS)의 핵심 풍경은 한마디로 ‘K-게임의 대약진’이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의 기류는 예년과 확연히 달랐다. 중국 게임업계의 참가가 눈에 띄게 줄어든 자리에 한국 게임사들이 대거 부스를 채웠고, 그 덕에 행사장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한류 게임 메타로 출렁였다. 넷마블, 펄어비스, 크래프톤, 데브시스터즈 등 주요 한국 개발사들이 신작과 신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일본 시장에 진검승부를 걸었다.그동안 일본 게임쇼는 상하이와 심천에서 달려온 중국 퍼블리셔들의 신작 ‘선발대회’가 되다시피 했지만, 글로벌 게임산업의 규제 강화와 내수 중심 회귀 분위기가 중국 대기업을 주저앉힌 사이 K-게임이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텄다. 단순한 빈자리 채움에 그치지 않고 ‘게임+’ 전략, 즉 게임 IP 확장, NFT 연동, AI 스토리텔링, e스포츠 연계 등 현장 트렌드 메타가 급격히 진화하는 구간을 정확히 공략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집중조명이 쏟아졌다.
취재를 종합하자면, 넷마블은 올해 ‘킹오브파이터 올스타(M)’ 글로벌 버전을 일본 첫 출품, e스포츠 시연과 풍부한 현장 이벤트로 코어 게이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틀에 박힌 수집형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최근 아시아 시장을 뜨겁게 달군 크로스 플랫폼, PC-모바일 연동, 실시간 관전 메타 등 혁신적인 시스템 설계가 한 단계 레벨업한 한국 개발력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블랙버드’ 데모는 언리얼 엔진 기반 고품질 아트와 스토리체험형 오픈월드 플레이 방식, e스포츠 중계를 동시에 체험하게 해 관람객의 체감 온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또, NFT 기반 경제 생태계 구축, 오리지널 스토리텔링 IP 확대, e스포츠로의 게임 경험 확장 등 올해 TGS의 프로그래밍은 그야말로 ‘K-메타’의 압축판이었다. 이미 일본 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컬래버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일본 Z세대의 커뮤니티 기반 스트리밍 소비 패턴과 맞물려 한국산 게임 콘텐츠가 새로운 팬덤을 만들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3년 전만 해도 일본 유저들 사이에서 ‘한글게임? 잘 몰라’라는 반응이 다수였는데, 이제는 한국식 전략 RPG, 액션, 크리에이티브 시나리오까지 ‘갓벽’ 패턴으로 인식된다”는 체감 후기를 전했다.
중국 빅테크 ‘텅쉰(텐센트)’의 불참 배경에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중국 내 게임 검열, 판호 발급 지연, 글로벌 시장 상장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기업들이 늘어난 일본 유저층, 현지 현상금 기반 ‘공모 메타’, 현지화 x 공동개발 트렌드를 빠르게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 구글플레이, 애플스토어 데이터 기준 2026년 8월 일본 게임 다운로드 순위 Top 20에 한국 타이틀이 8개 진입,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특이할 점은 단순 IP 확장이나 콘텐츠 산출에 그치지 않고 ‘본격 글로벌 메타 경쟁’이 현실화된다는 포인트다. 금년 TGS에서는 K-게임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이 e스포츠 장르에서도 두드러졌는데, 지난 수년간 한국 LoL(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발로란트 등 국제대회 메타를 주도하던 경험치가 ARPG(액션 RPG), 퍼즐, 카드배틀, 시뮬레이션 등 다양화로 이어졌다. 일본 현지 메가 유튜버, 버추얼 인플루언서(V튜버)들과의 공동 중계, 실시간 번역 트윗-틴톡 등 SNS 파급 효과도 전례없이 컸다. 팬메이드 콘텐츠와 공식 TGS 이벤트의 콜라보, RPG-메타버스 시연 체험 부스 등 크리에이터 주도의 신시장 창출이 ‘한국+일본’ 협업으로 차세대 메타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물론 이 모든 긍정적 흐름 이면엔 ‘회전식 트렌드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게임쇼는 지난 10년간 플랫폼 변화 주기, NFT/블록체인 테마 한파, 서구(미국/유럽)계 퍼블리셔 쇼케이스의 반격 등 파도 위에서 수많은 아시아 신흥 강자들을 부상시키고도 다시 가라앉히곤 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이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한 이 구간이 곧 새로운 경쟁 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지화와 유저 중심 패치, 글로벌 e스포츠 엔진 확보 없이 무모하게 라인업만 늘려서는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TGS는 ‘한국 게임, 일본에서 지금이 피크’라는 식의 도취로 끝날 수 없다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신기술 메타의 끊임없는 업데이트, 유저 피드백에 대한 실시간 대응, 일본 Z세대 정서를 파악한 게임 디자인이 장기적인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는 마켓 인사이트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2026년 도쿄게임쇼는 단순한 시장확대가 아닌, 동아시아 게임생태계의 구조적 세대교체 현장에 가까웠다. K-게임이 게임+AI, IP확장, 팬덤 네트워크 메타를 장악하며 중·일 게임산업 지형을 새로 그릴 수 있을지, 다음 대회까지의 1년이 글로벌 게임판의 운명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