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집권당, 총선서 압도적 우위…우크라 참전군인 대거 입성 의미
2026년 9월 러시아 총선 결과,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하원 450석 중 349석을 차지하며 절대다수에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군인 또는 참전 경험이 있는 후보 46명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러시아 정치 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며, 크렘린의 의도와 러시아 사회의 미묘한 정서를 함께 비춘다.
집권당의 압승은 예견된 결과였다. 선거 전부터 언론통제, 야당 탄압, 포괄적인 국가적 프로파간다 등 러시아 내 정치 환경의 ‘통제 강화’가 뚜렷했다. 실제 투표 현장을 다룬 다양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거 투명성 및 부정선거 의혹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유엔,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들도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내정 간섭”이라며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러시아당은 공식적으로 77%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 득표율은 사실상의 권위주의 정치를 더욱 고착화하게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참전군인 출신의 대거 등장은 러시아 정계에 대한 푸틴 정부의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크렘린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의 ‘정의성’과 ‘애국심’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참전자의 영웅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 이는 전후 러시아 사회에서 참전군인의 사회적 위상과 정치적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음을 시사한다. 집권당이 이들을 중심으로 공천을 확대한 배경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국민 여론의 결집이다. 참전자 출신 후보들은 실제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안보 이슈와 결부된 의회 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참전 경험을 ‘국가 충성’의 상징으로 활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반정부 세력의 입지를 더욱 좁히려는 의도다.
반면, 정계로 유입된 참전군인 상당수는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이들 중 일부는 선거 과정에서 공격적·강경한 노선, 단순 명령-복종의 위계질서에 익숙한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의회 민주주의와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신뢰 제고와 함께, 군사주의적 사고방식이 입법 과정과 사회적 갈등의 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는 러시아 내 정치 다원성 약화, 논쟁의 다양성 저하, 장기적으로는 시민사회와 군 출신 정치세력의 ‘엇갈린’ 긴장 국면이 심화될 수 있는 위험요소다.
집권당의 압도적 다수 확보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 및 사회상황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국제 제재 하에서 러시아 경제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실질임금 하락, 주요 도시 외곽 지역의 생활여건 악화 등 구조적 문제는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불만이 강경한 국가주의 담론과 참전자 신화를 통해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선거 결과 자체가 곧 정치적 안정 내지 국민적 합의라 할 수 없음을 방증한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반전(反戰)·민주화 운동도 비밀리에 확산되고 있다. 공식 언론에 등장하지 않으나, 다양한 디지털 커뮤니티와 망명 러시아 인사들은 ‘제도적 변화 불가능론’ 속에 소수 야권 지지를 조심스럽게 표출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러시아-서방 관계에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러시아 내 야당 탄압 및 정치적 자유 제한에 대해 비판을 강화해왔다. 미국 역시 러시아의 ‘의회 구조’를 장기집권 도구로 활용하는 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 문제”라며 철저한 폐쇄적 태도를 고수해 왔다. 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도 물론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우, 러시아 선거를 내정 문제로 보고 원칙적 지지를 표명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안정한 장기체제’가 동아시아의 전반적 안보 환경에 주는 파장을 평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러시아 정계 내 군부 성향 강화가 북방영토 갈등, 극동 방위 정책 결정 등에 미칠 파급력을 분석하는 등 동아시아 정세의 복합 변수로 삼고 있다.
러시아 집권당 중심의 의회구도 강화 및 참전군인 정치세력 유입은 당장의 국가 통제와 내부 결속을 도모할 수 있으나, 근본적 제도 변혁과 사회적 다양성 보장 없이는 구조적 긴장만이 장기화될 수 있다. 러시아 정치의 현주소와 동아시아 역내 정세의 연동 가능성은 향후에도 지속 주의가 필요하다. — 천유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