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으니 이렇게 잘하는데” 손흥민, 모레노 감독 효과 뚜렷하다

2026년 가을, 손흥민의 미소는 다시 밝아졌다. 유럽 무대에서 10시즌 넘게 꾸준히 활약해온 손흥민이 최근 들어 확 달라진 기세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안드레 모레노 감독 아래, 손흥민은 전장의 균형추를 쥔 ‘리버풀의 새 엔진’처럼 파괴력과 창의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현지 중계진도 “존중받으니 이렇게 잘하는데”라는 촌철살인의 평가를 던졌다. 실제로 이전 시즌과 달라진 전술 환경, 선수 기용과 감독의 리더십은 손흥민의 경기력 그래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한동안 토트넘에서 혹사와 전술적 제약, 팀 내 역할 논란으로 흔들리던 에이스는 이미 잉글랜드 현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경기력으로 완벽히 부활했다.

모레노 감독이 부임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손흥민의 활용 방식이다. 과거 몇 시즌, 손흥민은 일종의 “최전방 스프린터”로만 소비됐다. 상대 하프스페이스나 사이드 채널에 배치되어 롱볼을 받는 일에만 집중했고, 전술적으로 깊이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모레노는 손흥민을 보다 전방위적으로 풀어놓는 전술 변주를 감행했다. 4-3-3 또는 4-2-3-1의 윙 포워드, 때로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한 경기 내에서도 자유로운 포지셔닝을 주면서 옵티멀한 공격 패턴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실제 데이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터치맵과 패스 네트워크를 분석하면 전방에서 자유롭게 내외곽을 넘나드는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패스 1차 저항선을 직접 뚫어내고, 미드필드와의 연계 플레이에서 창의성이 크게 살아났다.

모레노의 전술엔 이른바 “에고존중형 리더십”이 뚜렷하다. 손흥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감독이 내 장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니, 경기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패스와 마무리가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감독 리더십이 선수의 경기력과 심리 모두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최신 스포츠 심리학 연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라이벌 구단들의 사례와도 비교해볼 만하다. 2025~2026 시즌 프리미어리그 대부분의 팀에서 선수 개별 재량을 제한하고 전술 프레임을 강제 적용하는 추세가 늘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창의적 플레이가 위축된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개개인의 장점 극대화에 초점을 뒀으며, 손흥민은 그 중심에서 새롭게 도약 중이다.

특히 손흥민-쿨루셉스키-윌리엄스의 공격 삼각 편대는 최근 경기들에서 EPL 톱 수준의 시너지, 속도와 유기성을 보여주고 있다. 압박 트리거에서 빠른 전환, 손흥민이 하프스페이스에서 취하는 볼 터치, 슈팅 예상 위치까지 모두 모레노 감독의 전략적 구상이 읽힌다. 손흥민의 슈팅 기대값(xG) 역시 올 시즌 들어 경기당 0.55를 넘기며, EPL 윙포워드 기준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세밀한 패스 교환, 역습 속도, 공간 침투 등 중앙과 사이드 모두에서 ‘전술적 체인’의 핵심 고리로 거듭난 점도 인상적이다.

물론 손흥민 효과가 오롯이 모레노의 성과만은 아니다. 최근 EPL은 각 팀이 초집약 ‘포지션 유동성’을 강화하는 트렌드다. 박스 안에서의 침투 패턴, 전방 압박 시의 다이내믹 조합 등은 이미 아르테타(아스널), 데 제르비(브라이튼) 등 혁신형 감독들이 앞서 테스트한 바 있다. 하지만 손흥민 특유의 스프린트 능력, 노련한 위치 선정, 양발 마무리는 단순히 전술적 프레임의 생산물이 아니라, 월드클래스 역량의 총합이다. 이 점에서 손흥민은 명확히 ‘시스템의 산물’이 아니라 ‘시스템을 뛰어넘는 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이번 시즌 손흥민의 비상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신뢰와 존중이 실제 데이터와 전술 효과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다. 전술은 지도 위의 점과 선, 실제 경기는 피치 위의 혈관과 맥박이다. 모레노의 접근법은 선수 개개인의 자율성을 높이면서, 결정적 순간에 팀 조직력과 효율성을 높였다. 최근 손흥민의 퍼스트 터치, 방향 전환, 볼을 받는 순간 의사결정이 얼마나 과감하고 유연한지는 ‘경기의 맥’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공격 2선에서 최전방까지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며, 전술적 다양성까지 보여주는 모습은 EPL 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남은 시즌, 손흥민-모레노 조합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또 전술 진화의 궁극적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EPL 내 타 감독들도 이제 손흥민-모레노 패턴에 대한 연구와 카운터 전략을 준비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에이스와 감독 사이의 존중과 신뢰라는 ‘인적 자본’은 그 어떤 전술적 트릭보다 오래가고, 강하며, 질기다. 손흥민, 존중받으니 이렇게 잘한다는 현지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축구라는 거대한 컨트롤 타워에서, 손흥민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피봇이 됐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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