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의 잠이 곧 건강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입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장거리 이동, 설렘과 긴장의 반복, 육아와 어르신 돌봄이 엇갈리는 바쁜 시간 속에서 ‘잠’은 늘 뒤로 밀리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 추석에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대한수면학회와 여러 전문가들은 연휴 동안 수면 리듬의 붕괴가 아이는 물론, 중장년과 어르신 모두의 건강에 다양한 위험 신호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는 간과했던 수면의 중요성이, 가족과 함께하는 이 특별한 시기에 더욱 절실하게 떠오르는 까닭이죠.
취재 과정에서 마주친 주부 최윤정(38) 씨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명절이면 아이 재우고 어른들 챙기다보면 새벽이 훌쩍 넘어가요. 다음날 피곤해서 아이에게 짜증 내기도 하고, 온 집안이 뒤숭숭해집니다.” 이는 곧 수면 부족이 가족의 정서와 건강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연휴 기간 중 뒤엉킨 수면 패턴이 성장기의 소아청소년에게 성장호르몬 분비 저하, 면역력 저하, 정서적 불안정 등을 야기하며, 어른들에게도 혈압 상승, 만성피로, 기존 질환 악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예년보다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을 오가는 귀향 대이동, 그리고 되레 ‘못 자서 고생이다’라는 목소리가 중년의 커뮤니티를 채웠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잘 자는 게 제일 건강한 일’이라는 인식은 확산됐다지만, 정작 실천은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2025년 국민건강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65%가 연휴 직후 수면 부족·질 저하를 호소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육아와 가족 돌봄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똑같은 시간, 누구는 명절 뜻깊게 보내고 누구는 탈진 상태로 끝나버리는 이유—어떤 가족은 푹 자고, 어떤 가족은 숨조차 돌리지 못한다는 이 아이러니가 명절 풍경의 그림자입니다.
이런 문제는 어린이집, 학교, 직장 등 각자의 소속 공동체에도 여파를 남깁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초등학생, 불면으로 눈 밑 다크서클이 짙어진 학부모, 명절 뒤폭탄처럼 늘어나는 ‘명절 스트레스’ 상담 건수까지. 연휴가 끝나자마자 등장하는 이런 풍경 속에는 잠을 소홀히 한 대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런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각 가정이 수면의 전략적 관리를 우선 과제에 두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수면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일정한 기상·취침 리듬 유지, 과도한 낮잠 피하기, 저녁 늦은 시간 과식 자제, TV·스마트폰 시청 최소화, 적절한 운동과 자연광 노출, 가족 간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잠드는 의식’(bedtime routine)을 남기라는 조언이 반복됩니다. 저녁 식사 후 산책, 독서, 작은 대화, 실내 온도와 조명의 미세한 변화—이런 것들이 아이의 몸과 마음에 ‘이제 잘 시간이야’라는 신호를 주고, 부모 세대에겐 피곤한 하루 끝에 소소한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실제로 이번 명절 연휴, 양육자들이 ‘잠자리 루틴’을 지키려 가족과 협의 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이준서(44) 씨는 “온 가족이 저녁 10시에는 불을 끄고, 스마트폰 없이 30분간 조용히 책을 읽었더니 아이도 어른도 한결 편해졌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언제나 녹록지 않습니다. 시댁-친정, 손님 맞이, 야간 회포—각 가정의 사정대로 ‘수면 자기관리’가 명절에 특히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연휴면 밤늦게 TV 켜놓은 채 가족이 모이고, 새벽까지 뒤척이며, 아이들은 ‘오늘만 봐주자’며 비정상적인 생활 패턴을 보내는 일도 적잖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블루라이트 기기의 침입은 아이들의 잠을 빼앗는 주요 요인이 되었습니다. 연령대 불문,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꼭 잡아야 할 명절 습관입니다.
일할 때만큼이나 잠잘 때도 서로의 ‘쉼’을 존중해주는 문화, 이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음 과제입니다. 실제로 노동계와 복지단체 등에선 ‘명절 수면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과 학교 정책 역시 ‘명절 후 회복의 시간’을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집니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즉 ‘잘 자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배려—이것이야말로 건강한 가족의 시작이 아닐까요.
쉽게 흩어지고 사그라지는 명절의 단란함, 반복되는 갈등과 피로의 교차점에서 ‘한밤의 단잠’이야말로 가족을 이어주는 숨은 끈입니다. 올해 추석, 내 곁의 이들과 ‘오늘은 잘 자자’는 약속을 작은 실천으로 남긴다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