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소비트렌드: AI 일상화에 맞선 ‘안목’의 재발견
2027년, 이제 AI는 우리의 일상에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됐다. 바쁜 아침, 옷장 문을 열고 마주치는 스타일 추천부터, 카페에서 주문하는 소비 패턴 분석까지—AI는 그야말로 공기처럼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똑똑한 세상에서, 인간만의 무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뭘까? 트렌드의 답은 ‘안목’이다. AI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향까지 예측하는 시대, 오히려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구별할 줄 아는 눈’이 소비의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 네이버 등 IT 공룡들이 내놓는 최신 예측 자료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이미 AI가 제안하는 결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취향을 골라내는 능력이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제로베이스 의류 브랜드나 NFT 기반 예술시장이 최근 부상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누구나 AI 알고리즘을 따라 입을 수 있지만, 진짜 멋은 “누가 고르느냐”에 따라 갈린다.
스타일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전엔 명확한 유행이 뚜렷했다면, 지금은 ‘취향선택권’을 가진 소수의 인플루언서와 오리지널리티에 끌리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더 주목받는다. AI가 추천하는 일관된 코디와는 달리, 비정형의 스타일, 취향이 묻어난 믹스매치가 차별화된 매력으로 떠오르면서, 패션 하우스와 신진 브랜드들도 AI 제안은 기본, 그 위에 ‘나만의 관점’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속속 선보인다. 예컨대 2026 S/S 시즌 프리젠테이션에선 ‘나만 알고 싶은 아이템’,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합’이 메인 슬로건으로 걸렸고, 실제로 Z-세대 소비자들은 정해진 공식에 반응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골라낸 분야를 적극 공유하고 자랑한다.
문화 및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에서도 ‘정보’보다 ‘안목’이 더 비싼 시대가 온 셈.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리테일 전문가들은 “요즘 소비자들은 ‘AI가 고르라고 해서 골랐다’는 태도를 벗어나, 직접 보고 듣고 고른 과정 자체를 브랜드화한다”며, ‘한 끗 차이’의 선택과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AI가 추천하는 멋진 스니커즈, 근사한 카페, 요즘 뜨는 전시회 등은 클릭 한 번이면 알려주지만, 진짜 트렌드세터들은 그 가운데서 자신만의 틈새를 찾고, 확신 있게 선택할 줄 아는 자신감, 이른바 ‘셀럽 안목’을 라이프스타일 자산으로 삼는 식이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감정의 영역이다. AI가 마음을 읽는다고 해도, 마치 비슷하게 보이는 셔츠 중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단추의 색감, 손끝에서 느껴지는 소재, 또는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의 심쿵 포인트’까지 캐치하긴 어려운 게 사실. 이게 지금 트렌드의 핵심 포인트다. AI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선택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진짜 자기만의 취향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들은 “당신만의 기준으로 고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며, 한정판 아이템부터 나만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까지, ‘개인화+직접경험’ 을 강조한 소비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이 흐름에 동참 중이다. 뉴욕, 파리 등 패션 중심도시에서도 ‘AI Generated’ 스티커 대신, 작가나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소재나 디테일에 오히려 프리미엄을 붙인다. 국내에서도 한정판을 둘러싼 리셀 시장, 빈티지 마켓의 열풍, 취향 큐레이션 기반 서비스의 확장 등, 경험을 소비하며 상상 이상으로 고도화된 취향 전쟁이 이어지는 중. 트렌디한 브랜드들은 이제 ‘AI의 세밀함’이 아닌, ‘네가 골랐다는 사실’과 그 뒷이야기를 가치로 제공하는 법을 고민한다.
2027 소비트렌드의 진짜 묘미는 결국 ‘경험의 독창성’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멋을 아는 사람은 늘 있다. 진정 모두가 남다른 고르는 안목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트렌드 최전선에서 결국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무엇을 보느냐”. 이제는 남과 달라 보이려는 소수가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모두가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올가을, 당신의 선택도 누군가에겐 가장 강렬한 신호가 될지 모른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