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더 먹고 운동 더 하는 70대 이상, ‘노년 건강혁명’은 왜 시작됐나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작은 공원,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73세 김성희 씨는 만보기를 손에 든 채 힘차게 걷기 시작한다. 공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책로에는 김씨처럼 운동복을 갖춰입고 걷거나 가볍게 달리는 70대와 80대 이웃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은 한 시간쯤 이른 아침 공기를 마시고 집에서 간단히 고기를 구워 단백한 아침밥을 챙긴다. 점심에는 채소와 쌈을 곁들인 돼지 불고기를, 저녁에는 소고기 수육이나 닭가슴살구이를 식탁에 올리며 건강을 챙긴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 식탁에 아침보다 죽과 밥, 간소한 반찬이 놓이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노년의 삶을 다시 쓰고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층에서 단백질 섭취와 신체 활동량이 모두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6년부터 2025년 사이 70대 이상에서 육류 섭취량은 무려 28% 가까이 증가했고, 주 3회 이상 스포츠 시설 이용률·걷기 실천율 등 신체활동 수치 또한 10년 전보다 2배 넘게 뛰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노인의 고기 섭취가 건강에 오히려 이롭다는 최신 연구, 근감소증 예방과 삶의 질 개선,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한 운동의 필요성이 꾸준히 강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두 아들을 키워낸 뒤 늘 몸이 쇠약해졌다고 느꼈던 78세 이경자 씨는 요즘 한 달에 몇 번씩 지인들과 삼겹살집에 간다. 그는 숨을 내쉴 때마다 힘이 생기고, 근력이 오르며 동년배와의 소셜 모임도 더 활발해졌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 노년층의 공통점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일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고기는 무조건 피하라던 시절엔 힘이 없었는데, 운동하고 먹으니까 아침이 다르다”는 말 속엔 도전의 서사가 깃들어 있다.

노인 건강관리의 인식 변화에는 가족과 젊은 층의 영향도 크다. 며느리, 아들딸들이 ‘치아 걱정 없이 잘게 썰어드리고, 소화에 좋은 조리방법’을 고민하며 부모님 식탁에 변화를 준다. ‘지금 먹고 즐겨야 행복하다’는 가족들의 권유가 몸과 마음의 두려움을 녹였다. 한편 노년층 사이에 퍼지는 ‘함께 운동하기’ 문화도 눈에 띈다. 동네마다 점차 늘어나는 시니어 휘트니스 센터, 구민회관 스포츠 수업은 활기 넘치는 노인들의 새로운 일상을 담고 있다. 강남 70대 여성 수필 동호회에서는 운동 기록을 공유하며 “나이 들수록 더 뛰자, 더 웃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변화의 물결 뒤에는 역시 건강정보의 변화가 있다. 한국영양학회와 질병관리청 등 전문기관에서 ‘비만보다 근감소증이 노인기에 더 위협적’이라는 경고를 내놨고, 체중을 이유로 한 무작정 절식 대신 ‘정상체중 유지와 함께 매 끼니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선 70세 이상 노인 남성의 1일 단백질 섭취량이 2015년 56g에서 2025년 72g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국제 지침(1kg당 1~1.2g)의 권고에 근접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변화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그늘이 있다. 구매력 격차, 사회적 소외로 인해 건강 식습관·운동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이 존재한다. 도시와 농촌, 저소득층의 고기 섭취 격차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육류 가격 인상 및 수급불안’과 같은 경제적 문제도 노인 건강정책의 과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한 음식과 운동 기회가 모든 노인에게 고루 제공되어야 ‘노후의 건강 혁명’이 완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민재 기자는 2000년대 초부터 초등 돌봄 현장과 노동현장, 그리고 노인 일자리와 복지의 현장 취재를 통해 인간적 삶의 변화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밀착 취재해왔다. 기자가 만난 현장에는, 고기를 더 먹고 더 움직이려는 노인들 곁에 언제나 자식과 가족, 동료 이웃의 힘이 함께 있었다. 돌봄과 참여, 식탁과 운동이라는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변화가,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은 물론 한 세대의 풍경까지 바꿔놓는다. 건강한 노후란 무엇인가. 의학 정보, 제도만큼 주변의 손길과 사회적 배려, ‘절대 늦지 않다’는 용기가 쌓여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고기 한 점을 씹으며 씩씩하게 한 걸음 내딛는 어르신들의 용기, 그 곁에서 응원하는 가족들의 따뜻함이 우리를 더 건강한 사회로 이끌고 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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