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상] 딥티크, 성수 골목에 ‘고대 목욕탕 무드’ 바디 컬렉션 팝업을 열다
파리지앵 감성의 대표주자, 향수 브랜드 딥티크가 이번엔 성수에 새롭고 낯선 바람을 불어넣는다. 고대 목욕탕 문화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바디 컬렉션 팝업스토어가 오는 주말부터 성수동의 트렌디 골목 한가운데를 휘감는다. 목욕이라는 의식적 경험을 ‘향’과 ‘패션’의 결합으로 재해석한 점이 인상적인 이번 팝업은, 딥티크 특유의 섬세한 취향 저격력과 꾸준히 진화하는 럭셔리 퍼스널 케어 시장 트렌드를 동시에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이번 팝업에서 선보이는 신상 바디 컬렉션의 정체성이다. 네로리, 로즈, 라벤더, 베티버 등 그리스·로마 고대 혼욕장의 이미지를 소환하는 플로럴&허벌 계열의 향기들은, 단순한 청결을 넘어 감각의 레이어드를 경험하게 한다. 그 매개가 바로 ‘목욕’이라는 일상적 행위임은 물론이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신전의 기둥, 화려한 대리석 문양, 그리고 수증기가 오락가락하는 로만배스 분위기를 가득 품었고, 미니멀리즘보단 과감하고 시각적 오마주가 느껴지는 디테일이 곳곳에 살아 숨쉰다. 향수 브랜드의 팝업은 자주 있지만, 이번 딥티크의 바디 컬렉션 행사는 ‘체험형 부티크’의 교과서라 해도 좋을 만큼, 감각을 적극적으로 자극한다.
트렌드의 최전선, 성수동이라는 입지 선정도 절묘하다. 최근 몇 년간 성수는 스트리트 패션의 실험장, F&B 문화의 도화지, 그리고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힙’플레이스로 자리잡아왔다. 이런 물결 속에 번뜩이는 딥티크의 행보는 그저 우아한 프리스티지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Z세대-밀레니얼들의 감각 습관까지 재정의하려는 듯하다. 이번 팝업에서는 간편리필 바디워시-숍바-헤어&스킨오일 등의 라인뿐만 아니라, 체질·활동성에 따른 맞춤형 퍼스널룸 추천, 그리고 폴더블 바디백 등 한정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말랑말랑한 경험이 뒤섞인 신상 컬렉션 전개가 꽤 영민하게 느껴진다.
국내외 여러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체험’ 마케팅에 올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2024년 이후 프라다 뷰티, 샤넬 넘버원, 조말론 런던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은 각각 자체 스크린룸, 퍼스널랩, 꽃시장 콘셉트 팝업 등을 내세워 ‘한 번 다녀가면 그냥 스쳐가지 않는’ 공간 연출에 힘을 실어왔다. 브랜드 공식 SNS와 인스타 릴스,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들의 발빠른 현장 리뷰가 소비 결정을 자극하면서, 오프라인 체험형 마케팅은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된 셈이다. 딥티크 역시 이 공식에 빠르게 합류, 이번 성수 팝업에서 쾌적함과 상상이 결합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
또한 전통과 동시대 취향이 교차하는 기획력도 빼놓을 수 없다. ‘고대 목욕탕’에서 착안해 촉각·후각·시각이 한데 어울린 팝업 공간은, 바디케어를 넘어 생활 전체에 관능적인 루틴을 제안한다. 관능의 본질을 강조하면서도 트렌디&쿨한 이미지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균형감각, 그리고 꾸준한 친환경 포장 및 재생 용기 적용은 최근 지속가능성 이슈에 민감한 젊은 MZ세대의 취향도 꿰뚫는다. 실제 팝업 현장에는 텀블러 증정, 리필 스테이션, 일회용 포장 최소화 등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그린캠페인이 곁들여져 있다.
반면, 최근 들어 ‘팝업’이 과도하게 홍보성·이벤트성에 치중되어 신선함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딥티크 팝업은 단순 먹고 찍는 공간이 아닌, 내 몸에 직접 닿는 향기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른바 내면의 감각까지 자극하는 내러티브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화된다. 핵심 메시지는 ‘나만의 루틴, 나만의 향’을 스스로 발견하는 주체적 경험. 이는 최근 뷰티·패션계를 관통하는 셀프케어, 웰니스, 개인화 소비의 키워드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새로운 시즌, 새로운 습관. 그리고 그 모든 변주의 중심엔 역시 패션과 향이 있다.
국내 패션산업에서 ‘체험형 마케팅’은 이제 마케팅의 옵션이 아닌 필수다. 오프라인 재작동의 신호탄이자, 매력적인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는 핵심 툴로서 작동한다. 딥티크의 실험이 보여준 건, 공간・방문・제품 그 이상의 브랜드, 그리고 경험을 수집하는 신세대 트렌드의 집합체라는 점이다. 이번 가을, 단순한 바디 컬렉션 그 이상을 넘나드는 감각 확장의 계기가 될지 시선이 집중된다.—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