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분석] 빅3 대신 강상재의 3점슛, 개막전 극적 드라마를 쓰다
2026-27 KBL 개막전, 원주DB와 고양소노의 맞대결이 만들어낸 스토리는 ‘빅3’가 아니라 강상재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경기를 앞두고 언론 대부분이 눈길을 준 선수는 저스틴 녹스, 허웅, 김종규 등 DB의 ‘빅3’였으나, 그 서막을 뒤집은 인물이 바로 강상재였다. 농구는 오롯이 슈퍼스타의 게임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던 밤이었다. 시종일관 소노의 조직적인 수비에 맞서 고전하던 DB. 3쿼터 중반까지 줄곧 끌려가던 분위기가 강상재의 3점슛 한 방에 전환됐다. ‘승부의 추가 한순간에 옮겨졌다’는 농구 속담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경기 초반 DB의 공격 템포는 다소 처지며, 소노의 트랜지션과 외곽 압박에 밀려 다득점에 실패했다. 특히 페인트존에서는 이대성-김효범 콤비를 앞세운 소노가 유리했다. 하지만 DB 벤치는 빠르게 선수 구성을 바꿔 대응했고, 돌파 대신 외곽에서의 기회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빅3라 불리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강상재의 에너지가 코트를 지배했다. 3점슛이 한두 개 들어가며 DB 동료 전체가 살아났다. 4쿼터 초반 추격의 불씨를 당긴 것도, 후반부 동점 상황에서 가장 굳건하게 라인 바깥에서 슛을 시도한 것도 강상재였다. 그의 볼 오프 무브먼트와 패스 타이밍은 최근 몇 시즌 중 가장 얄미운 수준의 공간 활용을 보여줬다. 소노 역시 에이스 자밀 워니의 골밑 집념, 이정현의 과감한 돌파로 맞섰다. 두 팀이 서로 한 점씩 주고받으며 리딩을 뒤바꾸는 장면이 반복되었고, 체력소모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때 강상재의 쐐기 3점. 그 한 포지션이 사실상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수비수 한 명을 스크린 활용으로 흔든 뒤 정확히 45도에서 날렸고, 네트를 가른 순간 DB 벤치와 홈 관중 모두가 폭발했다. 이 한 방은 단순한 점수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올 시즌 DB가 ‘예측 불가 농구’로 거듭났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소노는 타임아웃을 활용해 반격을 노렸지만, 이미 경기 흐름은 완전히 뒤집혔다. DB의 모션 오펜스가 살아나며 소노의 압박 디펜스를 무력화했다. 허웅과 녹스는 팀 디펜스와 리바운드에서 효과적으로 서포트했고, 김종규의 블록슛도 결정적 순간 빈틈을 막았다. 결국 경기는 DB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 통계로도 강상재의 3점슛 성공률이 이날 DB의 승리를 좌우하는 X팩터였음이 드러난다. 속공 전환 후 외곽에서의 득점 장면은 DB 농구 스타일이 한 차원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노 입장에선 문경은 감독이 경기를 쥐락펴락했으나, 막판 2-3 디펜스 로테이션 허점을 노출하며 뼈아픈 한 수를 배웠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날 경기는 강상재 개인의 퍼포먼스를 넘어, 한 팀이 어떻게 예상을 깨고 위기에서 흐름을 거머쥐는가라는 농구의 본질을 집약한 순간이었다. 강상재의 슛 타이밍, 코트 전체를 활용하는 움직임, 그리고 한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 심리적 강인함이 베터런다운 리더십을 증명했다. 우승후보 DB는 결국 선수층의 다양성과 코칭스태프의 전략 변화로 한층 폭넓은 농구를 구현했다. 팬 기대 이상의 한판이었음은 분명하다. 동시에 소노는 단순 기량 문제가 아니라 순간 집중력과 세트플레이 완성도가 아쉬웠던 경기를 치렀다. 개막전부터 드러난 DB의 윙맨 파워, 그리고 강상재라는 단일 구심점의 등장은 KBL 코트에서 시즌 내내 다양한 전략적 변수의 출현을 예고한다. 표면만 보면 소노가 내준 경기 같지만, 내면적으로 빅3 외에도 팀 승부의 판도를 흔드는 변수들이 존재함을 알린 한 판이었다. 농구 팬들이라면 올 시즌 코트 위 숨은 주인공들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