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중심에서 드러난 변화와 반전, K리그1 대전-전북전 전술의 묘미
9일 저녁 K리그1 경기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이 전북 현대를 2-1로 역전하며 팬들에게 뜨거운 드라마를 안겼다. 올 시즌 내내 강호로 꼽혔던 전북은 특유의 압박과 조직력을 앞세워 전반 주도권을 쥐었으나, 대전의 후반 전략 변화와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에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같은 날 인천 유나이티드는 포항 스틸러스를 3-0으로 완파하며 또 다른 이변을 연출, 상위 스플릿 생존 경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전북의 시작은 늘 그렇듯 확고했다. 이영표 감독 체제 아래 포백과 미드필더 라인의 유기적 패턴 플레이, 그리고 골문 앞 차단 능력은 K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날 역시 중원 장악과 측면 침투를 반복하며 대전의 진영을 공략했다. 그러나 대전 이민성 감독은 압박 해제를 위해 역습 전술을 전면에 내세웠고,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부터는 빌드업 시작점 자체를 아예 후방으로 내린 ‘지연 역습’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의 중앙 미드필더, 특히 22세 이하 젊은 선수들의 활동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U-22 카드의 적극적 활용과 4-2-3-1 변형은, 전북의 전력분석팀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지점이었다.
대전은 먼저 실점하긴 했지만, 후반 들어 무게 중심이 확실히 올라갔다. 이날 대전의 결정적 승부수는 후반 20분경 투입된 공격형 미드필더 한동현의 패스 방향 변화였다. 기존에는 투톱 사이드에 공이 집중됐다면, 이날은 후반 중반 이후 중앙 침투와 순간적인 2선 침투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골키퍼에서 중앙 센터백, 그리고 절묘하게 벌려둔 윙포워드로 빠지는 패턴이 전북의 압박 라인을 무력화시켰고, 이 과정에서 전북 수비진은 수차례 위치 혼란을 겪으며 실점을 허용했다. 이는 최근 EPL과 분데스리가에서 유행하는 ‘센터백 커버 앤 스위치’가 K리그 현장에도 잘 이식된 좋은 사례다.
물론 전북도 반격에 나섰다. 교체카드를 통해 중원을 재정비한 후 박진성의 크로스와 이승기의 슈팅이 이어졌지만, 대전의 수비진은 느슨한 구간에서도 뒷공간 리커버리가 돋보였다. 특히 대전의 풀백 김범수는 두 차례 혼전 상황에서 룸 커버(위치정립 수비전술)로 실점 위기를 넘기며 승리의 숨은 주인공이 됐다. 대전 골키퍼 김준형의 슈퍼세이브도 고비마다 팀을 구했다. 여기에, 대전의 빠른 역습과 공간 창출능력은 올 시즌 팀컬러로 자리잡았다. 이는 단순히 선수 개인의 역량이 아닌, 전술적 전환점에서의 과감한 도전이 가져온 결과다.
전술 비교 관점에서는 ‘기동력 대 조직력, 속도 대 압박’이 정면충돌한 흐름이었다. 대전은 상대적으로 전술적인 변형(플랜B, 후반 공격스위치)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왔고, 체력저하 국면에서 오히려 선제공격과 공간 침투로 역전의 빌미를 마련했다. 반면 전북은 노련함과 압박, 패스 웍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하다가 세부 전술 응용에 대한 반응이 느렸던 것이 뼈아팠다. 대전은 수비 뒷공간 활용과 투입 타이밍 조절, 미드필더의 ‘폴드업’(윙과 전방 중간 지역으로 이동)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천의 경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포항을 완파한 인천은, 유기적 압박과 공간 활용의 교과서를 보여줬다. 전반부터 적극적인 하이프레스를 통해 포항의 중앙 빌드업을 끊어냈고, 미드필더간 거리유지와 2선 침투의 완급조절이 인상적이었다. 인천은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에너지 레벨을 끝까지 유지했고, 효율적인 패스와 빠른 공격 전환으로 포항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이런 형태의 플레이는 최근 유럽 무대에서도 평가받는 “클린시트+하이킥오프” 전술에도 부합한다.
결국 이번 경기는 K리그에서 전술의 다양성, 선수 데이터 기반 변화, 그리고 준비된 감독들의 과감한 시도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또 한 번 보여준 날이다. 대전의 역전승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전략적 준비와 순간적인 응용의 우승이었다. 반면 전북과 포항 같은 이름값 빅클럽도 한 순간 흐름에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이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시즌, 각 팀의 승부수와 전술 변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K리그의 흥행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