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크로아티아 대통령의 면담, 전략적 공감대를 넘어 실질적 외교 진전 가능할까

조정식 국회의장이 2026년 10월 10일 크로아티아의 조란 밀라노비치 대통령을 공식 면담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외교 의례를 넘어 한-크로아티아 양국 간 정치·경제 및 협력 의제 확장, 유럽 내 외교 다변화의 전면에 한국 국회의장이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동유럽과 발칸 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고 있고, EU 내부에서도 신안보질서와 경제·기술동맹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면담의 실질적 메시지와 파급력은 간과할 수 없다.

조정식 의장은 이날 크로아티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양국의 미래 협력에 대한 의지와 경제·문화적 교류의 심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아티아는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그 전략적 중요성은 최근들어 크게 부상하고 있다. 2024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근 발칸 지역 내 정치 불안정, EU 동진 정책 등으로 크로아티아의 지정학적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로아티아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모두에 가입한 몇 안 되는 발칸 국가로서, 한-EU 협력과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로도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 의제가 논의됐는지는 외교적 관례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와 국회가 역점을 두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및 경제안보 실현, 그리고 신흥시장 진출 다변화 정책과 맞물려, 조정식 의장의 이번 행보는 명확한 전술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크로아티아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인프라 구축, 디지털 전환과 같은 분야에서 적극적인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있기에, 한국의 첨단산업 및 스마트시티 기술 진출 가능성도 생생하게 제기된다. 과거에는 한-크로아티아 교역 및 교류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양국 교역 규모는 10억 달러를 넘지 못하지만, 자동차, 조선,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초기 협력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구조적 확장이 기대된다.

동시에 이번 회담은 외교적 신뢰 구축을 통한 정치적 자산 확보라는 의미도 중시된다.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 내 국가 간 갈등 완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EU 내 중소국 연합 및 ’16+1 협력체(중국-동유럽 16국 협력체)’ 등 다자 외교 활동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한-EU, 한-NATO 협력 의제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크로아티아의 적극적 우호와 실무적 신뢰가 필수적임을 감안할 때, 이번 조정식 의장의 차별화된 외교 접근법은 최근 유럽 내 한국의 위상 제고와 정확히 맥을 같이한다.

다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서, 이후 정책적 후속 조치와 입법·행정 연계가 요구되는 현실적 과제가 뚜렷하다. 지난 2년간 한-유럽 각국 의회 교류가 빈번해졌고, 복수의 상호방문 및 공동성명 채택이 이뤄졌지만, 해당 외교 결과물이 단기적 이벤트에 머문다는 비판도 지속 제기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회담 이후 양국 간 실질 투자 증대, 기술 교류 확대, 글로벌 규범 관련 공동 이니셔티브 등 구체적 실천 방안이 곧이어 실행되어야만 이번 면담의 현실적 무게감이 확증될 것이라 강조한다.

더욱이 최근 경제외교나 과학기술협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이번 회담이 단일한 외교 의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관 파트너십, 논의된 아젠다의 구체적 추진 체계, 의회의 예산·입법 권한을 활용한 빠른 성과 창출까지 이어질지에 전문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기업이 동유럽 시장에서 경험한 규제 환경, 인력 접근성, 현지 사회적 리스크 등의 여전한 과제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또 한편에서는 크로아티아가 최근 자국 내 인플레이션, 청년실업 등 사회·경제적 도전에 직면하면서, 동아시아 국가와의 기술·교육 교류를 통해 경제 혁신을 모색하려는 정책 방향성이 노출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역시 내수 한계와 미·중 기술 및 공급망 블록화 속에서 중·동유럽 신시장 개척의 틈을 파고드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여러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거시 전략’ 차원의 한-크로아티아 파트너십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구체적 협력투자 또는 첨단산업 연계사업의 런칭 등 목에 걸린 가시적 결과 도출이 절실함을 강조한다.

최근 해외 주요 외신들은 동아시아-발칸 지역 간 복수의 전략적 대화 채널이 복원되고 있다는 점과, 이 과정에서 한국이 스스로 중재자이자 첨단산업 파트너 국가로서 실제적인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초입에 진입했다는 점을 상기에 두고 있다. 즉, 조정식 의장의 크로아티아 대통령 면담은 단기적 뉴스거리라기보다 향후 EU-동아시아 그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한-크로아티아 간 실질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이번 회담도 결국 반복되는 상징 외교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행사 이후 경제외교, 단체 방한, 실증 프로젝트, 공동 투자펀드 등 실물 영향력이 나타날 경우, 대한민국의 유럽내 전략적 포석이 한층 명확해질 수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은 앞으로 양국 입법부·행정부의 역할, 그리고 현장 기업 및 시민사회의 후속 대응에 달려 있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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