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제2수도 구상, 구체성 없는 선언에 지역사회 우려 고조

세종시가 ‘제2수도 시대’를 선언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2026년 10월 13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행정수도 완성의 명분을 넘어 실질적 제2수도권으로의 위상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부처는 도시 기능 확대, 정주환경 개선, 경제자족성 강화, 기반시설 확충 등 4대 분야 20여 개 추진과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이행을 위한 세부 일정과 권한 분배, 재정 계획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설명은 미흡했다. 해당 브리핑 이후 지역사회, 법조계, 정책 관계자들은 일제히 ‘구체적 로드맵 부재’와 ‘정치적 선언의 반복’이라는 점을 짚고 있다.

2026년 하반기 들어선 새 정부 역시 세종시의 위상 강화를 여러 차례 언급해왔으나, 실제 국회와 부처 완전 이전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에 추상적 청사진만 거듭 제시한 결과, 인구 성장세는 둔화되고 오피스 중심 업무시설 신축은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수도 기대감’ 외엔 뚜렷한 수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시각은 엄중하다. 시의회 및 시민단체들은 지난 수년간 매년 반복됐던 ‘행정수도’ ‘국회완전이전’ 구호에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가균형발전 이슈를 재점화하려는 의도, 그리고 수도권 집중의 구조적 문제 완화를 위한 상징적 카드로 ‘제2수도’ 담론이 소환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은 임기 변동, 재정여건 등으로 수차례 연기됐으며,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역시 공사 속도-입법 권한 이관 등 후속 조치가 지체됐다. 이런 구조적 지체가 반복되며 세종시의 실질적 권한 강화 혹은 수도 기능 이양은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서만 오르내리는 형국이다.

사법·행정계의 시각은 보다 냉정하다.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은 세종시가 진정한 제2수도 역할을 하려면 입법, 사법, 행정 권력 분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단순한 청사 신축, 기관 분산만으로는 정치적 수도라는 상징성을 넘어 실효성 있는 위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또한 서울권 및 기존 수도권의 이해관계, 정치권의 현안 계산이 맞물리며 실질 이전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조직법, 국회법 등 개정 없이는 세종시의 행정·의정 중심지화를 말할 수 없는데, 최근 2년간 관련 입법은 패스트트랙조차 오르지 못했다.

한편 국토균형발전 위원회 및 각종 연구기관은 ‘제2수도’ 담론의 명확한 단계별 목표와 면밀한 행정계획안, 그리고 효과 입증을 위한 중장기 평가체계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역사회의 공감 확보 없이는 대규모 재정 투입도, 인프라 조성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려 또다시 방향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행정부의 구상 발표-여론 환기-지속적 무산이라는 패턴을 반복하는 동안, 세종시가 겪는 부동산 가격 불안, 지역 경기 침체, 인구 유입 둔화 등 후유증은 장기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자족 기능 강화 및 전략산업 육성 등 중장기 비전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예정된 기관 이전 일정·예산 확보·권한 분산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족 기반 없는 수도 선언은 또 다른 ‘상징’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경고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역사회에서도 현 정부·국회에 사회적 합의와 법적 실행력 확보를 위해 보다 명확한 일정 공표, 예산 연도별 집행계획, 권한 조정 시한 선언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4년 이후 반복된 ‘행정수도’ 담론처럼, ‘제2수도’ 역시 단순 구호로 흐르지 않기 위해선 행정-입법-사법의 권력 분산, 즉 실질 권한이전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투명한 로드맵 제시와 현실적 조정이 필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