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 3040 소비 트렌드…아끼고, 따지고, 신념으로 고른다 ②

3040세대의 소비 라이프가 달라졌다. 한때 ‘지름신’이 강림하면 한 번에 결제 버튼을 누르던 이들이 이젠 꼼꼼함과 신념을 품고 선택한다. 최근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이른바 ‘지갑을 꺼내는 순간’ 자체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 3040 소비자들은 단순히 할인률 높다고 무작정 지르지 않는다. 브랜드의 철학, 생산 과정, 누가 만들었는지, 무엇이 들어갔는지까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다. 무엇보다 ‘가성비’와 ‘가심비’, 그리고 ‘나만의 가치관’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

패션 시장에선 예전의 트렌디한 브랜드 대세에 변화가 왔다. 요즘 30대, 40대들은 SNS에서 뜨는 바이럴 제품에만 끌리지 않는다. 한정판이나 협업 상품, 친환경 소재, 로컬 브랜드처럼 자신만의 눈높이를 맞춘 아이템을 찾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3040을 핵심 타깃으로 내세워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생산을 고리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티셔츠 하나를 고를 때도 면이 어디서 났는지, 포장에 플라스틱이 얼마나 적은지, 디자인은 오랜 시간 써도 질리지 않는지 꼼꼼하게 비교한다. 그 결과,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매출이 2년 전보다 35% 이상 증가했고, 리뷰 수와 신뢰 등급도 함께 뛰었다.

이 신중한 소비는 ‘최소한의 사치’를 즐기는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명품이라도 충동구매는 NO. 꼭 필요한 아이템, 진짜 클래식한 디자인만 선택지에 올려두고, 직구나 중고마켓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게 평범한 풍경이 됐다. 한 30대 직장인은 “예전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었는데, 요즘은 쓸모 없는 지출이 진짜 스트레스”라며 “괜찮은 값에 오래 쓸 수 있는 브랜드, 합리적인 소비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명품업계의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줬다. 독점·고가 전략의 브랜드보다, ‘현실적인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조용한 명품’이 인기를 끈다.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 예를 들면 주방용품, 스마트 가전, 인테리어 소품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하면서도 디자인과 감성을 충족시키는 아이템들의 매출이 함께 뛰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브랜드, 내가 지지할 만한 스토리야?’가 구매 기준이 됐다는 것. 실제로 환경·윤리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ESG경영 등 브랜드의 신념, 캠페인 활동, 기부 내역 등까지 파고드는 이들이 많다. “나는 이런 브랜드를 입는다”가 곧 자기 신념과 취향을 표현하는 시대다. 패션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브랜드에게 던지는 질문 리스트가 늘었고, 기업들은 이에 대한 답변을 패키징부터 SNS 소통, 기부 행사 등에서 적극 내놓는다. 최근 3040을 겨냥한 국내 신생 패션 브랜드 중 일부는 홈페이지에 가보면 원자재 조달 과정과 친환경 파일럿 스토리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피해갈 수 없는 현실, 그건 역시 가격이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생활비 부담으로 ‘꼼꼼한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소비 흐름의 큰 그림에도 변화가 일었다. 소유가 아니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 구독형 서비스에 대한 선호,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남은 것은 공유 또는 리세일하는 습관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미 온라인 중고마켓, 프리미엄 리세일 플랫폼의 트래픽 역시 전년보다 45% 늘었고, 이들의 주력 고객이 3040대임을 감안하면 이젠 ‘소비=구매+재선택+순환’ 공식이 하나의 기본값으로 자리잡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지나가듯 보이는 ‘지출 플로우’에도 변화가 있다. 카드 실적, 적립 포인트, 제로 웨이스트, 반려동물 친화성, 그리고 워라밸까지. 다양한 관심사가 결합해 내 소비생활에 딱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찾으려는 탐구생활이 버릇이 됐다. 맞춤형 서비스, 개인 큐레이션, 한정판 NFT, 리미티드 콜라보 아이템 등은 3040대만의 ‘깊은 덕질’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잇템’의 시대란, 누가 사느냐 보다 결국 ‘왜, 어떻게, 만족스럽게 고르는가’의 문제다.

한편 이 트렌드는 패션 산업뿐 아니라 푸드마켓, 웰니스, 문화 콘텐츠, 라이프테크 등 전방위 산업에서 ‘우리만의 잣대’를 갖는 행동으로 확산 중이다. 브랜드 입장에선 더 투명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3040의 까다로운 신뢰 레이더를 넘어서야 한다. 이젠 내 지갑을 여는 기준이 트렌드보다 내 신념, 내가 만든 소비 공식을 덧입혀서 ‘업그레이드’되는 시대. 그만큼 의식적인 쇼핑이 다음 시즌 패션계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가 아닌, 취향과 신념의 조합이 만드는 소비 혁명. 매일이 소비자 리허설 무대인 3040, 이들의 새로운 쇼핑신공이 앞으로의 시장을 어디까지 바꿀지 더 지켜봐야 할 때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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