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양주, 책을 만드는 교실: 읽기에서 쓰기로 꽃피운 ‘함께 성장’의 씨앗
경기도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이 교사·학생 작가가 직접 펴낸 책을 통해 지역 학교에 새로운 독서문화를 불어넣고 있다. 흔히 도서관에만 머물러 있는 ‘책 읽기’의 차원을 넘어서, 학생과 교사가 직접 글을 쓰고 책을 엮는 과정 자체가 마을과 학교, 교사와 학생, 가족과 지역을 잇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어떤 아이는 생애 첫 책의 필자가 되어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자랑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다. 한 교사는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교육 현장의 고민과 감동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깨달음을 나눈다. 독서의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창작자로 변하는 이 과정에는, 누구나 모두 자기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작지만 강한 교육 철학이 숨겨져 있다.
2026년에도 독서문화가 위축된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스마트폰과 영상매체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실제로 대한민국 학생의 독서량은 지난 5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교육부 통계가 있다. 학교 안팎에서 “책을 손에 쥐지 않는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하지만 동두천양주에서는 좀 다르다. 지난해부터 ‘교내 작은도서관 활용 활성화 프로젝트’와 ‘함께 쓰는 우리 이야기’ 사업이 펼쳐진 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역 초·중·고등학교 19곳 1,500여 명이 학생 작가로 참가해 각자 책을 집필했다. 그 결과, 한 해 동안 세상에 나온 동두천양주 학생 작가의 책만 70여 권. 단순히 글만 쓴 게 아니다. 표지 디자인, 타이틀 선정, 편집, 친구들의 응원문까지 학생 스스로 만들어간다. ‘동두천양주 교육의 진짜 기적은 글쓰기에서 싹튼다’는 말도 나온다.
교사의 역할도 달라졌다. 이전처럼 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함께 집필하고 토론하며 진짜 이야기를 꺼내게 이끈다. 실제로 동두천관내 한 중학교의 신유라 교사는 “책을 함께 만들어가며 아이와 교사 모두 성장하는 데 놀라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2학년 김세린 양은 “내 글이 책으로 묶이고,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안 믿긴다”며 “다음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단지 교실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책 출판을 계기로 학부모가 자녀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과 소속감을 얻는다. 지역 도서관과 연계해 출간기념 북토크, 작가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아이를 둔 주민 박진숙(41)씨는 “우리 아이가 쓴 글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학교를 믿고 맡기길 잘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학교가 촘촘히 엮여 책을 매개로 소통의 길을 연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시도다. 타 지역에서도 ‘학생 작가 출판 프로젝트’는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 자기효능감 증진, 사회적 연결망 확대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도 확인된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그러나 전국의 전체 학교로 확산하기까지 넘어야 할 벽도 많다. ‘출판’이라는 상징적 구호에만 집착해 표면적인 성과에 머무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책 한 권 내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냉소적 시선도 여전하다. 소재와 주제, 표현의 자유, 실질적 글쓰기 피드백, 후속 독서로의 자연스러운 연결 등 구조적 개선이 꾸준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함께 쓴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서툰 글도 소중하게 품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수다.
한편, 전문가들은 창작 중심 독서교육이 장기적으로 민주사회 역량 강화 및 사회 구성원의 공감능력, 표현력, 성장욕구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동두천양주 사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우리 이웃의 목소리, 교실 안팎 평범한 삶의 이야기들이 책을 통해 확장될 때, 사회가 더 따뜻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책에 담긴 아이들의 단편적인 추억, 가족 이야기, 친구들과의 갈등까지도 모두 귀한 삶의 기록이 된다. 글은 그저 과제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또 다른 복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진짜 교육’은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 지역의 작은 학교, 한 구석진 교실에서 시작한 책쓰기의 움직임이 세상 어디보다 크고 뚜렷한 울림으로 번져간다. 누군가의 글이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되고, 변화의 씨앗이 된다— 그 작고 조용한 감동이 우리 사회에 더 넓고 단단한 희망의 토양이 되길 기대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