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혁신’ 드라이브로, 삼성의 개막 7연승은 우연이 아니다

2026 KBL 시즌, 삼성썬더스가 또 하나의 기록을 써내렸다. 기존 팀 역사를 새로 쓴 개막 7연승. 스포츠의 본질이 흐름 싸움임을 입증하듯, 현장에선 분위기가 누적된 에너지로 표출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이 보여준 전술적 패턴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농구에 ‘트렌드’라는 단어가 진짜로 어울리는 지점. 삼성은 강도 높은 수비 전환, 미드레인지 활용, 그리고 전방위 압박이 48분 내내 균형 있게 적용되는 시스템 농구를 실현했다. 반면 SK와 소노는 고전적인 2:2 플레이라기보단 역전 마지노선 유지에 더 집착한 모습이었다. 전통적 에이스 의존이 아니라, 주전-서브 조합 변주에서 승리를 만들었다는 게 확실한 카운터. 삼성농구의 ‘메타’라고 할 만하다.

사실 현장 취재진들도 경기에 앞서 삼성이 5연승을 넘을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다. 개막부터 꾸준히 승리해온 배경에선, 감독의 특정 전술보다 플레이어 간 연계와 실전 기민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김현수, 임동섭, 제임스 페이크 스크린 이후 약속된 결정타. 이게 몇 경기 반복되면서 상대들은 라인 바꿔 막기나 슬로우 모션 방어로 대응했으나, 다시 한 번 삼성의 빠른 리커버리와 그날그날 컨디션 변수가 이 약점을 극복하는 식이다. 7번째 승리까지, 잠재적 변수였던 트랜지션 수비력 약점은 점점 실체를 감췄다. 그 중심엔 선 수비, 후 트랜지션 공격의 미세 조율이 있다. 국내 선수들이 ‘2옵션’을 체득한 게 아주 크다.

SK와 소노 역시 이날 역전극을 만들어내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파이팅보단 전술의 틈새를 잘 노렸다는 평이 많다. 삼성은 상대편 스코어러의 컨디션 기복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3시즌동안 지적돼온 약점, 즉 경기 내 집중도 저하 문제를 노련하게 제어했다는 게 스탯으로도 읽힌다. 벤치에서 끌어올리던 높은 에너지와 주전 선수가 뒤풀이했을 때 떨어지던 균형감이, 올해는 확실히 보완됐다. 이에 따라 4쿼터 결정적 장면에서도 급하게 외곽 이타적인 패스만 고집하지 않았고, 센터 포지션과 포워드가 코트 전체를 넓게 활용하는 포지셔닝 게임으로 몰고갔다.

최근 KBL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초반러시’ 본능이다. 리그 평균 득점이 눈에 띄게 올라왔고, 그러면서도 강팀들은 탄탄한 수비 로테이션과 세컨 유닛 활용을 포기하지 않는다. 삼성이 독보적인 상승세를 만들 수 있었던 핵심은 ‘볼 없이 움직이는 선수들’ 때문이다. 패턴 관찰 결과, 페인트존 구석 깊고 넓게 파고드는 백도어 무브가 많았다. 반면 역전승 힘들였던 SK, 소노는 에이스 찬스 집중 배급-루즈볼 지르는 일반적인 플랜에 의존했다. 삼성은 이런 맞상대 플랜에 볼 핸들러 분산, 라인업 스위칭 등 변화로 대응하며 끝까지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KBL 무대가 점점 더 동적이고 젊어진다. 지금껏 베테랑 의존도가 컸던 팀들도 세대교체 압박을 강하게 체감하는 시기다. 이번 삼성의 연승 행진에서 확실히 달라진 건 ‘누군가의 활약’에만 기댔던 과거 방식 탈피. 콤비네이션 플레이 거쳐 새로운 빅맨 롤이나 신예들의 파이팅도 전력에 완벽히 융합됐다. 팀 전체의 평균 슛 성공률 상승, 즉 이탈 없이 모든 자원이 최적의 순간에 돌아간다는 신호다. 농구를 ‘5명이서 하는 e스포츠’라 할 만한 조직력, 이게 베이스가 됐다.

실제로 KBL 팀들 전체의 전술 흐름도 변한다. 최근 2년간 ‘스몰라인업 전성기’였다면, 이제는 높이와 속도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세. 현재 삼성은 이 변곡점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포지셔닝, 로테이션을 보여주면서 승리 공식을 만들고 있다. 올해 리그 판도를 볼 때, 삼성의 7연승은 단순 기록이 아닌 메타 변화의 상징. 특히 주축 멤버 간 체력 안배, 세컨 유닛의 임팩트, 감독의 쿨한 대처 등, 동시다발적 혁신 사례라고 봐야 한다.

이 단계를 지켜내는 관건은 앞으로의 ‘롱런’이다. 기존 강팀의 쫓기는 플레이가 아니라, 자이언트 킬러로 올라서는 느낌. 2026 시즌, 삼성은 힙하고 젊은 농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각인시키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메타 자체를 계속 끌고 나갈 수 있을지—KBL의 판도 예측이 한층 더 재밌어진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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