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 책임 공방과 구조적 침묵, 농식품부의 입장의 한계가 드러나다
2026년 10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농지 실태조사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책임 소재와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농지 실태조사 방안 추진이 ‘농지조사 장관 제안 아닌데… 대통령에 말 못하는 농식품부’라는 현재 기사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해당 정책의 핵심 제안자가 애초에 농식품부 장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도 대통령에게 이 사실이 명확히 보고되지 않은 채로 정책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부처 간 소통 부재와 정책 의사결정 시스템의 통제력 약화는, 단순한 정책 혼선 차원을 넘어 정부 거버넌스의 근본적 취약성을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여권 핵심부 및 농식품부 내부 다수 관계자 취재 결과, 농지조사 정책은 통상적으로 중앙정부에서 각 부처장관이 해당 정책 추진 책임을 명확히 하는 관례와 달리, 이번 사안에서는 정책 제안을 둘러싼 책임의 경계가 애매하게 처리된 채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실무 책임자와 정치적 결정권자 사이, 그리고 장관과 대통령 비서진 사이의 소통 단계에서 ‘정확한 제안자’에 대한 확인 및 보고 없이, 사실상 대통령의 승인이 이뤄진 셈이다.
이러한 절차적 공백은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 저하로 이어진다. 표면상으로는 해당 조치를 추진한 주체가 정부 고위관료 혹은 특정 부처장관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의 분산이 발생한다. 정책 추진의 실효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구체적 배경에는, 과도하게 ‘위임된 책임’ 구조와 이해당사자간 책임 회피 성향이 중첩돼 있다. 농식품부가 실제로 정책 제안자가 아니라는 점을 대통령에 명확히 전달하지 못한 이유에 관한 해석 역시 복합적이다. 정치적 부담 회피, 조직 내 견제와 상호감시 체계 미비, 고위 의사결정자의 정무적 리스크 관리 심리가 동시에 관찰된다.
이 사건의 근본 배경에는 한국행정의 전통적 병폐, 즉 ‘상명하복 체계’와 ‘불분명한 책임 구조’가 자리한다. 권한은 위계적으로 할당되지만, 실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묻지 못하는 ‘어정쩡한 권한 하부구조’는 반복적으로 정부 정책 전반에 오류와 혼선을 유발한다. 농식품부 내부 분석에 따르면, 담당 실국과와 장관 진영, 그리고 대외 협의 채널 사이에 실질적 문제 제기와 내부 경고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에게 정책 시행 과정 중 문제 소지가 있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측면이 현장 실무진 차원, 더 나아가 정치적 결단 책임층 모두에서 확인된다.
외부 시각에서 보면, 농지 실태조사는 부동산 투기 근절 및 농업 정책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 요구가 있었던 사안이다. 그러나 정책 추진의 세부과정과 실제 집행 단계에서 농식품부의 소극적 대응, 그리고 중앙집권적 지휘 계통 이외 민감 사안에 대한 수동적 태도는 논란 확산의 단초가 됐다. 최근 공공기관 혁신안과 감사 강화 국면에서 정부 조직 전반에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본 사안 역시 정책 과정상 ‘누가, 왜, 어떻게, 수용 또는 거부했는가’에 대한 해명이 뚜렷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정책 결정과 집행구조의 문제는 단순히 한 부처의 의사결정 문제를 넘어, 정부 전체 거버넌스 신뢰로 직결된다. 대통령실, 농식품부 간 연결 고리에서 사실관계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행정 책임성 약화와 정책 신뢰 저하, 정치적 부담의 전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2024~2026년에 불거진 일련의 비슷한 정책 혼선 사례들과 비교하면, 이번 농지조사 사안은 ‘정책 소통의 부재’와 ‘책임 회피’라는 체계적 취약성을 한 번 더 극명하게 노출시키는 시금석이다.
정부와 농식품부는 이번 사안을 공식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부의 정책 제안 및 보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앞으로 위계적 구조 내에서의 자율적 문제 제기와 상급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설명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 거버넌스의 본질이 ‘정책 책임성’에 있다고 본다면, 해당 사례는 부처-대통령 간 책임 소재 재정립 및 내적 경계 설정을 절실히 시사한다.
혼란스러운 농지정책 추진 과정과 기관 별 책임 논란은 결코 일회성 해프닝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 신뢰 확보, 정책 집행의 예측 가능성, 정치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까지 모두 연동되는 구조적 이슈가 지금도 여전히 정부 시스템 곳곳에 잠재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