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 34점 헤엄친 원주 DB, 창원 LG 격파…단독 4위로 질주

KBL 2026-27 시즌의 중반부, 원주 DB가 숨 가쁜 전개 끝에 창원 LG를 97-89로 격파하며 단독 4위 자리에 우뚝 섰다. 이번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알바노. 그는 이날 34득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자기 커리어 하이를 갈아치웠다. DB 전체 공격을 혼자 이끌다시피 한 알바노의 킬러 본능과, 이를 바탕으로 힘겹게 형성된 리드의 유지 과정은 경기 내내 스포트라이트였다.

초반 DB는 흔들렸다. 1쿼터 LG의 박찬희, 아셈 마레이의 인사이드 연계에 고전하며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알바노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활약으로 팀 공격의 중심축을 잡았고, 체력 부담을 아랑곳하지 않고 속공 전환시 잇단 3점포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후반 초반, DB는 수비 조직력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LG가 압박을 가하던 순간마다 코트를 길게 쓰는 점프 패스 구성과, 볼 없는 움직임, 트랜지션에서의 스크린 활용까지 선수 개개인의 판단력도 빛났다. 알바노가 투맨 게임에서 1차견제를 유발하며 외곽에 공간을 만들어줬고, 포워드진이 놓친 리바운드를 시원하게 소화하는 세컨찬스까지 결합되면서 팀 전체가 살아났다.

LG 역시 쉽게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이관희와 이승우, 마레이를 앞세워 3쿼터 중반까지 비슷한 점수차를 유지했다. 특유의 지역방어를 고집하기보다, 스위치 디펜스를 병행하며 DB의 강력한 돌파와 2대2 게임을 견제했다. 여기엔 마레이, 쏜튼 등 주축 빅맨들의 몸싸움이 디테일하게 끊임없이 들어가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그러나 이 경기의 분수령은 4쿼터, 알바노가 단독 드리블 돌파 후 속공을 성공시키면서 점수 차를 10점 이상으로 벌린 시점이었다. 이 순간 LG 수비는 한 번 더 흔들렸고, 에너지 레벨이 노골적으로 떨어지면서 코트 양쪽에서 공수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숫자만 보면 알바노의 34점에, 무려 8어시스트와 6리바운드는 물론 3점슛 5개 성공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숨겨진 MVP는 루미즈였다. 루미즈는 공격 효율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상대 주축 포워드와 매치업 때 매순간 리바운드 위치 선정·백도어 수비·세컨차징 등 작은 플레이를 확실히 소화했다. 실제 경기 막판 DB 팀은 LG의 강한 속공 시도마다 빠른 백코트와 세밀한 박스아웃, 그리고 지역별 로테이션까지 조직적으로 대응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런 수비 리듬 덕에, 빠른 페이스 전환과 동시에 상대 턴오버를 유도하는 장면이 4쿼터 집중적으로 드러난다.

창원 LG 입장에서는 팀플레이보다 의존도가 엿보인 이승우의 볼홀딩 시간이 독이 됐다. 포스트업, 컷인 옵션에서의 볼배급이 적절히 섞이지 못했고, 실책이 연이어 터지는 사이 DB가 템포를 높이자 점수차는 벌어졌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 무너진 외곽슛 성공률(17/42)은 시즌 내내 반복됐던 심각한 문제다. DB로서는 알바노 개인 의존이 커질 수 있는 위험요소가 분명하지만, 이날만큼은 김현호·허훈 등 국내 가드진의 분업과 교차 로테이션이 후반부 빛을 발하며 전체 스쿼드 감각도 함께 올라왔다. 리딩 ℓ라인에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배하고, 고른 득점원 확보를 통한 오픈찬스 창출이 추후 상위권 싸움에서 핵심이다.

현재 DB는 시즌 누적 14승 8패, 득실 차 +77로 4위 단독 선점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최근 7경기에서 5승 2패라는 강세 흐름이 인상적이다. 알바노가 폭발한 만큼, 상대 빅맨들과의 물리적 충돌에 의한 체력저하와 컨디션 변수만 잘 관리된다면, 포스트시즌 다크호스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기장은 끝까지 팽팽한 응원 속에 긴장감이 넘쳤지만, 마지막 파울 작전 상황에서 노련하게 시계를 소진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국내리그 가드의 개인 퍼포먼스와 외인의 사령탑 리더십이 맞물려 동행하는 DB의 향후 레이스, 상위권 도약을 위해 팀 밸런스와 부상 관리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알바노가 이날 보여준 야투 선택, 사이즈가 불리한 가운데 빈 공간을 파고드는 이타적 농구, 그리고 클러치 상황에서의 침착함은 단순한 기록 이상이었다. 팬들은 그 스피드와 포지션 센스, 팀 플레이의 균형을 직접 체감했다. 공격·수비 양면에서 펼쳐진 미세한 전술 싸움은 이번 시즌 KBL 경쟁 구도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창원 LG 역시 본연의 빠르고 강한 선수비 특성을 돌아보고, 오버 페이스보다는 한 템포 느린 게임컨트롤로 반등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매 경기마다 나타나는 부상·컨디션 난조를 버틸 선수단 전체의 힘, 그리고 리더의 순발력이 앞으로 원주 DB 시즌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선수단 응집력과 전술적 완성도의 분기점임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