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핑크·씨스타 훔쳐가더니···“K팝 몰랐다” 생떼
K팝은 세계 어디에 있든 눈에 띈다. 블랙핑크, 씨스타. 전 세계 음악차트를 부산스럽게 휩쓸었다. 이번엔 익숙한 얼굴들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K팝 아티스트의 콘셉트와 퍼포먼스가 해외에서 여전히 ‘참고’-아니, ‘도용’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뮤직 씬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멀리서 들려온 새로운 잡음. “K팝이 뭔지 몰랐다”며 도용 의혹을 부정하는 반응. 흡사 튀는 고무공 같다. 한 번 튕기고, 또 튄다.
사건은 이렇다. 한 해외 뮤지션이 블랙핑크, 씨스타의 히트곡 퍼포먼스와 의상, 무대연출을 거의 그대로 재현. ‘경의’일까, ‘모방’일까, 아니면 그냥 ‘복사’일까. 국내외 팬들뿐 아니라 K팝 관계자들도 놀랐다. 정작 해당 뮤지션 측은 “K팝? 잘 몰랐다”, “우연이다”라는 취지다. 디지털 시대, 레퍼런스는 전 세계가 열려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엔 이거, 타당할까?
비슷한 사례, 이미 많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레이디 가가도 동양적 콘셉트를 차용했고, 미국 오디션 방송에서는 우리 아이돌 안무를 번역기 돌리듯 재현했다. 그때마다 도용 논란이 들불처럼 번졌고, 누군가는 사과했고, 누군가는 “영감을 받았다”고 넘어갔다. 이번 사안은 유난히 불씨가 더 셌다. 왜일까? K팝이 그만큼 전 세계 콘텐츠 소싱의 중심에 섰기 때문. 과거, 동경의 대상이던 K팝이 이제는 “소스”로 취급된다. 익숙한 상황이지만, 익숙해서 더 씁쓸하다.
업계 반응도 복잡하다. “K팝이 전 세계와 소통하는 순간, 베끼기와 참고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명확한 크레딧 표기가 기본 예의”라는 지적. 실제로 국내 기획사들은 글로벌 지적재산권 강화 움직임에 분주하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여전히 미묘하다. 안무, 무대연출, 심지어 의상까지 저작권이 완벽히 보호받는 건 아니다. 어느새 ‘영감’과 ‘도용’이란 말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섞여 들어간다. 팬들은 SNS에서 짤방을 만들어 퍼뜨리고, 피드에는 “이건 선 넘었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번 일로 다시 떠오른 것은 ‘K팝의 세계화’ 그 이면. 글로벌 확장, 물론 즐겁다. 그렇지만 성공의 빛은 따라오는 그림자는 필연적이다. 과도한 모방, 창의에 독이 된다. 특히 블랙핑크, 씨스타처럼 유독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팀이 표절 의혹에 휘말릴수록, 오리지널 창작의 가치가 더 강조된다. ‘K팝 몰랐다’는 유명 뮤지션의 발언은 정당화의 언어가 아닌, 무책임의 또 다른 표현. 열려 있는 글로벌 스테이지에서도 최소의 예의와 상호 존중, 크레딧 표시는 이제는 기본값이 돼야 한다.
실제로 최근 유럽, 북미 음악씬에서도 아시아 음악적 요소가 확대 중이다.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이럴수록 오리지널을 찾아내고, 그 뿌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밝혀주는 태도가 중요해졌다. K팝은 더이상 아시아의 변방 콘텐츠가 아니다. ‘글로벌 파워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엔 책임과 존재감을 묻는다. 누가 누구를 따라했는지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될지—그게 앞으로 한참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 크레딧이 뭐냐는 시절은 지났다. K팝은 단지 무대 위 퍼포먼스가 아니라, 창작자와 팬, 그리고 문화 그 자체의 집합체이니까.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K팝의 존재감이 너무 커졌다. 그만큼 영향력도, 요구하는 예의도 커진다. 세계가 K팝을 본받으려 노력한다는 사실, 축하해도 되는 일. 그러나 딱 그만큼, 책임 있는 창작과 상호 존중이 더 요구된다. 다시 한번 크레딧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장면. 제발 이제는 “몰랐다”는 변명, 그만 듣고 싶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