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아이돌을 좋아해’, 이 조합 보셨어요? 뮤지컬 신작, 낭독공연으로 시동

마녀와 아이돌. 낯선 조합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둘이 만난다. 창작 뮤지컬 ‘마녀는 아이돌을 좋아해’가 오는 26일, 관객 앞에 낭독공연으로 첫선을 보인다. 엔터테인먼트계와 공연계가 도전하는 무대. ‘마녀’라는 환상적 소재와 ‘아이돌’이라는 현실 캐릭터를 한 무대에 올린 발상이 신선하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아이돌을 동경하는 마녀가 아이돌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각기 다른 세계. 하지만 꿈과 열정이라는 키워드는 닮았다.

최근 K뮤지컬이 너무 ‘웹툰 원작’에 치중하거나 ‘대형 해외작 리스테이지’에 치우친 흐름과 달리, 신작 창작의 신호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MZ세대 감성, 틱톡식 서사, 몽환적 콘셉트. 현장성·라이브의 힘을 강조하는 요즘 “낭독 공연”이라는 포맷 선택도 뚜렷하다. 과감하게 라이브 리딩을 내세웠다. 배우들이 스크립트 들고 무대 위, 대사와 곡만으로 매력 어필에 나선다. 일단 배우진 구성도 화제다. 요즘 드라마로 익숙한 신인부터 뮤지컬판 신스틸러까지 총출동. 기대치는 올라간다.

음악 부분도 예사롭지 않다. 통상 아이돌 소재 공연에선 케이팝 스타일 위주가 많은데, 본작은 오리지널 넘버에다 팝, 록, 레트로, 심지어 EDM까지 가미했다. 트렌디와 향수가 같이 깃든 구성. 실제 MZ 관객, 30·40 문화러버 모두를 겨냥한다. ‘요즘 뮤지컬’이란 이렇게 다양성을 몰입감 있게 실험하는 쪽으로 간다. 예매처 반응을 보면 이미 N차 관람러들, 공연 ‘덕후’ 커뮤니티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다. 티켓팅 오픈 전에 “컨셉만으로도 보고 싶다”는 반응.

그런데, “마녀의 아이돌 팬질”이라는 키워드는 많은 이에게 묘한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나일 수도, 내 친구일 수도 있다. 아이돌 좀 덕질해 봤던 사람, 혹은 ‘입덕’의 강렬함을 아는 사람. 대중문화 현상 논쟁이 매번 아이돌=상품, 팬덤=열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뻔한 공식에서 벗어나, 아주 평범한 ‘덕질’의 감정과 환상을 유쾌하게 포착했다. 사회적 시선이나 클리셰에 파묻히지 않고, 직접적으로 ‘덕질=꿈=응원’의 문법을 전면에 내건다. 비교적 최근 성황을 이룬 ‘팬레터’(뮤지컬)와 결 따르지만, 훨씬 더 오늘의 인터넷 밈과 SNS 감각을 담았다.

기존 공연계에선 이런 장르 혼합이 원래는 리스크로 분류됐다. 환상 vs. 리얼리티, 동화 vs. 대중음악—두 흐름 다 잡겠다는 시도는 양쪽 팬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 하지만 요즘 극장가 흐름은 “경계 넘기”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장르 무빙”이 자연스럽다. 최근 OTT 드라마, 가상 걸그룹, 아이돌 자체 제작 예능, 심지어 유튜브 웹뮤비까지 서사 경계가 빠르게 무너진다. 이 뮤지컬은 그런 ‘크로스오버’의 한복판에 있다. 공연장 무대 위에, 유튜브 클립, 숏폼 클립, 팬 메이드 영상까지 상상할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업 오픈 전, 낭독공연 단계를 먼저 밟는 건 대담하면서도 전략적인 선택이다. 대규모 세트, 복잡한 퍼포먼스 없이도 메시지·음악·연기만으로 관객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느냐—아티스트의 진정성이 검증되는 무대. 최근 몇 년간 국내 창작뮤지컬이 종종 ‘1회성 기획’에 끝나버리는 때, 이런 검증의 구조가 작품 완성도를 올려줄 수도. 관련업계 관계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피드백 받고, 감정선 다듬고, 이후 정식 공연에서 완성도 업.

수직적 팬덤경제, 과몰입 덕질, 아이돌 욕망의 클리셰 등 K팝과 뮤지컬의 ‘덕질’ 담론 역시 이 공연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간다. 예전엔 무대 위 ‘마녀’는 동화책 속 캐릭터였지만, 여기선 ‘특별한 능력 가진 평범한 우리’라는 정체감. “나는 덕후다, 그래서 멋지다!”라는 메시지. 한동안 ‘덕업일치’, ‘굿즈수집’, ‘팬덤싸움’만 놓고 갑론을박하던 분위기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마음”. 마녀와 아이돌이 만나서 부르는 한 줄, ‘꿈을 쫓으라’는 단순한 응원이 오늘 공연계에 필요하다.

뮤지컬 ‘마녀는 아이돌을 좋아해’의 등장은 공연 제작계에도 자극이 된다. 리스트에 없던 조합, 빠른 실험, 생생한 피드백 구조. 관객, 아티스트, 유통 플랫폼 모두가 변신 중인 이 시점. 지루한 블록버스터, 뻔한 소재, 반복적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분명 반가운 신호다.

최종 완성작의 무대가 어떨지는 이번 낭독공연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원래 이런 것도 된다’는 낙관적 상상력 아닐까. 한때 공연계가 “와, 아이돌?”이라며 의심 가득 던지던 바로 그 아이돌/마녀 조합이, 오늘은 기대와 응원의 시선으로 바뀌어가는 중. 관객 반응, 어쩌면 모든 답은 거기서 시작된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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