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원주시아동돌봄원스톱통합지원센터 부모상담 토크쇼: ‘아이 키우는 시간’을 새로 짓다

늦가을 원주 시청 맞은편, 덕고개길을 따라 들어서면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공간이 하나 있다. 원주시아동돌봄원스톱통합지원센터. 이름이 길다. 하지만 길고 복잡한 만큼, 센터에 모이는 고민들과 사연은 더 길고 복잡하다. 이곳에서 지난 5일 열린 ‘부모상담 토크쇼’ 현장은 바깥의 찬바람과 달리, 따뜻하고 생기 가득했다.

기자는 토크쇼를 찾은 김지혜 씨(36, 두 자녀의 엄마)를 인터뷰하며 이 자리가 단순 상담 그 이상임을 느꼈다. “아이가 유난히 예민해 어린이집 적응이 힘들었어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를 직접 만나 공감받으니, 위로가 되고… 무엇보다, 저만 힘든 게 아니란 걸 처음 알았어요.” 김 씨의 말엔 묵직함이 실려 있었다. 이 날처럼 부모, 돌봄 전문가, 상담사, 지역 셰르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털어놓는 시간——원주에서는 낯설지만 새로운 육아의 장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원스톱 통합지원’이란 말에, “이젠 ‘누가 이 문제를 좀 들어줬으면’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도울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든다”고 말했다. 지역 내 심리상담사, 보육교사, 부모교육 전문가들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상담을 지원하는데, 기존의 ‘문제 있으면 전문가에게 넘긴다’는 방식과 다르다. 상담을 넘어, 각 가정의 구체적 사연과 감정을 풀어주고, 다시 지역과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토크쇼에선 부모들이 직접 사연을 익명으로 적고, 상담사와 토크로 해법을 찾아가는 순서가 눈에 띄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부산 등 타 지역에서도 유사한 부모상담 카페, 돌봄 마을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민간 주도거나 넓은 지역 커뮤니티의 온라인 모임에 그친다. 이에 비해 원주 모델은 시와 센터가 협업해 제도권 상담과 실질적 연대, 그리고 감정 지원의 세 축을 동시에 잡으려 한다. 이는 단순 사회복지 정책의 진보가 아니라, 일상 삶의 문제를 제도 바깥에 두지 않고 품으려는 시도다.

현장에선 익명 사연이 오가며 솔직한 육아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면 문제, 스마트폰 의존, 가정 내 역할 분담, 조부모와의 갈등까지….한 부모의 사연——“둘째는 너무 조용해서 걱정이고, 첫째는 관심을 끌려고 괴롭혀요, 도대체 어떻게 중재해야 하죠?”——에, 상담사는 “각 아이의 감정 신호를 놓치지 말아달라. 완벽한 해결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 자체를 같이 느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날 진행자는 첫 인사를 이렇게 꺼냈다. “여기는 자라나는 아이를 품는 부모뿐 아니라 본인을 위한 돌봄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소박한 마이크 앞에 앉은 부모들, 각자의 고단함과 혼란, 기쁨이 겹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면에서 기자는 ‘육아는 혼자 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실감했다.

토크쇼를 취재하며, 부모들이 바라는 진짜 ‘지원’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정책, 시설, 제도가 아무리 많아도 정작 ‘내가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손길이 없으면, 공공 돌봄은 탁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상담자 한 명이 털어놓은 말이 마음을 울렸다. “부모님이 감정을 꺼내는 순간, 아이도 안에서 밝아집니다. 상담실에 문이 있지만, 마음의 문은 함께 열리거든요.”

서울 마포 아동돌봄센터, 대전 보육종합지원센터 등도 최근 ‘부모 토크살롱’, ‘감정 교환 프로그램’을 시도한다. 하지만 실지로 분위기가 따뜻하고, 편견이 없는 자리를 계속 만들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아이 키우기가 벼랑 끝인 듯 느껴지는 사회, 무심한 시장 논리에 밀린 듯 외로운 현실에서, 원주 아동돌봄원스톱센터의 현장성은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상담’의 장벽을 낮춘다는 것——그 말이 실현되는 풍경을 목격한 날이었다.

돌봄은 집 안에만 머무를 수 없다. 가족을 넘어 마을, 사회, 제도로 이어질 때, 부모와 아이 모두가 살아난다. 토크쇼 현장 한 켠에는 ‘익명 사연함’이 있었고, 한편으론 “나만 힘든 것 같아 울면서 왔다가, 다 같이 나누고 또 웃고 갑니다”라며 돌아가는 부모도 있었다. SNS로만 소통해온 시대에 ‘마주보는’ 진짜 만남이 가진 힘이다.

아이 키우는 일은 고립에서 관계로, 문제에서 감정으로 넘어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원주시아동돌봄원스톱통합지원센터의 작은 변화들이, 언젠가 전국 곳곳의 골목과 마을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공감을 가질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는 익명의 사연함처럼 조용한 위로가 닿기를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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