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무역사절단, 중국·인도 진출에 직접 뛰다 ― 지역과 기업, 구조적 도전의 현장
경산시가 중국과 인도에 무역사절단을 파견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마련된 정책이다. 경산시청 관계자는 현지 경제단체 및 잠재 바이어와 연계한 비즈니스 미팅, 시장조사, 협력방안 논의를 핵심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참가 기업의 의지에 기대지 않고, 실시간 거버넌스-네트워킹 구조를 행정 차원에서 직접 설계해 기업들을 일정 부분 ‘밀어내기’가 아닌 ‘끌어주기’ 방식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현장에선 일반 행정의 단순 파견사업과 달리, 사절단 조직 구성과 타깃 국가 선정의 배경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사실상 중국과 인도는 국내 중소·중견 제조업계에선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시장이다. 기준 환율과 통관 절차의 유연화, 무역 분쟁 반복이 모두 변수로 작동하는 시장에서, 지자체 주도의 직접 교섭과 네트워크 구축은 국내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의 구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인도 시장의 경우, 최근 인구 15억 명 대국가로서 기술·소비재 수요 폭발과 함께 정부 주도의 시장 개방 정책, 한-인도 CEPA 개정 추진 등 한국 기업에 유리한 외부 조건들이 일부 갖춰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중소기업이 인도 시장에 진입해 지속적 성과를 거둔 사례는 드물다. 중장기 비전 없는 단발성 수출입 성사, 현지 물류환경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괴리, 인력·노무관리 리스크와 불투명한 법적 규제 변화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경산시가 이 점에 주목해 사전 시장 매칭과 전문가 동행, 현지 방문기업-공공기관 인터페이스를 장치했다는 점은 기존 중앙정부 지원사업과의 차별점이다.
반대로, 중국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5년 전과는 판이하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 공급망 불확실성, 상호관세 재점화 같은 국제정치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고, 한한령, 현지 내수진작 전략, 외국계 진입장벽 강화 등 변수가 상존한다. 경산시의 사절단이 집중하는 업종은 전자부품, 기계·자동차소재, K-뷰티 관련 소비재 중심으로, 기존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판로 개척에 큰 자본이 필요한 분야들이다. 사실상 국내 지방 지자체로선 높은 불확실성과 장기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점에서, 단순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기업별 맞춤 서포트, 위험분산 전략,지속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번 경산시 사절단 파견 과정엔 한 가지 내부 구조적 변화가 있다. 과거 지역기업 지원이 ‘명목상 관 주도-실행은 민간에 떠넘기는’ 방식이었다면, 지난해부터 개별 기업의 수요를 현장에서 직접 집계·분석하고, 현지 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인사·무역장벽까지 미리 팀 내/외부 전문가를 통해 대응하는 프로세스가 적용됐다. 이른바 ‘반(半) 내부고발식’ 체계 ― 기업들이 실제 부딪치는 애로사항들을 은폐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시정·보완하는 상호 피드백 루프가 마련됐다. 실질적 성과 관리와 행정 책임 소재의 명확화가 이뤄지는 구조적 변화로 파악된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산 외에도 다수의 지자체가 유사한 무역사절단 프로젝트를 시도했지만, 실제 수출계약 성사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사후관리가 미흡해 시장 정착률이 낮은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경우, 행정과 기업 모두 단기간 홍보효과에 집착해 심층적 시장분석이나 후속관리를 등한시하는 ‘보여주기식 외유’에 그쳤다. 경산시의 이번 파견도 본질적으로는 유사 실패구조에 빠질 리스크가 상존한다.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구호 자체가 실제 거래의 안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만남에 그치는지는 일정 기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무역사절단이 지역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참신성을 넘어 미래를 겨냥한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제현장에서 지역 특화 품목 선정, 생산역량 재점검, 현지화 마케팅, ESG 이슈, 디지털 무역 인프라 연계 등 포괄적 전략으로까지 확대 적용될 때에만 실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 과정의 관리 감독, 데이터 축적, 성과 지표의 객관화가 수반되어야만 한국의 전형적 ‘단기 성과주의’와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성공 가능성은 실행의 질, 내부 피드백 구조, 현지화 비즈니스 전환능력, 그리고 실패 경험의 투명한 공개 및 활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경산시가 단발성 행사를 넘어 구조적 혁신으로까지 확대하는 책임있는 실행의식을 보여줄지, 실질 성과로 이어지는지 차분히 관찰할 시점이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