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전기차가 사라진 도시를 가다

유난히 혹독했던 이번 겨울, 일본 홋카이도의 도심에서 전기차를 찾아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됐다. 연초 기록적인 폭설은 도로 위 차량 운행 자체를 위협했고, 오랜 시간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오너들은 기나긴 겨울을 쉽지 않게 보냈다. 가솔린차와 달리, 전기차가 극한의 한파에서는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는지 직접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보니, 이른바 ‘배터리 한계’ 문제가 예상 이상으로 심각하게 다가왔다.

홋카이도 삿포로 시내 충전소를 취재한 결과, 실제로 많은 급속충전기가 영하 20도 이하에서 자동적으로 작동을 멈추거나 성능이 급격히 저하됐다. 급속충전소 인근에서 만난 전기차 사용자 다카하시 씨는 “차량 주행거리가 평소의 절반밖에 안된다”며 “아예 차량을 세워 두고 대중교통을 쓰는 날이 많아져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주행 데이터 분석 결과, 폭설 전후로 EV 차량의 평균 실주행거리는 60~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터, 열선 등 동절기 필수기능 구동으로 배터리 소모량이 폭증하고, 한파로 인해 배터리가 최적 온도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충·방전 효율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최신 EV 신차들도 이번 겨울 일본 북부권의 극저온 환경에서는 열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이 문제로 드러났다. 경쟁사 현대자동차의 ‘히트펌프’ 내장 전기차도 이례적으로 긴 예열 시간을 거쳤지만, 궁극적으로 일본 EV 시장의 ‘겨울철 실사용성’ 한계는 인증자료상 숫자보다 현장 데이터가 훨씬 냉혹했다. 글로벌 EV 판매 1위인 테슬라도, 삿포로 시내 기준 올해 겨울 실제 충전 대기시간이 최대 2배 이상 길어졌고, 완속충전 시에는 저온 영향으로 충전종료까지 최대 12시간이 소요됐다. 일본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차라리 겨울에는 내연기관차를 렌트하는 게 이득’이라는 농담 섞인 불만이 심심찮게 나왔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나 기존 내연기관차는 ‘삼한사온’을 넘어선 혹한에도 큰 문제 없이 차량 운행을 이어가며, 생존성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이 극명해졌다. 이는 실제 주행 데이터 통계와 SNS 등에서 도출되는 사용자 체감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편, 폭설에 얼어붙는 홋카이도 현장의 문제는 어쩌면 북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이미 동일하게 관측된 바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캐나다 퀘벡 등지에서는 초저온 환경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 하락, 히트펌프 보조히터 난방 효율 저하 등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4~25년 유럽, 북미 지역 겨울철 실사용 데이터 역시, ‘공인 주행거리 vs. 실제 주행거리’ 간 격차가 35~60% 수준에 달했다는 점이, 한파 환경 속 EV의 취약성을 입증하는 대표적 근거가 된다. 한국 역시 강원·경기 북부 등 산간 지역 전기차 운전자들의 유사 불편 사례가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고밀도화 뿐 아니라, 히트펌프 기반 열관리 시스템의 저온 효율 확보, 충전 인프라의 차세대화 등이 극한 환경 EV 확산의 필수조건으로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 배터리 선도업체는 ‘저온 특화형 배터리 소재’ 개발에 집중 중이고, 스웨덴 볼보·독일 BMW 등은 ‘액상 열매체 배터리 예열’ 기술을 실증단계에 올려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효성 있는 상용화까지는 최소 2~3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급속충전소 확대 정책도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설령 충전소가 많이 보급돼도, 혹한에는 충·방전 속도 자체가 물리적으로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고지 예열 시스템 등 대규모 인프라 개조가 단기간 내 가능하지도 않다.

동절기 혹한 속 EV 시장의 한계는 결국 보수적인 소비자가족, 통근·영업 등 실생활에서 ‘신뢰성’ 문제로 직결된다. 탄소중립 목표와 친환경차 정책 확대에 따라 전기차의 의무 보급 비율은 꾸준히 오르지만, 현실적으로 ‘전천후 생활차’라는 소비자 기대와 기술 현실 간 간극이 예상보다 크다. 일본 홋카이도의 겨울 풍경처럼, 현장에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크고,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의 가치는 혹독한 자연 앞에서 다시 본질적 질문을 만나고 있다.

향후 친환경 차량 산업은 재생에너지 기반 충전·공급망 확대, 초저온 맞춤형 소재와 고효율 열관리 시스템이라는 ‘기후적응형 테크’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또한, 극한 상황에서의 신뢰성·사용성 검증 데이터를 소비자가 더욱 투명하게 접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역시 중요성을 가진다. 어쩌면 전기차 기술의 진짜 혁신은 연비표 숫자가 아닌 ‘폭설의 한복판’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 안시후 ([email protected])

홋카이도의 겨울, 전기차가 사라진 도시를 가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이 기사가 현실을 제대로 짚었습니다. 매년 전기차 주행거리 논란이 반복되는데, 결국 진짜 문제는 극한 환경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죠. 경제적으로도 소비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친환경 정책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실생활 데이터를 한 번 더 검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홋카이도 사례는 우리나라 산간지방에도 바로 적용될 문제라 생각해요. 일본처럼 대중교통으로 대체한다지만 출퇴근이나 영업차로 쓰는 사람들은 힘들 듯합니다. 배터리 기술 발전이 중요한 건 알지만 2~3년 기다릴 동안 소비자들은 뭘 타고 다닐지… 주행 데이터 기반 기사라서 믿음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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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기술 발전 더 속도냈으면 좋겠네요. 실제 데이터 기반 보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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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현장에서 실데이터 뽑아낸 기사 힘이 있네요. 눈 내릴 땐 전기차도 속수무책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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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_generation

    요즘 어디를 가도 전기차 광고만 봤는데, 실제 겨울 환경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기사에 나온 홋카이도처럼 춥고 눈 많이 오는 곳에서는 현실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어렵지 않을까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뉴스가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 기술적으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빨리 나와야겠어요. 히터 켜고 달리면 배터리 훅 떨어지는 거 다들 겪어보셨을 듯요!! 공공 인프라 확충보다 실사용자 입장 정책이 더 시급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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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에서 제기한 배터리 저온 효율 문제는 이미 여러 논문에서 다루는 분야입니다. 실제로 혹한에서 방전 및 충전 효율은 급감하며, 탑재된 BMS(배터리관리시스템)의 안전 프로토콜에 따라 충전 제한, 출력 저하가 불가피하죠. 전기차 보급 초기에 보여 준 이상적 주행거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실상입니다. 산업적 관점에서도 충전 인프라, 소재기술, 열관리 신기술의 ‘동시혁신’ 없이는 극지방 친환경차 시대는 먼 얘기일 뿐입니다. 현실적 데이터 기반 보도가 필요합니다. 이번 리포트에 동의하며, 관리자급 정책 입안자들도 꼭 읽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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