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질환, 노인에게 드리운 겨울의 그림자
지난 5년간 한랭질환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인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위험 신호다. 매서운 겨울이 스며드는 골목마다, 보온이 약한 단칸방과 온기가 사라진 골목에선 차가운 하루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취약계층인 노인들은 단순히 한파를 견디는 물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경제적·정서적으로도 추위에 더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통계는 한랭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 중 50% 넘게 노인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임대주택에서 홀로 지내는 김순자(가명·81) 씨는 전기료가 무서워 소형 히터 대신 두꺼운 담요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네에서 동사 사고가 있었다”는 그 기억조차, 김 씨의 겨울을 더 춥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노인 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 필요성을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 준다. 단순히 ‘추워서’ 아픈 게 아니라, 추위에 취약한 사람이 늘면 사회 전체가 불안해진다.
최근 5년간 질병관리청 등 보건당국 공식 통계를 분석해보면, 한랭질환의 절대적 다수는 저소득, 독거, 고령층에 몰려 있다. 실제로 2025년 한파주의보가 12회 발령됐던 해 겨울에는 전국에서 동상과 저체온증 사례가 급증했다. 노인들은 신체의 열 보유 능력이 약해져 온도 변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단순한 찬바람조차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독거노인의 경우 인지 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까지 한데 어우러져 응급 대응이 늦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지관·노인정 등 공동체 공간마저 닫혔던 근 2년간 이 위태로움은 더 심해졌다.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문제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현장에서 취재를 다니다 보면 안타까운 동네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재가돌봄센터 관계자는 “방문 서비스 중 할머니 댁에서 창문이 덜 닫힌 상태로 이틀 밤을 견딘 적이 있다”며 “노인분들 중엔 방에 온수가 공급되지 않아 손발에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증언했다. 동절기 냉해 사고 다수는 바로 이런 생활환경에서 비롯된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난방비 지원’이나 응급구호품이 매년 이맘때면 극심한 수요에 시달리는 현실, 그 자체가 현재 우리 사회의 냉정한 단면이다.
열악한 주거 환경, 저소득, 만성 건강 문제, 고립감이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단순히 ‘개인 건강’ 문제라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UN 고령사회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공동체 차원의 대책과 인식 개선이 한랭질환 사고 예방의 열쇠임이 분명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한랭질환 발생 우려 지역과 취약가구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확대해 현장 응급 반응을 강화해야 한다. 또 24시간 상담 핫라인, 주거지 동파 점검 등 정부-지역-민간 협력체계를 복원할 때다. 단순한 재래식 한파쉼터가 아니라, 노인이 스스로 위험을 느끼면 바로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올겨울도 전국 각지에서 동사 소식이 들려온다. 춥다 못해 아파오는 각 집안 사정은 그 자체로 국가 책임이자 지역사회의 몫이다. 한파가 닥칠 때마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체감하게 된다. 안전버튼 설치, 스마트 체감온도 알림 서비스 같은 ICT 기반 솔루션이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분들은 정보에서조차 배제된다. 기자가 만난 송파구의 70대 부부는 “인터넷 가입조차 못 하고 사는데 스마트 가전이나 앱 같은 건 남 일”이라든지, 현실은 기술 격차까지 더해지며 취약계층에겐 여전히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노인이 건강하게 겨울을 날 권리를 위협받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 안전할 수는 없다. ‘건강 불평등’에 맞서는 긍정적 변화는 따뜻한 지역공동체, 주거복지 확충, 돌봄서비스의 세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남의 일로 치부하기엔 우리 모두 언젠가 맞닥뜨릴 문제다. 이웃의 안부를 묻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은 겨울일수록 사회는 잃는 게 적어진다. 온기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시스템이 치열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세상에…늘 듣는 이야기이지만 겨울마다 반복되는 한랭질환 소식 들을 때마다 속상합니다. 지자체에서 실질적으로 노인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책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 계속 이런 통계만 발표하면 뭐하나요. 구체적인 대책, 현금성 지원이 절실해보여요. 이 기사 계기로 각 지자체도 조금 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합니다.
올해도 노인분들 힘든 겨울 보내고 있다니..🥲 이런 기사 자주 올라와야 남들도 더 신경 쓸거 같아. 다들 따뜻하게 보내세요!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똑같은 보고서를 내놓고 단기 지원만 반복하는데…사회구조적인 변화 필요합니다. 고령사회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고단한 노인들의 겨울을 외면하면, 언젠가 우리도 그 자리가 될 겁니다. 공급식 난방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상시 돌봄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난방비 오르고 복지 사각지대는 그대로…뉴스마다 다들 똑같이 말하죠? 근데 매년 반복… 제발 아이디어 내놓는 척만 하지 말고 실천 좀 해주세요…😑
따뜻한 기사 감사해요🙇 근데 매번 읽을 때마다 사회가 바뀌진 않는 현실이 더 아쉽네요. 변화를 위해 다들 작은 일이라도 동참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