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무질서와 교양
‘질서와 혼돈’은 인류가 오랜 세월 맞닥뜨려온 거대한 질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개인이 마주하는 세계의 정보와 자극이 폭발적으로 늘어날수록, 우리는 ‘무질서’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 무질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감지한다. 장은수 평론가는 ‘무질서와 교양’이라는 주제로, 21세기 서적 독서와 교양 축적이 더 이상 안정된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예측불가한 환경 속에서 균형감각을 갖는 일이 되어가고 있음을 짚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의 출판 생태계 변화와 개인화된 정보환경이 ‘교양’의 전통적 개념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책은 단지 아카이브적 역할을 넘어,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데 방점을 두게 된다. 장은수 평론가는 ‘무질서’라는 단어에 두려움의 감정보다 긍정적 전환을 제안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폭증하고 추천 알고리즘까지 독서 경험을 뒤섞는 현재, 우리가 길을 잃거나 헤매는 감각이 오히려 현대적 교양의 필수적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과잉 정보와 예측불가성, 급속도의 기술변화가 독자들로 하여금 명확한 정론이나 일관된 가치보다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힘을 요구하고 있음을 여러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출판계의 숫자로도 나타난다. 2020년대 중후반부터 출간 종수는 매년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각 권별 판매 부수는 ‘롱테일’ 구조를 심화하며 급격히 쪼개졌다. 책의 존재 목적이 ‘확실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오히려 ‘질서 바깥에 있음’을 직시하게 만드는데 있다면, 그 무질서 자체가 우리에게 역설적인 통찰과 연대의 기회를 선사할 가능성도 커진다. 장 평론가는 이런 문맥 위에서 ‘교양’이란, 질서 있는 정답을 추구하기보다 불확실한 사회적 진동 내에서 타인의 경험, 낯설고 다양한 사고와의 마주침에 열려 있기, 이를 견디고 통과하는 능력임을 강조한다.
비슷한 흐름은 해외 학계 및 출판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대학이 지난 10년간 ‘리버럴 아츠(교양교육)’의 핵심 가치를 유연성, 비판적 사고, 그리고 불완전성 수용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다양한 출처와 배경의 지식, 저자와 독자의 상호영향성이 중요해지는 상황. 이는 곧 책을 통한 교양이 ‘선별된 지식의 소비’보다는 ‘무질서한 혼종 경험의 축적’이라는 의미로 변화하게 됨을 시사한다. 실제로 뉴욕타임즈 북리뷰, 가디언 문학면 등에서도 2025년 이후 ‘불확실한 시대의 독서법’ ‘혼란을 받아들이는 기술’ 등 교양의 재개념화를 주제로 한 논의가 빈번하게 오간다.
한국 사회 역시 시대적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지금, 독서 경험 역시 점차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정치사회적 격변, 기술 진보, 정보 난민 현상이 중첩되는 우리 현실에서 ‘책’을 통한 교양은 이미 단선적인 시각에서 복합 다층적인 의미로 확장 중이다. 장은수 평론가는 이를 “여러 겹의 무질서와 교양 사이를 오가는 하나의 탐험”이라고 비유한다. 즉, 자기 신념의 흔들림을 감수하고 삶 혹은 타인과의 마찰에서 새 의미를 감지하는 자세야말로 새 시대의 교양임을 역설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러한 관점이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 실험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까지 ‘교양’이란 대체로 권력층 혹은 학계의 공유지였다면, 2020년대 들어 온라인 플랫폼과 맞춤형 추천이 활성화되며 교양의 문턱이 낮아졌다. 하지만 선택지가 무한해질수록 ‘무질서’에서 길을 잃는 개인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장 평론가는 “혼란에서 도망가기보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목소리와 덕목을 찾는 것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교양”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세계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양극화 속에서 관용, 연대, 자아성찰은 여전히 교양의 일부이지만, ‘무질서 감내력’이야말로 동시대인의 핵심 덕목이 됐다고 본다.
이러한 시선은 최근 사회문화담론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이제 교양인은 단순 ‘지식인’이 아니라 변화의 파고에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틀에 갇히지 않으며, 다양한 세계관과 전망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새로운 인물상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과 타자와의 조응 능력이 책의 본래 목적과 닿는 지점임을 장 평론가는 밝히고 있다.
책의 의미와 역할은 세대마다 변화해왔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과 무질서가 일상화된 시대에 교양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계속 묻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물음 자체가 우리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빠르게 흐르는 시대의 강물에 올라탄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추어 고민하며 스스로의 교양을 매만져봐야 할 때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ㅋㅋㅋ 혼종의 시대…진짜 요즘 책도, 사회도 다 뒤섞임. 새로운 교양은 이제 고르는 법부터 배워야 함 ㅋ 무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그게 능력이지. 저도 더 많이 읽고 혼돈을 즐길 준비 해야겠어요 ㅋㅋ
무질서속에 교양… 참 어려운 얘기네요🙂 시대가 바뀌긴 했나봅니다…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화가 남. 최근 사회 돌아가는 꼬라지도 무질서고… 교양이랍시고 포장하는 거 자체가 기만 같음. 무질서가 멋져 보이면 그건 세상이 너무 뒤집혔다는 거 아닌가요? 이 모든 걸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는 건 솔직히 무책임하다 봄!! 씁쓸한 현실일뿐!!
현대사회가 무질서로 변하는 현상을 교양으로 포장해서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건 사회가 해체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무질서를 받아들이라는 논리는 결국 질서 자체를 무시하자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지식인 담론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진짜 공감ㅋㅋ 연예계만 봐도 혼란이 기본값! 과학, IT, 책 다 섞여서 세상 읽기도 힘들죠. 근데 가끔은 이런 무질서에서만 새로운 시각도 나오더라고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얘기 같아요!!
기사 덕분에 교양과 무질서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정치처럼 이분법적 결론이 나오지 않으니 매번 토론 끝이 없더군요. 혼란스럽지만, 스스로 관점을 점검하는 습관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무질서를 견뎌내는 게 현대인의 기본소양 같기도 하고요. 깊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