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보건·복지 밑그림 속 사람들의 목소리

전남도가 최근 광주시와의 행정통합에 대비한 보건·복지 정책 구상에 착수했다. 지방 행정의 큰 변화기에,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청사진 그 자체가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 그리고 정책의 온기를 체감해야 할 주민들의 복잡한 표정과 목소리다. 전남의 한 지역 노인복지관 김영순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행정구역 경계에 가로막혀 서비스를 달리 받아왔어요. 더 나은 복지는 물론, 불안도 함께 커졌죠.” 김 관장의 하소연에는 미래 통합의 이면이 담겨 있다. ‘함께’의 꿈이든 ‘통합’의 괴리든, 결국 맨 앞줄에서 제도의 변화를 체험하는 건 평범한 시민들이다.

지방소멸, 인구 감소, 그리고 끈질긴 복지 사각지대. 이 세가지 화두는 단지 통계로만 남지 않는다. 전남·광주 통합 담론이 본격화되면서, 분명 가장 시급한 협의 의제가 바로 보건복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장의 간호사 박정현 씨는 “급성기 사건 터졌을 때, 두 지역 협력 매뉴얼만 명확했어도 더 빨리 대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겨울, 광주 북구의 한 응급환자가 관할 경계 탓에 전남 의료진과의 신속한 조율이 어렵던 사례가 있다. 그 순간의 절박함은 한 명, 한 가족에게는 평생 남을 경험이다.

지난 수십년간 전남과 광주는 각각의 복지정책, 보건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그런데 현실 속 복합질환 노인, 이동 약자, 장애인 등은 행정구역의 경계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전남 화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정은지 씨는 “수혜 당사자 중심의 통합이 아니라 ‘기관 편의’ 위주라면 제자리걸음”이라며, 행정구역 논리와 사람 삶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방의 통합, 통합 이후의 복지 청사진이 진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결국 막연한 계획서가 아니라, 당장 내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로 다가와야만 한다. 실제로 행정통합 사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지역 실무자 협의체는 △응급의료 통합대응체계 △노인·장애인 이동권 구축 △복지시설 공동 이용 등 구체적 사안부터 논의하고 있다. 또, 보건 취약지 현장점검이나 복지시설 공동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 등 실질적으로 ‘차별 없는 지원체계’ 구축이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통합이라는 거대한 명분보다, 한 명 한 명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꼼꼼히 점검하는 사회적 시선이 요구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주민 의견 수렴의 과정이다. 행정통합 추진이 ‘위에서 아래로’만 추진된다면, 사업의 취지와 달리 정책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 목포에서 자녀를 키우는 박미영 씨는 “대기업 투자 유치, 광역 교통망 같은 얘기는 들었는데, 정작 아이들 복지 확대 같은 구체적인 변화에는 소식이 없다”고 털어놨다. 새 정책, 새로운 제도, 종종 그 안에서 삶의 작은 디테일이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광주에서 장애 자녀를 돌보는 최기훈 씨도 “엉뚱한 곳에 예산 몰아주기만 될까 솔직히 걱정이 크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지역 복지 약자, 특히 노년층과 장애 가정을 대상으로 한 의견 청취가 가장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정책 변화가 만들어낼 지역 간 연대와 새로운 도전, 그리고 변화될 풍경을 상상해볼 필요도 있다. 전라남도 내 보건의료계 일선 담당자들, 복지시설 실무진 역시 행정경계를 넘어서는 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보였다. 직접 만난 전남 해남군 보건소 이소정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동떨어져 일했고, 그만큼 격차도 커졌어요. 이번이 진짜 변화를 시도할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전남·광주의 통합 논의가 단순한 행정 재편이 아니라, 복지의 온기와 사람 중심의 시선을 반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첫발일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논의 속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책의 줄기를 세우는 씨앗이 되길, 그리고 모두를 위한 복지 청사진이 실질적인 변화로 드러나길 바란다. 결국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크고 추상적인 정책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이웃, 우리의 구체적인 삶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광주-전남 행정통합, 보건·복지 밑그림 속 사람들의 목소리”에 대한 3개의 생각

  • 또 통합?ㅋㅋ 예전에도 들었는데 뭐 달라지긴 하나요 ㅋㅋ 민원만 늘고 정치인만 바빠질 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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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던가, 응급의료 공유라던가…정말 필요한 일들에 실질 자원과 인력이 배분되어야 한다!! 행정통합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예산 장난질만 없길 바란다. 당사자 중심, 참여 기반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역효과만 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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