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수의 ‘왕작가’ 논란과 김어준 의존: 한국 방송계의 파장과 구조적 힘의 동학

정천수 작가가 자신을 둘러싼 최근 논란과 방송 복귀 여부에 대해 김어준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한국 연예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핵심은 “왕작가”라 불릴 만큼 막강해진 작가라는 존재의 위상과, 현장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가 방송 제작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연예계 내부 권력 구조와 미디어 생태계 내 영향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정천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토크쇼와 시사 예능에서 탁월한 기획력과 필치로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김어준과의 파트너십이 다양한 이슈를 던져주며 대중적 주목을 받았다. ‘왕작가’라는 호칭은 연출자를 능가하는 교섭력‧의사결정권을 의미하는 현대 미디어 업계의 상징적 현상으로, 과거 PD권력 일색이던 구조에서 시나리오와 세계관을 설계하는 작가의 주도성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보여준다. 2020년대 초반 발생한 프로그램 편향성 논란, 내홍, 캐스팅 논의 파동 등도 ‘파워 작가’의 등장과 연결지을 수 있다.

정 작가는 ‘방송 여부를 김어준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단순한 개인적 친분을 넘어 방송 현실에서 여전히 영향력 있는 제작진(혹은 공동 기획자)과의 긴밀한 연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김어준 역시 사회적 이슈를 주도해온 MC이자 평론가로서 화제의 중심에 있어 왔다. 결국 방송 한 회 편성, 진행 여부, 방향성 논의가 한두 인물의 담합 혹은 논의로 좌지우지되는 이 ‘비공식적 의사결정 체계’가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이는 창작과 자율, 그리고 시청자‧청취자에 대한 책임이라는 공식 담론과 실질의 괴리를 확인시켜 준다.

국제적으로 2010~20년대에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여러 미디어 강국에서도 연출자가 주도하던 시스템이 점차 제작‧저작융합 중심, 다시 말해 쇼러너(showrunner) 체제로 변모했다. 쇼러너는 작가, PD, 기획, 심지어 판권 판매까지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맡으며, 국내에서도 이런 PD-작가 연합 구조가 정착돼 왔다. 한국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사회적 논쟁거리와 공공 이슈를 집요하게 다루는 콘텐트의 경우 특히나 작가의 역할이 강조되어왔다. 주요 출연자(예: 김어준)와 걸맞은 서사를 짜는 동시에 산업 내 외부 힘(광고주, 채널, 플랫폼, 정치권 등)과 각축하는 능력이 필수 요건이 됐다.

그러나 외형상의 산업 성장과 달리, 작가를 둘러싼 책임 소재와 거버넌스 투명성은 갈등의 단초가 되어왔다. 작가-출연진간 친밀 네트워크, ‘집단 기획-담합형’ 제작 문화는 신인 유입을 어렵게 하고, 비판적 목소리나 체계적 혁신 제안을 소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미디어 소비자가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넓어진 환경(OTT, 유튜브 등)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방송 출신 인사들이 현장 실무자와 시청자 간 ‘중간 경로’를 독점하는 양상 자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천수·김어준식 결합은 이러한 한국형 미디어 권력 고착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해외 동향과 비교하자면, 예컨대 미국 ‘넷플릭스 쇼러너’의 의사결정 체계조차 법률‧계약‧노동조합 등으로 상호 견제되는 반면, 한국은 제작진 중심의 인적 결합과 구두 합의 문화가 오히려 강해 보인다. 윤리적 검증, 프로그램 영향에 대한 사회적 책임 논의, 거버넌스 공개 요구가 연이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친분 기반 제작 환경’이 견고하다는 인식 자체가 시청자와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일깨운다.

방송 생태계의 자정 능력, 시스템 개선, 대체재로서의 온라인 플랫폼 강화, 산업 거버넌스 민주화에 대한 여론이 근본적으로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힘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구조는 미디어의 공공성, 다양성, 창의성이라는 본질적 과제와 충돌한다. 정천수와 김어준이라는 구체적 인물이 등장한 사건이지만, 구조와 문화라는 본질은 그보다 더 긴 역사와 실체를 갖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향후 방송 및 미디어 변화의 동학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정천수의 ‘왕작가’ 논란과 김어준 의존: 한국 방송계의 파장과 구조적 힘의 동학”에 대한 4개의 생각

  • 아니 방송을 둘이서만 결정한다고 대놓고 얘기하는거 실화임?? 힘쎈 사람들끼리만 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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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bbit_activity

    누가 왕인지 대놓고 말하는 거 처음봄… 방송 판 진짜 웃긴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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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_generation

    이런 식의 방송 제작 방식이 과연 장기적으로 옳을까요!! 현실적으로는 기존 권력 구조를 건드리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결국 신인이나 새로운 목소리는 계속 소외될 수밖에요. 시청자가 원하는 것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 아닌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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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구조 얼마나 더 가겠습니까. 윗선 몇명이서 방송 결정하는건 선진 시스템과 거리가 멉니다. 공개경쟁, 투명성 없으면 시청자 외면 불보듯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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