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의 고단한 현실, 그리고 한 발짝 내디딘 국회: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 처벌 완화’가 던지는 질문
지난 3월 1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완화’ 법안이 의료현장에 던진 파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종로의 소아과 의원에서 20년째 진료하는 최진호(가명) 원장은 최근 매일 진료를 마칠 때면 숨을 고른다. “혹시 오늘 실수가 있었나, 놓친 건 없나, 항상 돌아보게 됩니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자 했던 첫 다짐과 달리, 이젠 ‘나도 언제 갑자기 피의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최 원장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의료분쟁이 급증하며, 의료인의 위축과 지역 공공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짙어졌다. ‘의료현장에서의 실수’와 ‘범죄적 과실’의 경계는 국민적 논란거리였다. 그리고, 이 쟁점에 대해 정치권이 오랜 논의 끝에 작은 변화의 물꼬를 텄다.
이번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중과실이 아닌 단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사의 형사적 책임을 제한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민사로만 책임을 묻고 형사 처벌은 대폭 완화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즉각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날 계기”라 평했고, 일선 의사들은 “응급실과 분만실처럼 언제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축만 가중시키는 사법 리스크가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전공의 이은지(32)는 “더는 실수하면 인생 망한다는 두려움에 내몰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환자 단체와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책임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의료 피해자 유가족인 김순자씨는 “내 잘못이 아닌데 평생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고통에 구조적 한계가 덧씌워지지 않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맞선 이유는, 의료라는 극한의 ‘인간 대 사람’ 일에서 실수의 무게를 모두가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은 반드시 살아야 할 사람이기에, 한쪽은 반드시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한쪽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1%의 불완전성 때문에 범법자가 되는 현실에선 어느 누구도 은퇴, 도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국회가 내놓은 해답은 어쩌면 그 감정선 사이, 좁지만 간절하게 원했던 안전지대의 시작점인 셈이다.
해외 입법례를 보면, 뉴질랜드·스웨덴·덴마크 등 주요 복지국가들은 의료 사고에 대해 형사처벌보다는 ‘배상에 집중’한다. 이들 국가는 국가 차원의 보상제도가 촘촘히 설계돼 있다. 그 사회에는 의료진이 두려움에 병원을 떠나는 일도 적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아직 환자를 위한 실질적 배상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찬반 논박의 결정적 쟁점으로 남는다. 정부가 10년 전 도입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가벼운 피해에만 활용되는 상황, 법적 변화만큼 손해배상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이 움직임의 이면에는 지방 중소병원, 특히 산부인과와 응급실의 현실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작은 도시나 농촌의 분만실 폐쇄가 올해에만 23곳에 달했다. “사고 나면 끝장이다”라는 의사들의 체념이 지역 의료 붕괴로 연결되고 있다. 응급실 전문의 서웅진씨는 “중과실 처벌 기준이라도 명확해지면, 적어도 일하다 갑자기 범죄자가 되는 두려움은 좀 사라지겠죠”라며 한숨 섞인 기대를 드러냈다. 환자들이 의료시스템을 신뢰하려면 의료진 역시 사회의 신뢰 속에서 진료할 수 있어야만 한다.
중과실과 단순 실수의 경계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기대와 우려, 환영과 반대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지금도 각종 커뮤니티와 피해자 단체, 의료계 내부의 토론장이 뜨겁다. 환자와 가족도, 의료인도 각자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현장은 온전히 잘못을 덮어줄 수 없고, 또 온전히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법과 제도는 완벽하지 않지만, 이번 변화가 한 걸음 뒤에서라도 의료현장의 사람들과 환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신뢰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임 완화’는 결코 ‘책임 회피’와 같지 않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결국 책임은 누구한테도 묻지 않는 구조…🤔 환자는 그냥 ‘운’에 기대라는 소리네. 의료진도 사람이라지만, 보호만 늘려주면 진짜 개선될까?
의료진 위축문제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가 중과실이고 어디까지가 경과실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률 완화가 자칫 환자의 권리 약화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해외 복지국가들 역시 촘촘한 국가 보상·지원제도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 우리처럼 국가적 손해배상 시스템이 부실한 나라에서 형사적 책임까지 완화한다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구조적 대책 없는 탁상 행정이 될 것 같습니다.
ㅋㅋ 나라 꼴 잘 돌아간다 진짜;; 환자만 호구됨 ㅋㅋ
법 바뀌면 괜히 환자만 더 위험해질 듯ㅋㅋ 별로 안반갑다
진짜 기준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환자랑 의료진이 다 불안할 듯!!
이거 환자 가족들은 억장 무너질 각인데요? 걱정됨ㅠ
이 법이 통과됨으로써 의료 현장에서 신중함이 더해지기를 바랍니다. 환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이 죄인이 되는 사회 역시 바람직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