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를 익히나”…가락시장 발칵 뒤집은 獨 미쉐린 셰프 요리 [쿠킹]

가락시장의 새벽 공기는 언제나 바쁘고 분주하다. 해가 채 오르기도 전, 시장의 노포와 상인들은 각자 자리에서 탱글한 해산물을 쌓아두고 바삐 움직인다. 하지만 오늘만은 평소의 그 분주함에 일종의 기대감이 더해졌다. 독일에서 온 미쉐린 셰프가 이곳을 찾았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전해진 탓이다. 생선 하면 ‘회’가 본능인 이곳에서, 익힌 광어라는 뜻밖의 레시피 앞에 모두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젓가락질이 멈춘 상인부터, 주변 셰프들까지, 생선의 새로운 운명을 목격하기 위한 긴장과 호기심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독일 미쉐린 셰프는 광어라는 식재료가 가진 미묘한 식감과 산미, 그리고 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숙성과정도 없이, 아주 낮은 온도에서 살짝 익히는 ‘수비드’라는 방법이 바로 그것.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은 기술이지만, 수비드는 재료의 질감과 풍미를 섬세하게 살려내기 위해 고안된 조리법이다. 시장 한가운데서 이뤄진 실험에 가까운 이 퍼포먼스 중에서도, 셰프의 정성 어린 손놀림과 조리 도구에서 나는 작고 섬세한 소리, 그리고 생선이 익어가는 냄새는 곧 공간을 감싸기 시작했다.

광어를 수비드로 익히는 순간, 하얀 살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변한다. 칼로 자를 때의 탄력이 일반 회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매끄러운 질감 아래 고요한 단맛과 은은한 향이 입안에서 천천히 퍼져나간다. 형식적인 겉모습이나 화려한 플레이팅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한점의 온도와 농도, 그리고 이국적인 해물 향기였다. 이국의 미식가가 촉촉하게 익힌 생선을 입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장 상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지며 어색함을 감췄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어느새 젓가락을 뻗어, 타국 조리법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락시장만의 왁자지껄함과 현장감, 그리고 신선함에 대한 자부심 사이에서 ‘이렇게 먹어도 괜찮나’라는 낯섦이 맴돈다. 하지만 광어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조리법은 이제 어느새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실제로 북유럽이나 프랑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에서는 해산물의 단맛과 산도를 최대화하는 각종 저온조리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사시미, 즉 날생선의 결을 중시하는 방식과는 또 다른 미학이다. 과연 시장에서 자라온 사람들과, 외국인 셰프의 시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회와 찜, 그리고 구이를 넘어선 개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날 시장에 등장한 여러 국내 셰프들 또한 자신의 경험과 프라이드를 내려놓고 잠시 낯선 방식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신기하다는 호기심과 못미더운 표정이 섞인 채로 시작된 시식회는, 이내 부드러운 질감과 숨은 풍미의 매력에 점차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익숙한 것에 대한 신념은 결국 경험 속에서 다시 조정된다. 생선을 익힌다고 하면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놓치는 기분이 들지만, 이국의 방식 안에서도 재료가 가진 본연의 깊이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음식은 결국 누군가의 오랜 기억에서 출발해, 다른 이의 경험 속에서 진화한다. 오늘 가락시장은 그 움직임의 작은 장이었다. 광어를 ‘회’로만 즐기던 이곳에 다가온 새로운 미각의 파도. 익은 듯 덜 익은 듯, 투명한 빛깔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수비드 광어 한 점은 서로 다른 문화와 시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 대를 이어와도 쉽게 변하지 않던 손맛과 미식의 고집, 그리고 동시에 조금씩 스며드는 변화의 용기. 바로 그 용기가 오늘, 우리의 밥상과 식문화에서 또 하나의 작은 혁신을 만든 셈이다.

생선이 주는 본연의 맛, 그 촉촉함과 단단함, 그리고 바다의 향은 어떻게든 한 점에 담기기 마련이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풍경 속에 스며든 미쉐린 셰프의 한점 요리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맛’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미지의 방법, 낯선 조리법, 그러나 결국은 같은 재료와 따뜻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변화의 현장. 그것이 바로 지금, 가락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각의 작은 혁명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광어를 익히나”…가락시장 발칵 뒤집은 獨 미쉐린 셰프 요리 [쿠킹]”에 대한 5개의 생각

  • 와 진짜 신선하네요… 이런 걸 보면 시장도 살아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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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어를 익혀먹는다고? ㅋㅋ 시장 상인들 당황한 거 왠지 이해된다. 뭔가 전통이랑 새로운 트렌드 사이에서 애매한 느낌… 뭐든 시도는 인정함. 근데 뭔가 낯설기도 하고, 국내 생산자들도 뭔가 자존심 쎌 거 같은데 이런 실험 자주 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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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광어 수비드라니ㅋㅋㅋ 이젠 시장도 글로벌하다 못해 유럽식 요리가 시장 한복판에서 나오는 시대. 결국 요리도 트렌드 쫓아가다 보면 본질을 놓친다니까요. 셰프 이름값에 다 끌려다니는 게 트렌드 돼버림. 그래도 시장 상인들 허탈해하는 모습 상상하니까 좀 웃기긴 함. 실험정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맞는 음식이라는 것도 좀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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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회 문화가 외국 셰프의 시도와 만나는 이런 접점에서 한국 음식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사실 새로운 발전은 이런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시장 상인들도 처음엔 낯설겠지만, 직접 맛보고 나면 의견이 분분하겠죠. 소비자인 저희도 경험해봐야 진짜 평가가 가능한 법. 오늘 기사처럼 실험이 시장 문화를 바꿀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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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식문화 변화 속도가 진짜 빠르다… 가락시장도 국제적으로 변하는구나ㅋㅋ 광어 저온조리 직접 먹어보고 싶네. 만약 진짜로 맛있으면 신선한 충격일 듯. 상인들 한숨 나올 만도 하다만, 새로운 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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