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생활 인프라, 시민의 삶 바꾸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생활 인프라 부족과 주차·보행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지역사회에서 재차 제기되고 있다. 강정범 예비후보가 최근 내놓은 생활 환경 공약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낡은 보도, 비좁은 도로, 턱없는 장애인 경사로, 그리고 만성적인 주차난은 단지 주민들의 불편을 넘어, 취약계층과 아이, 노인, 보행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안전 위협이 되고 있다. 행정과 공공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현장의 변화 속도를 정책이 따라잡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강 후보는 지역 내 주차와 보행환경을 짚으며 ‘실질적 개선’을 약속했다. 주차 문제의 경우, 새로 개발된 아파트 단지나 대형 시설을 제외하면 도심과 오래된 주거지에서 불법 주정차, 공터 주차 등 임시방편이 일상화돼 있다. 특히 소규모 아동·청년 가구의 증가는 한 집에서 ‘차 1대’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현실과도 맞물린다. 취약계층, 특히 고령층이나 어린이, 장애인 보행자에겐 인도 침범 차량이 안고 오는 위험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차난 해소는 단순히 ‘공간’ 확보의 문제가 아닌, 보행권과 공공질서의 문제라고 꼽히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보행환경 개선 역시 도시의 품격과 직결되는 의제다. 서울의 많은 동네가 20년, 30년 된 인도에 비좁은 골목길, 단차 없는 보행로를 여전히 품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각장애인이 혼자 걷기 무섭다”, “초등학생도 손잡고 다녀야 안전하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이미 선진국 상당수는 보행자 최우선의 도시 디자인을 실행하며 자가용 이동수단 비중을 낮추고 있다. 우리 역시 ‘보행자 중심’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도심 생활 환경은 80~90년대 자동차 중심 인프라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다시 생각할 지점이다.

생활 인프라 확충의 어려움은 예산과 행정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오래된 주택지의 땅값, 주차장 조성 부지의 부족, 일부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 그리고 예산 집행을 둘러싼 이해관계 등은 실질적인 난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당장의 눈에 띄는 성과와 단기적인 민원 해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행환경과 주차 정책도 미래세대의 변화를 읽고 예측해, 차근차근 누적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과 주민참여형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다.

도시 및 주거 트렌드에도 변화가 있다. 청년 세대는 이전과 달리 ‘생활의 편리’ ‘안전한 동네’를 주거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면서, 학교·어린이집 진입로나 대중교통 접근성, 지역 소규모 상권의 활기 등도 생활 인프라의 중요한 일부로 인식한다. 취·창업, 육아, 돌봄을 동시에 책임지는 현실에서 민주적인 생활 인프라는 필수적 사회기반시설로 재조명된다. 공공이 주도하는 인프라가 사적(드라이브, 사유지 임대 등) 주차 시장을 대신 해결할 것이라는 장밋빛 구상만으론 구체적인 변화체감을 만들기 어렵다. 예산의 우선권, 현장 목소리 청취 강화, 지자체 별 세밀한 정책 차별화가 함께 논의될 때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선 정책 혁신도 반드시 필요하다. 유휴부지 활용, 시간제 공유주차장, 실시간 주차 앱 등 ICT 기반의 신기술 접목은 지역 상황에 맞게 섬세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노후지역 보도 개량, 맞춤형 보행약자 도우미 사업 역시 단발적인 복지와 구분되어야 성과가 명확하다. 실제로,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생활SOC’ 예산을 활용해 탄력적 공유주차와 교차로 안전지대 설치를 시도하고 있다. 청년, 고령층, 장애인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염두에 둔 맞춤형 도시 인프라 설계 없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어렵다.

지역사회는 코로나19 이후 집 근처 생활의 비중이 높아진 ‘로컬 라이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물리적인 인프라 부족은 오랜 기간 누적되었으나,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것은 시민들이다. 주차와 보행환경 개선은 표면적 민원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삶의 질 제고,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지역 공동체의 방향성과 연결된다. 지방정부의 책임감 있는 리더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전문가 집단의 정책 실험, 그리고 예산의 투명한 집행이 중첩되어야만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선거 시기 각 후보의 공약을 판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과 실천 방식이다. 단순한 구호에 그칠지, 정책의 디테일까지 고민해 일상에 스며드는 실천 가능 모델을 제시하는지는 시민 모두가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문제다. 주차, 보행환경, 생활 인프라라는 생활밀착형 이슈는 생활의 작은 변화가 결국 지역 수준의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성과를 뛰어넘는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릴레이처럼 반복되는 ‘주차난 해소’, ‘보행환경 개선’ 구호에서 벗어나, 지역 구성원의 다양한 삶과 변화된 도시 구조, 사회구조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정책 논의가 시급하다. 주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행정과 전문분야에서 유기적으로 반영될 때, 바람직한 변화가 일상에서 시작될 수 있다. 도시생활의 작은 불편에 눈감지 않고, 모두의 내일을 위한 정책 혁신이 다시 한번 필요해졌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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