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산책] ‘지구인 학교 가기’: 국경 너머의 교실, 다르기에 대한 따뜻한 연대
‘지구인 학교 가기’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직설적인 제목이 먼저 시선을 끈다. 글로벌화와 탈영토성이라는 흐름이 일상이 된 오늘, 우리는 ‘지구인’이라는 말에 무덤덤해졌지만, 실제 교실에선 여전히 ‘한국인’과 ‘다른 아이들’의 경계가 분명하다. 이 책은, 그런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다문화·이주 배경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네들과 우리 사회는 어떤 식으로 만나고 엇갈리는지를 추적한다. 익명의 어린이 혹은 포스터 속 동그란 얼굴은, 그저 통계가 아닌 각자의 작은 사연을 품는다.
신간 ‘지구인 학교 가기’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다양성 교육을 연구해온 저자가 발로 뛰며 취재한 다문화 교실 풍경들을 담아낸다. 또래 사이에서의 소외, 언어의 장벽, 교사의 불안, 그리고 교육 정책의 미묘한 한계까지. 인터뷰와 현장 기록을 넘나들며, 이주 아동을 둘러싼 학교 공동체의 해묵은 과제들을 솔직하게 짚어낸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다문화·다양성’ 담론은 추상적 수치를 앞세워 긍정적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이 책은 ‘학교’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당사자들이 겪는 미묘한 감정의 결, 작은 실수, 때론 집요한 오해와 균열에 더 귀를 기울인다. ‘웰컴 투 코리아’식 포용의 구호와 교실 내 실제 분위기 사이의 거짓 없는 거리감이 이 텍스트의 생생한 리얼리티를 만든다.
패널 인터뷰에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 뿐 아니라, 이주 가정 부모, 담임 교사, 학교 관리자까지 등장한다. 각자의 언어와 습관, 고유한 표정은 칼날 같은 구분보다 오히려 작은 우정의 단서로 다가온다. 특히 한 카메룬계 소녀가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한국어 단어를 외운다”는 말은, 배타와 갈등을 넘어, 타문화 적응에 부딪힌 이들이 품은 애틋한 성장의 ‘은밀한 시간’을 포착한다. 저자는 결코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냉정한 시선으로, ‘공존’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요구하는 고통과 현실적 노력을 예리하게 붙잡는다. 그 속에서 문화적 역동, 생경한 갈등, 그리고 새로운 연대가 탄생하는 경로를 추적한다.
동시대 다른 고민을 담은 최근의 비슷한 책들과 비교할 때, ‘지구인 학교 가기’의 장점은 무엇보다 이를 낭만적 흐름이 아니라 사회적 ‘실험장’으로서 객관화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국립교육정책연구소의 보고서가 ‘이주 배경 아동 비율이 10%를 돌파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수치는 어느새 구체적 얼굴을, 이름을 지운다. 반면 이 책은 각각의 사연, 현장에서 만난 ‘작은 공동체’를 강조한다. 저자의 심층적인 교실 탐문에는 불필요한 미화 없이, 변화와 혼란, 그리고 때늦은 성장의 감정이씬이 촘촘히 깔려 있다. 실제로 일본, 독일, 영국 등 유럽 교실의 다문화교육 정책과 비교 분석하는 장면에선 우리 사회 특유의 ‘정체성 잠식’ 공포가 뒷받침한 배타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해지는 마주침의 온기가 교차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누구나 지구인 학교 학생’이 되어야 진짜 공존이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선행 연구들도 이미 다문화정책의 일선에서 ‘포용=교과 과정의 추가’에 매몰된 채, 실제 관계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지구인 학교 가기’는 다름의 발견과 배움, 그 후 이어지는 성찰의 시간을 학교라는 작은 일상에서 포착해낸다. 작가는 배려가 결코 가혹한 경계에서 비롯되지 않으려면 애초에 ‘같은 지구인’이라는 출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한다. 이는 영화 속 이방인 서사와도 통한다. 기존 텍스트들이 갈등을 외적으로만 드러냈다면, 이 책은 그 아래 숨은 내면의 사유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리움마저 선사한다.
출간 시점에서 다시금 묻는다. 한국 사회는 정말 ‘지구인 학교’로 진화할 준비가 되었는가? 책에 담긴 목소리들은 단순한 ‘다문화 이슈’가 아니라 내일 우리 곁의 현실임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사회적 논쟁이 된 다문화·이주 청소년 범죄 보도, 교육 현장의 갈등 사건들, 교사들의 구조적 울분 등이 자연스레 이 책의 현실성을 증명한다. 현장 교사들은 ‘가르침’보다 ‘함께함’의 시간이 점점 더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이주민 아이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성장, 그리고 우리 모두가 딛고 있는 ‘이방인됨’의 경험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또렷한 울림을 남긴다. 정체성 혼종이 곧 사회적 혼란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다름은 늘 경계에서 대화를 꿈꾸는 새로운 에너지로, 그리고 소통의 필요로 우리를 부른다.
독자로 하여금 마치 다문화 교실의 공기 속에 들어온 듯 몰입시키는 저자의 시선, 적당히 서술적이지만 곳곳에 총명한 분석이 깔려 있는 문장, 그리고 흔해빠진 공감 메시지에 기대지 않는 용기가 어우러진다. ‘지구인 학교 가기’는 그래서 사회 변화에 관한 뉴스와 보고서, 익숙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비껴간다. 그저 아침마다, 또는 방과 후에, 서로를 마주하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간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어쩐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국적, 피부색, 언어를 넘어, 우리 모두는 잊고 있던 ‘지구인 어린 시절’의 한 장면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짧고 굵다🤔 공감함
맞아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아직 갈 길 멀다 봄. 교육 정책부터 바꿔야 함.
다문화교실 경험 있다가서 공감ㅋㅋ 현실은 생각보다 더 셉니다. 말로는 지구인 학교, 실제론 아직 멀었음ㅠ
이런 책 보고 현실 바뀌면 좋겠지만… 음, 너무 큰 변화만 기대하면 스트레스만 쌓임… 조용히 각자 자리에서 바꾸는 게 답인 듯
…정말 우리 사회가 준비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몇이나 될까?
재밌긴 한데… 항상 사회적 실험만 반복되는 느낌 아닙니까.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한국에 오랫동안 뿌리내릴까? 일본, 유럽 사례 비교하던데 오히려 단일 민족의 심리적 거부감 더 강하게 남겠다는 생각도 듦. 근데 결국 아이들이 불편함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합니다. 종이 위의 정책이 아니라 교실의 실체적 변화가 필요하죠.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다름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은 단순히 제도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교실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 이 책으로 다시 느꼈습니다… 현실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