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분홍색으로 성공한 건축가가 남긴 흔적

분홍색은 단지 상징적 색채 그 이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건축계와 패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분홍색이 다시 부상하는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욕망과 심리적 변화까지 깊이 있게 반영한다.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칼럼은 이 흐름의 중심에서, 분홍색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공간의 해석과 소비자의 태도, 브랜드의 전략까지 감각적으로 해체한다. 2020년대 초중반만 해도 ‘밀레니얼 핑크’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새로운 기호로 연구된 바 있었지만, 2026년 오늘 한국 패션과 건축 현장에선 이 색채가 보다 대담하고, 또렷한 의미로 소환되는 양상이다.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신축 복합공간이 대표적이다. 이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 A는 파격적으로 외벽과 내부 디테일에 분홍빛을 물들였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오히려 젊은 소비자들과 셀럽들의 SNS 속 주요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유명 뷰티 브랜드와 콜라보 이벤트까지 촘촘하게 이어지며, 공간은 곧 브랜드의 확장된 세계관이 되었다. 해외 사례로는 마이애미 바젤의 분홍색 호텔, 런던의 ‘스케치’ 레스토랑 등도 그랬다. 건축에 있어 분홍색의 전략적 사용은 그 자체로 던지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전통적 남녀 젠더 구분에서 벗어난 감각의 해방, 심플함과 동심, 때론 반항과 유희까지 내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트렌드’의 맥락은 디자인 혁신에 머물지 않고 소비 심리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 사례를 들면, 성수동 공간 오픈 후 1년간 방문객 수는 인근 유사 공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고, 온라인 샵의 상품 구매 전환율도 소위 ‘핑크 포인트’가 강조된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크게 치솟았다. 현장을 찾은 20·30 여성, 남성, 외국인 방문객 인터뷰를 종합하면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하다”, “분홍이지만 전혀 유아적이지 않고 오히려 세련됨을 준다” 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지에서 #PinkVibes, #BuildInPink 같은 해시태그 역시 급증했다.

분홍색의 부상 이면에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심리·소비코드가 응축돼 있다. 불안한 일상에서 느끼는 ‘위로 받고 싶은 욕망’, ‘의미 있는 순간을 기록하려는 본능’이 이전보다 강해졌다. 박진배 칼럼에서는 이를 ‘도피의 색채’라 해설한다. 무채색 일상에 스며든 작은 핑크 포인트 하나로 기분 전환을 원하는 것은, 자신만의 취향과 안전지대로 돌아가려는 현대인의 집단심리다. 더불어, 일상의 공간마저 브랜드 문화와 경험적 소비로 연결하는 흐름이 ‘분홍색 건축’의 유니크함을 부각시킨다.

국내 패션·리빙 분야도 이런 사회적 심리의 맥락을 재빠르게 흡수했다. 2026 S/S 룩북에는 강렬하거나 부드러운 핑크가 빠지지 않고, AI 맞춤형 가구 브랜드들 역시 분홍색 소파·램프 등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색채가 갖는 감정적 기능의 확대를 시사한다. 분홍은 2020년대 초 ‘페미니즘’, ‘젠더프리’ 상징으로만 소비되었던 시대를 넘어, 폭넓은 시각 미학과 휴식 욕구까지 커버하며 진화 중이다.

이런 트렌드는 글로벌에서도 유의미하다. 각종 건축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작 중 절반 가까이가 파스텔톤, 특히 분홍ㆍ라일락 계열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 또, 최근 MZ세대의 브랜드 충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상적인 색채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3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스페이스 마케팅 연구자들은 이를 ‘감정의 예약본능’이라 칭한다. 즉, 색깔 하나로 단기간 내 소비자의 심리적 선점효과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분홍색이라는 한가지 색이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경제적, 심미적 파급력은 이제 건축·패션·리빙의 경계를 넘나들며, 트렌드와 일상 사이의 힙한 접점을 형성한다. 소박한 생활공간부터 도심형 플래그십 스트리트까지, 분홍빛은 누군가에겐 익숙한 위안의 색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새로움을 탐닉하는 과감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박진배 칼럼이 감각적으로 해부한 ‘분홍색의 앞으로’는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유연한 에너지, 그리고 매번 새롭게 이야기될 현대인의 욕망의 색채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분홍색으로 성공한 건축가가 남긴 흔적”에 대한 4개의 생각

  • 색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이슈가 되는 세상… 진짜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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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색이 단순히 트렌드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체적인 심리 변화까지 연결된다는 분석에 깊이 공감합니다. 팬데믹 이후 심리적 위로로서 색채의 가치가 더 커졌다는 점도 흥미롭네요. 다만 너무 유행에만 치우치다 보면 컬러 피로감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트렌드와 감정의 상관관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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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색이 요즘 대세라니ㅋㅋ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거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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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분위기는 확실히 잠깐이라도 힐링 주는 공간에 사람 몰리는 듯… 분홍이든 뭐든, 다들 무의식적으로 소소한 위안 찾는 중 아닐까 생각되네요. 긴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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