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서초등학교, 장독대 위에서 전통의 가치를 움켜쥐다
진도의 봄바람이 따스하게 불던 4월, 진도서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정 한켠 햇살 가득한 마당에 둘러앉았다. 그들의 곁에서 소금, 콩, 그리고 진한 메주 향이 뒤섞여 스며오는 장독대 앞. 누군가는 어린 손으로 소금을 한 움큼 집어, 맑게 우러난 콩과 조심스레 섞어본다. 다른 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뭉친 메주를 장독에 넣으며, 전통 장 담그기의 본질을 몸소 경험한다. 이번 행사에는 아이들과 선생님, 지역 주민들이 한데 모여 우리 식문화의 뿌리를 되새기며, 잊혀져가는 ‘손맛’과 ‘정성’의 기억을 고스란히 쌓았다.
진도서초등학교는 매년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중에서도 장담그기는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100년, 200년 전통이 세월을 거쳐 여전히 이어지는 우리네 살림살이의 일부다. 실제로 담장 너머로 풍겨오는 메주의 독특한 향은 계절마다 달라지고, 고요한 장독대 위에 내려앉는 이슬은 여느 체험학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번 행사에서는 메주를 깨끗이 닦아 조각내고, 굵은 소금을 원형대로 두고 콩물을 부어 장독에 정성스레 쌓아 올리는 과정이 이어졌다. 모든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졌고, 교사와 마을 어른들이 조용히 지도했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장 담그기처럼, 이 체험 역시 손끝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작은 성취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최근들어 식생활의 서구화가 빨라지고, 인스턴트 음식이 일상에 번져가면서 우리 장(醬)의 의미와 역할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간장의 구수한 맛 너머에는, 발효와 기다림, 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다. 전국 각지에서 전통 장 문화가 다시 빛을 보는 현상은, 식탁을 넘어 깊은 정신적 유산 복원의 움직임이다. 진도서초 아이들이 장독을 두르는 모습을 보니, 그 체험이 단순한 체험 이상의 가치를 지님을 실감하게 된다.
마을 주민 최모 할머니는 “이렇게 어린애들이 장 담그는 걸 보니 내 어릴 적 생각이 나네. 그 시절엔 모여서 서로 장을 나누고, 그 맛을 이야기하며 살았지”라고 이야기했다. 세대를 이어서 전수되는 손맛의 가치는, 현대의 풍요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밥상과 미각, 일상에 작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었다.
음식은 결국 누군가의 기억과 마음, 그리고 기다림이 모여 완성된다. 장 담그기 행사는 학생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경외와 자연, 인간, 시간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깨닫게 했다. 장독을 곁에 둔 삶의 고요함과 풍요, 발효라는 느림의 미학은 언제나 우리의 공간, 시간 속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진도의 푸른 하늘 아래, 우리의 식문화가 아이들의 손끝에서 한 땀 한 땀 이어진다. 서초등학교 장 담그기 체험은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를 환기한다. 오래된 것은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된 기억과 정성이 한 세대를 지나 또다시 새로운 세대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이 작은 교정과 장독대, 그리고 아이들의 미소에서 한국 식문화의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흐르고 있다. 비단 한 학교의 체험이 아니라, 전국의 많은 학교와 마을에서 이런 전통 문화를 더 자주 경험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우리의 밥상과 삶 역시 더 깊고 단단해지리라 믿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진도… 역시 남도는 뭔가 달라요🤔 이런 체험 요즘 귀한데 학생들 추억 많이 남겼겠어요. 장맛처럼 오래오래 기억되길🙂
진짜 대박!! 이거 애들 다 쏟고 난리난거 아님??ㅋㅋ🤪
…아이들 교육에 전통 체험,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참신하고 보기 좋네요☺️ 이런 기회가 전국적으로 많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