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소모성질병 컨설팅’ 개편 앞두고, 다시 농장의 사람과 동물 속으로

4월의 이른 오후, 충북 음성의 한 양돈 농장. 농장주 송재혁 씨(53)는 요즘 잠을 푹 자본 적이 없다. 지난겨울 입고된 새끼돼지들 중 일부가 뜻밖의 호흡기 질병에 시달리면서, 늘어나는 손실을 어찌 막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그가 동료 양돈업자들 단톡방에 올린 건 조급한 SOS였다. 며칠 후, 지역 컨설팅팀이 현장을 찾았지만, 짧은 순회와 체크리스트로 정리된 답변은 늘 갈증만 더했다.

전국 농장 곳곳에서 반복돼온 이 피로한 풍경. ‘돼지소모성질병 컨설팅’ 사업이 뭔가 달라진다는 예고에, 송 씨 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실질적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모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이번 사업 전면 개편 골자는 바로 “우선 실질적 현황 파악부터”다. 이름만 바꾼 설문이 아니라, 농장마다 각기 다른 상황과 복합 질병양상, 인력 및 신기술 도입 여부 등 세부 조회를 선행하겠단 선언이다.

최근 몇 년, ASF(아프리카돼지열병)와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등 고위험 질환이 반복적으로 터지면서, 단발성 컨설팅의 한계에 지역 양돈농가들이 지쳐간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 상황 기록이나 원인분석은 적고, 문서화된 진단은 형식적이었다는 반성이 여기저기 쏟아졌다. 전문가들 역시 ‘단순 매뉴얼’ 위주였던 현 체계가 개별 농가의 현실과 격차가 컸음을 지적해왔다. 가령 충남 예산의 한 젊은 농장주는 “컨설턴트가 온다고 해서 항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고, 오히려 매번 비슷한 지적만 듣다보니 기대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 개편에는 사람에 주목하는 단계별 접근이 강조됐다. 표준화된 체크리스트나 일회성 방문이 아닌 대부분 컨설팅 참여 농가를 ‘실태조사팀’이 장기간 모니터링하고, 장단기 해결책을 동반하는 ‘맞춤형 지원’ 방식이 도입된다. 이를테면 특정 농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복합 감염 질환, 시설 노후화, 내·외부 인력관리 방식 등 문제 지점별로 해당 농장 구성원과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필요하다면 지역 수의사, 복지담당자, 기술상담사가 동행 파견된다.

사실 우리의 축산 컨설팅이 현장 실질 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하지 못한 이유엔 ‘농장의 일상’이 늘 뒷전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여성 농장주는 “농장 안에서 일하는 청년, 보건관리자, 때론 가족들까지 각기 컨설팅에 대한 요구와 필요가 달랐지만, 그런 세밀한 얘기를 컨설팅팀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시범사업에선 구성원 인터뷰, 질병 외 인력·노동환경 요인까지 담는다는 소식에 희망이 비친다.

이번 변화의 밑바탕엔 ‘동물 건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전체 안전망의 연결’이란 의도가 있다. 한 지역 보건수의사는 “양돈농가의 질병 악화가 거듭될수록 그 부담과 피해는 농민 개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식탁과 지역 사회의 복지현장까지 연결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컨설팅 사업의 방향 전환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기존엔 질병 예찰 및 예방 위주였다면, 이제는 농가별 사정과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숙련 인력 양성, 맞춤형 현장지원, 농업인 복지와 연계까지 확장되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변화가 하루아침에 체감된다는 보장은 없다. 일부 농가는 불신의 시선도 숨기지 않는다. 컨설팅 인력 구성, 농가-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방식, 나아가 예산 투입의 효율성 등 곳곳에 고민은 남아있다. 특히 “농민 중심”이 아니라 “제도 중심”으로 흐른다면 또 한 번 상처만 안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렇기에 이번 사업 개편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해, 진짜 삶의 자리에 들어가는 실질 조사와 내밀한 이야기 청취, 꾸준한 현장 피드백이 핵심이다.

이 변화에 농민들만 필요한 건 아니다. 이른 아침, 농장 울타리 바깥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20대 청년 사육사의 말처럼, “우리가 돼지를 챙기는 손길엔 늘 가족의 무게가 묻어나요.” 사회 각계가 ‘현장’의 시선과 고생에 관심을 기울일 때, 복지와 건강, 식문화의 신뢰도도 함께 강화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 중심”이란 말의 실천적 의미를 이번 변화가 진짜로 증명하길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돼지소모성질병 컨설팅’ 개편 앞두고, 다시 농장의 사람과 동물 속으로”에 대한 5개의 생각

  • wolf_molestias

    결국 조사하고 또 조사하는데, 뭐가 달라져. 말로만 현장이지. 늘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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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장현장과 제도가 그동안 따로 놀던 관행에서 벗어나려면 정말 세밀한 자료와 꾸준한 농가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단발성 예산소진 사업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실제 정책효과가 장기적으로 평가, 환류될 수 있는 체계로까지 이어져야 진정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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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실태조사가 선언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농가마다 현실에 맞는 실질적 대책에 이르러야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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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돼지도 힘들고 농민도 힘들고 정부는 대책만 바꾼다고 하고… 진짜 농장 컨설팅 오신 분들이 거기서 제일 열심히 보는 건 농장 커피잔 위치 아니냐 ㅋㅋ 만날 와서 뜬구름 잡듯 얘기만 하고 ㅋㅋ 이번엔 진짜 바뀌었으면~ 근데 그런 거 다들 매번 기대했다가 실망한 거 아님? 🙃 내가 농부여도 신경 꺼버릴 듯;; 경우에 따라선 동네 수의사가 더 도움될지도… 이러다 또 농가에 기계 사라고만 할 것 같은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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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설팅 바뀌어도 농장주 맘 편해지는 건 언제쯤임 ㅋㅋ 다시 조사만 하다 끝나는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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