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분노, 법 위의 ‘사적 보복’…우리 사회가 건너야 할 강

하루의 끝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장면이 있다. 골목길에서의 경적, 아파트 앞에서의 주차 시비, 혹은 무분별한 무단횡단—이렇게 작은 마찰이 우리 일상에 남기는 흔적은 생각보다 깊다.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6년 올해 들어서만 이미 1,700여건의 ‘사적 보복’ 사건이 접수됐다.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적 보복 대행은 중대 범죄…사소한 일로 인생 그르쳐’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흔히 ‘보복 범죄’라고 불리는 이 행위들은 주로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일상적 다툼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 이 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점점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울림이었다.

선량한 시민의 권리 보호라는 말은 입에 붙었지만, 그 책임의 무게를 똑바로 본 적 있는가는 묻고 싶다. 지난달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한 쪽이 흉기를 들고 상대방을 협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저 ‘사소한 일’이었다던 다툼은 단숨에 양쪽 가족의 삶을 뒤흔드는 사건이 되었고, 남겨진 이들은 모두 더는 일상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됐다. 기록 밖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분노들도 많다. 충남의 한 소상공인은 무심코 던진 욕설 한 마디에 시비로 번져, 휴업을 하게 됐다. ‘내가 직접 벌하겠다’는 작은 독기는, 결국 나와 내 이웃 모두를 상처입힌다.

이렇게 사적 응징 대행의 그림자에 놓인 사람들은 단순한 수치 그 이상이다. 사회부장으로서 수많은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마주한 건 늘 상처받은 사람들이었다. 가해자의 분노 뒤에는 억울함도 있지만, 피해자의 삶에는 아무런 이유 없어도 상처가 쌓인다. 최근 판결에서 법원은 ‘사적 제재는 윤리적 책임뿐 아니라 실형의 가능성도 감수해야 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단호한 소명을 내놓았다. 형사정책학회 역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공권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질수록, 시민이 직접 정의를 집행하는 사적 보복이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누구도 내 삶에 함부로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되지만, 감정에 휘둘린 한순간이 모든 걸 뒤집을 수 있음을 너무 늦게 깨닫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정의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벌어지는 사적 보복 행위는 결코 ‘정의로운 분노’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분노의 해소를 올바른 절차와 대화를 통한 해결에서 찾는 훈련이 부족하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보복 범죄자 10명 중 7명은 사건 발생 당시 분노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수록 쌓여가는 불신을, 누구도 쉽게 해소할 수 없다는 체념에서 사적 응징이 싹을 틔운다. 하지만, 한 번 굳어진 ‘누군가의 적’은 쉽게 풀릴 수 없는 실타래가 된다. 불화가 씨줄로, 오해가 날줄로 얽혀 결국은 모두가 공감 능력을 잃고, 어디서든 누구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최근 흥미로운 캠페인이 시작됐다. ‘마음 한 번 더 참기’ 프로그램은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에서 분노관리 워크숍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공감과 경청의 가치를 몸으로 익힌다. 익명의 상담 참여자는 “내가 느끼는 부당함을 누군가 들어주고, 화해하도록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진다”고 했다. 이는 결코 미화가 아니다. 분노는 해결되지 않으면 그대로 전염병처럼 퍼지는 법, 한 가정에서 터진 사적 응징은 이웃과 직장, 더 나아가 사회 전역으로 번진다. 분노의 악순환에 빠진 사회가 서로를 미워하는 데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는 결국 모두가 불안한 이웃이 되고 만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가 강조한 메시지는 단순히 강경한 처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격앙되어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결국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이 더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절실한 바람이 담겼다. 화해와 사과, 대화와 절제의 연습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사회. 타인의 실수 앞에서 ‘먼저 참아보기’라는 말이 칭찬받을 수 있는 사회. 요즘처럼 이웃의 얼굴조차 모르고 사는 시대, 감정의 온도를 다시 되찾아야 한다.

어떤 사건도 단숨에 해결될 순 없다. 그러나 이 작은 교훈이 쌓여, 언젠가 골목길에서, 가게 앞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누군가가 당신의 분노를 대신해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지도 모른다. 우리의 갈등은 처벌보다 치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분노 위에 세운 정의는, 결코 다음 세대의 희망을 품을 수 없으니 말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일상의 분노, 법 위의 ‘사적 보복’…우리 사회가 건너야 할 강”에 대한 7개의 생각

  • 사회가 병든 듯, 누가 이웃이고 누가 적인지 모르겠네. 공권력은 뭐하고 있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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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의 악순환… 결국 나한테 부메랑 돌아옴!! 감정 컨트롤도 연습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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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적 보복하다가 손해보는거 모름? 내 손은 남 자르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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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왜 맨날 사소한 일이 폭발로 커지는 거야!! 감정 관리 못하는 사회 실화냐!! 진짜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함!! 이런 뉴스 자주 나오면 불신만 커짐!! 극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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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요즘 사람들 자격증보다 참을성부터 따야되는 듯~ 진짜 감정 조절도 교육 필수죠!! 분노 올바르게 푸는 법, 학교서 가르칠 때도 됐다 생각함요!! 다들 긍정 마인드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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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_investment

    웃기네.. 참는게 져주는 시대옴… 법도 신뢰 못하니 다 손수 해결하려드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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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사건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타인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내가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세상이라는 생각에 씁쓸해요. 갈등이 일어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법적으로 잘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모두의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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