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에 담긴 영유아 건강의 첫걸음,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잇다

네 살 반 아인 유진이 엄마 박선아 씨는 매끼 전쟁을 치른다. 푹 익힌 브로콜리엔 손끝도 안 대고, 고기 반찬만 찾던 유진이. 어느 날 동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영유아 요리교실’ 홍보 전단을 보고 박 씨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교실에 들어선 날, 선생님은 유진이에게 작은 나무 칼을 쥐어주며 스스로 바나나를 썰게 했다. 유진이의 첫 반응은 망설임. 한동안 손장난만 하더니, 어설픈 자세로 바나나를 반으로 쪼갰다. 곁에서 박 씨는 조심스럽게 격려했다. “유진아, 엄마랑 같이 해볼까?” 그날 유진이는 브로콜리 샐러드를 완성한 뒤 자신의 손으로 한입 크게 집어먹었다. 놀랍게도, 그날 식사 후 박 씨 얼굴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식습관 문제는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영유아 10명 중 3명은 편식 또는 불규칙식이 문제로 성장, 건강, 행동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보건복지부 2025년 통계). 부실한 영양섭취는 이후 만성질환, 체중 문제, 정서적 문제로까지 번진다. 시중에선 ‘아이 입맛’에 맞춘 특수 식품, 영양제, 심지어 유전자 맞춤 메뉴 서비스까지 쏟아진다. 하지만… 진짜 해답은 일상의 작은 변화, 어른과 아이가 부엌에서 함께 머무는 그 순간에서 시작된다.

최근 각 지자체와 복지기관이 본격적으로 영유아 편식 개선과 건강 식습관 형성을 위한 요리교실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보건소 정미라 영양사는 “가정과는 또 다른 경험 공간, 또래와 협동하며 스스로 만든 음식을 직접 맛보는 기회 속에서 아이들이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고 말한다. 실제 참여 가정 중 70% 이상이 편식 감소, 다양한 식재료 시도, 가족 식사 분위기 개선 등 긍정적 변화를 보고했다(2026년 시민건강연구소 자체조사).

요리교실의 가치는 단순히 ‘먹이기’에 있지 않다. 자기 손으로 재료를 고르고 만지고 자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꼭 식재료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 도전, 그리고 “스스로 해냈다”는 즐거움이 생긴다. 부모들은 아이 주도 요리에 처음엔 불안해도, “아이 눈높이에서 세상을 새롭게 마주한다”며 웃는다. 장애 아동, 저소득·한부모 가정에도 이 교실은 큰 울타리가 된다. 혼자서 식사 지도에 한계가 있었던 한부모 김승환 씨는 “이제 딸이 스스로 반찬을 골라볼 수 있게 되었고, 함께 밥을 차리는 일이 더이상 부담이 아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반면, 각 가정과 기관의 현실적 한계도 함께 들린다. ‘안전’이란 이름으로 칼과 불에서 아예 아이를 떼어두는 분위기, 바쁜 일상에 쫓겨 간편식·배달음식에 점점 기울어가는 식탁. 소수 교실만이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중이고, 대다수 가정은 정보 자체를 접하지 못한다. 복지관 영양사 김성민 씨는 “체험교실 확대와 전문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단발성 이벤트 아닌 생활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눈길을 끈다. 일본 지자체는 2000년대 초부터 유치원·보육원 연계 요리활동을 공식화했다. 어린이 주방 시설이 의무화돼, 교육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프랑스·노르웨이 역시 부모-아동 공동조리 수업, 농장 견학 등 음식의 사회적 의미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한다. 이들 국가는 관련 예산 확보와 교육자 양성, 부모 대상 ‘가정 연계법’ 안내까지 ‘어린이 건강’이라는 사회적 투자로 접근한다.

한국도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영유아 식생활 지원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30% 확대 편성했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여전히 아쉽다. 정책이 지속적 체험방식 대신 일회성 캠페인에 집중되는 탓이다. “요리교실 역시 소도시, 농촌, 취약계층엔 그림의 떡이다”라는 장애인 복지관 이소영 센터장의 말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 격차 문제가 다시 드러난다.

한편, 어린이 요리교실은 높은 만족도와 달리, 아직 ‘부모 교육’과는 벽이 있다. 맞벌이, 1인 가구, 사교육 중심 도시환경 속에선 대면 참여가 어렵고, 가정 내 실행력도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려면 온라인 양방향 수업, 식재료 꾸러미 제공, 부모-아이 공동 과제 등 일상 실천을 촉진할 다층적 방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부산 아동복지센터가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요리수업을 운영한 결과, 참가자 만족과 식습관 개선율에서 전국 상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 한 명의 변화를 통해, 가족의 식탁과 우리 사회의 건강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건강한 식사란 칼로리, 영양소의 숫자를 넘어, 가족 사이 대화와 함께하는 기억, 스스로 삶을 돌보는 자립의 씨앗이기도 하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이토록 다양한 모습을 품은 줄, 부모들은 이제서야 다시 실감한다.

요리교실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다. 아이와 부모, 어른과 어른, 이웃과 이웃이 한 식탁에서 눈을 맞추는 공동체적 경험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우리 아이가 먹는 그 순간을 같이 걱정하고 격려하는 어른들이 한 명이라도 늘어날 때, 사회의 건강과 행복은 한 뼘씩 자라간다.

당신의 식탁에는 어떤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나요? 어쩌면 아이의 편식과 싸우는 오늘도, 미래의 큰 변화를 만드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요리교실’에 담긴 영유아 건강의 첫걸음,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잇다”에 대한 11개의 생각

  • 이런 기사 볼 때마다 느끼는 점!! 실제로 혜택받는 가정은 소수 아니겠습니까;; 제도적 지원 확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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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 야채 안 먹는 게 무슨 이슈냐…부모들 핑계 대지 말고 좀…ㅋㅋ 요리교실이 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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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엽다 ㅋㅋ 우리 조카도 요리 교실 다니면 야채 좀 먹으려나? 담에 한번 데려가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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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_repudiandae

    그래도 아이들 건강 위해 조금씩 바뀌려는 시도는 중요하다 생각함~ 알려주는 정보 계속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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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이기는 부모 있나요? 애가 싫다하면 그냥 시리얼 주는 게 현실임🤔 근데 요리 교실에서 지가 만든 음식은 먹는다는 거 완전 공감ㅋㅋ 맞벌이 부모도 참여할 수 있게 실시간 온라인 프로그램도 좀 추진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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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편식 정말 문제죠…음식교육 더 체계적으로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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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엔 바빠서 아이 식습관 신경 못 쓰고 죄책감만 쌓이는데, 기사 보니까 조금 희망이 보여요. 이렇게라도 아이와 함께 요리하고, 조금씩 자연스럽게 식재료를 받아들이게 도와주고 싶네요. 아직까지는 부모의 실천이 어렵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가까워지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교육이 같이 병행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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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필요한 정보네요…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더 자주 이런 내용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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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교실이 대단한 해결책인 양 띄우지만, 결국 집에서 할 여유 있는 부모 자식만 좋겠다. 저녁에 칼 쥘 시간도 없는 집은 구경도 못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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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만 보면 다 될 것 같지…ㅎ 현실은 맞벌이 육아, 음식 편식도 부모탓처럼 몰아가는 분위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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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이제야 뒤늦게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 같네요. 이미 선진국은 수십 년 전부터 유치원, 학교에서 식생활 교육 및 실습을 일상적으로 해왔습니다. 아직까지 전국적인 제도화 수준은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계층 구분 없이 모든 아이가 체험할 수 있도록 법, 예산, 인력 기반이 튼튼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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