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식문화 현장’에서 일군 한식 도슨트들의 성장, 그 온기와 풍경들

묘하게 붉게 물든 여름 저녁, 강원의 산골 음식점 바깥으로 퍼지는 들꽃 향과 두 손에 감도는 따뜻한 강냉이죽 그릇. ‘현장’은 늘 그런 교감에서 출발했다. 한식진흥원이 올해도 도슨트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6월부터 강원도의 다양한 식문화 현장을 무대로, 우리의 음식 역사를 몸으로 전하는 ‘도슨트(문화해설가)’들의 이야기가 깊어진다. 강원은 한국 전통 식문화의 변주가 살아있는 곳이다. 탁한 곡주, 울긋불긋 손두부, 구수한 메밀묵…이런 특색 있는 음식 한 접시 한 접시가, 그 땅의 기후와 정서를 말없이 풀어낸다.

강원도속 작은 마을 식당, 서울을 벗어난 한식당 골목, 사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탐방지에서 도슨트들은 음식의 진경만 전하는 게 아니다. ‘왜, 이 집 어묵탕이 이렇게 맑지?’, ‘이 김치는 왜 랑랑하게 숨이 쫙 들어가 있나?’ 직접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만져본 뒤에야 할 수 있는 설명, 그 현장의 맛에 여운이 덧입혀진다. 올해 한식진흥원의 프로그램은 과거보다 한 층 깊고 느리게, ‘전달’을 넘어 음식에 담긴 기억과 풍토, 그리고 노년의 사장님 손길까지 해설할 수 있도록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종전까지의 식문화 해설은 어쩐지 ‘표준 교과서’ 느낌이 짙었다. 이제는 도슨트가 현장 체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하는 방식. 이를 위해 한식진흥원은 다양한 분야 훈련—다문화 음식 해설, 현대와 전통의 다리 놓기, 지역 식재료의 스토리텔링 기법 등—을 도입했다. 강원 지역 한식 체험, 식재료 산지 견학, 영감 어린 셰프·장인과의 대화 기회가 마련되고, 각자 재해석한 스크립트를 공유한다. 종국엔 한식 도슨트 스스로 ‘이야기꾼, 전승자’로 거듭나게 하려는 의도다. 단순 설명가에서 ‘공감하는 식문화 번역자’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최근 몇 년간 음식관광·문화답사가 급속히 대중화됐다. K-콘텐츠 열풍 덕에 한국 음식에 대한 전 세계인의 탐구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표준화된 정보와 꼭 닮은 스크립트만 반복되는 한계도 뚜렷했다. 그 갭을 자꾸 문제로 지적해 왔던 것은, 식문화의 ‘현장성’이 빠질 때 해설가의 설명이 건조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김치를 담그고, 할머니가 세 번 치댄 메밀 반죽의 온도를 손끝으로 기억해야 삶의 온기가 설명에 실릴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일본, 프랑스 등 선진 식문화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교토의 ‘가이세키 체험’이나 파리의 ‘시장 투어 & 셰프 교실’ 등은 관객참여형 식문화 해설을 표방하며, 스토리텔링이 중심에 놓인다. 국내에서는 아직 도슨트 활동이 미술관, 유적지에 집중돼 있었지만, 한식진흥원의 이번 프로그램은 음식 자체뿐 아니라 음식을 매개로 한 ‘풍경과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실험이다. 그간 각종 정책 평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온 ‘인물 중심 해설’의 필요성도 올해부터는 현장 적용을 본격화한다.

강원 식문화 현장에는 오래된 시간의 흐름이 새겨진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 볕든 툇마루에서 만드는 두부, 몽글몽글한 곡주 항아리들, 사연 많은 된장의 잔향. 이번 도슨트 강화 프로그램은 ‘설명’의 한계를 넘는 감성적 체험을 지향한다. 참여자들은 산지 명인과 사계절 식재료를 체험하며, 마을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손을 거친 재료로 음식을 담는다. 이 과정에서 오로지 그 땅, 그 시간, 그 손길만이 전해줄 수 있는 식문화의 진심을 ‘살아있는 언어’로 번역해낸다. 이는 문화체험형 관광이 도시를 넘어, 소박한 지역의 깊이와 따뜻함을 조명하는 식문화 진흥의 실전 변화다.

도슨트들은 각자의 기억, 감정과 경험을 스스로의 언어로 풀어내며, 관람객들과의 교감도 깊어진다. 실제로 이번 프로그램을 거친 이들은, 기존의 ‘정해진 대본’에서 벗어난 새로운 해설의 디테일—마당에서 느꼈던 산들바람, 운동화 끈 한 번 더 동여매던 노인의 몸짓 등—을 자유롭게 전달한다. 한식의 가족적 온기와 장소의 힘, 조용한 시간성과 사람들의 온기가 새로운 음식 해설의 풍경을 묘사한다. 더불어,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음식 기억의 전승’이 의미 있는 문화 자산임을 환기한다.

강원이라는 구체적 공간과 그 안의 빛, 소리, 냄새, 그릇이 전하는 이야기까지. 한식진흥원의 도슨트 프로그램은 설명 이상의 경험, 경험 이상의 교감, 교감 이상의 기억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여행자의 눈길과 식탁 위 따스한 손길이 만나는 장소에서, 한식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강원 식문화 현장’에서 일군 한식 도슨트들의 성장, 그 온기와 풍경들”에 대한 6개의 생각

  • 도슨트 강화?… 설명만 잘하면 뭐하나, 맛없는 집 걸리면 말짱 도루묵임… 근데 현장 체험이 음식 설명에 느낌 더해주는 건 인정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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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문화니 도슨트니… 현장 교육해봐야 다 매뉴얼만 들고 다닐걸ㅋㅋ 혁신 이딴 거 기사로 띄워봤자 뭔가 변할까? 현실은 여전히 관료식…신선함 좀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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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현장이랑 이야기?… 확실히 요새는 관광도 ‘체험’이 대세네. 변화가 느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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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님. 내용보다 맛이 젤 중요함. 근데 체험 해설은 신선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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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voluptatem

    현장 도슨트의 경험이 쌓이면 한국 음식 소개의 질이 더 높아질 듯 합니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확산되길 바라며,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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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배우는 식문화라, 듣기만 해도 한식의 깊이가 새삼 다르게 느껴집니다…관광·문화체험의 가치가 점점 더 강조되는 요즘, 이런 기획이 곧 한식이 해외에 나아가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한식진흥원이 현장감과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니, 앞으로의 변화가 많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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