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집토끼와 산토끼’ 발언, 여야 정치전략의 구조적 문제 되짚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6년 7월 22일, ‘산토끼 잡아온들 집토끼 나가면 총선·대선 무망’이라는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내놓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균열, 중도층 유권자 확장 전략,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핵심 지지층(이른바 ‘집토끼’) 관리라는 고전적 과제에 대한 불안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정 의원의 문제 제기는 실질적으로 여야 모두가 직면한 내적 동학과 외적 변수의 복합적 압박, 특히 정치적 ‘영역 확장’과 ‘기반 결집’이라는 동전의 양면적 과제가 병존하는 한국 정치의 단면을 반영한다.
먼저, 정청래 의원은 “산토끼(중도층·무당층 등)를 잡으려는 시도가 일시적 표 확장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기존 집토끼(기존 지지층) 이탈이 동반된다면 장기적으로 선거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 2020총선에서의 ‘집토끼 결집’ 전략과 2022 대선에서의 ‘산토끼 확장’ 전략 모두 각각 명암이 있었고, 이는 한국정치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전략적 딜레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 간의 괴리, 즉 여론 상에서는 중도 확장 전략이 유리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조직화된 지지층의 투표 행동이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2022년 대선 사례만 보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지층 동원력이 곧 승부의 분수령이 된 전례가 명확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집토끼’와 ‘산토끼’라는 은유는 한국 현대정치에서 선거 참패 혹은 승리 이후 여야 지도부가 되풀이해온 주요 담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 의원의 발언은 국제 정세와 한국 정당환경의 상호작용도 시사한다. 대외적으로 2026년 현재 한반도 정세는 지정학적 긴장, 미중경쟁, 북핵문제 등 외생 변수가 정권 안정과 선거 전략에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지지층의 충성도를 높이고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투 트랙’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표류’와, 내부 이견으로 인한 메시지 혼선 역시 거듭 반복되고 있다. 최근 야당 지도부의 리더십 내분과 여권의 선거연합 해체 논란도, 결국 기반집단 결속력 약화가 정권 유지와 교체를 좌우한다는 전형적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집토끼 대 산토끼’ 구도는 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에둘러 드러낸다. 즉 당 내부의 민주주의 보장과 정강정책의 선명성 유지라는 당위적 목표, 중도실용 노선과 외연 확장이라는 현실적 필요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 딜레마는 87년 체제 이후 ‘양강구조’에서 더욱 고착화됐으며, 2030세대와 신흥 유권자 계층이 본격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게 된 최근 선거 국면에서 더욱 복잡해졌다. 변화된 유권자 지형에서 과거와 같은 ‘집토끼’ 의존 전략, 혹은 단기적인 ‘삼토끼’(신규 유권자) 전략 모두 장기적으로 신뢰 기반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경제·사회적 맥락에서도 이 논거는 유효하다. 복지, 교육, 노동 등 각종 현안에서 민주당은 이른바 ‘진보 결집’ 프레임을 타파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경제 불안정과 신뢰 저하로 인해 핵심 지지층 이탈이 빈번하다. 반면 여권 역시 중도 실용주의 표방과 ‘국정 안정 프레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보수 결집의 동력을 상실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외부적으로는 대외경제 불확실성,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직접적으로 국내 복지 지출, 재정정책, 노동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만 국내에서는 집단 정체성과 현상유지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 의원 발언이 지나치게 내부결속만을 강조해 현대적 소통과 유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특히 탈정치화(tripartisan potential)의 중요성과, 이념의식 약화 및 시민사회 역동성을 무시한 구 시대적 프레임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국제관계적 시각에서는 내부 기반 약화가 곧 통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강대국 외교에서 늘 등장하는 ‘내치와 외교’의 상호 연동성은, 정당 지지층 내 결속과 국민통합의 단일선상에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정청래의 발언은 단순히 총선·대선 전략의 표피적 분석이 아닌, 한국 정당이 처한 이중적 압박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함의를 자극한다. 유권자들은 더이상 단선적 스펙트럼에 머무르지 않으며, 양대 정당 역시 그에 견줄 탄력성과 복합적 리더십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집토끼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산토끼도 놓치지 않는, 그러나 최우선은 내부 기반의 혁신과 장기적 신뢰 구축임을 정 의원의 언급이 다시 환기시킨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