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의 아·사·과 170] AI 이후의 인간

기술의 진화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시대, 인공지능(AI)의 격렬한 성장은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 문화의 의미, 인간관계의 본질 등 오랜 질문을 새롭게 호출한다. [최병관의 아·사·과 170] ‘AI 이후의 인간’이라는 문제의식은 최근 강하게 대두된 사안 중 하나다. 2026년의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상 대부분의 노동이 자동화되고 뉴스와 소설조차 인공지능이 쓰는 현실에서, 사회는 인간의 역할, 인격, 윤리, 그리고 존재 의미에 대한 근본적 질문 앞에 서 있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공포만이 아니다. 최근 여러 보고서와 학론자는 인간이 비로소 다시 질문해야 할 가치에 집중한다. 실제로 AI는 계산, 반복, 방대한 데이터 해석에 유능하지만, 인간 고유의 맥락적 해석과 미세한 감성, 그리고 창의적 오류의 미학에서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 기사 역시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면적으로 묻는다.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들은 인간 고유의 영역-예술,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 삶의 ‘의미’ 만들기-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철학자 벵야민의 논의나 미국 MIT 미디어랩의 최신 담론에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 AI는 설계된 목적과 데이터를 넘어서지 않지만,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 너머를 꿈꾼다.

실질적으로 일상에선, 인공지능의 확산이 다양한 양상의 새로운 사회문제를 양산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의 재편이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창작’ 영역에서, AI가 쓴 소설, AI가 연주한 음악, AI가 그린 그림이 문화계에서 상을 받는 일은 낯선 풍경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한국출판문화협회와 예술관련 단체들은 이에 대응해 ‘인간성 인증’ 혹은 ‘창작 과정 공개’ 등 새로운 윤리 기준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시민 개인 단위에선, 친구와의 대화, 연인과의 감정 공유, 심지어 자녀 교육마저 AI 챗봇에 의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 초 서울시 심리정서 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3명 중 2명이 ‘고민이 있을 때 AI상담을 먼저 찾는다’고 답했다. 이는 인간끼리의 공감과 소통이 어떻게 변할지, 그에 따라 사회 전체의 신뢰·연대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관점의 전환도 필수적이다. AI를 단순한 도구로만 규정하던 시기를 넘어서,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주체로 보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는 ‘인간+AI 융합 창작’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출현이 눈에 띈다. AI가 창작의 동반자로 자리잡고, 인간은 기획자와 큐레이터의 역할에 집중한다. 사회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협력의 문화’가 인간 발전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는 ‘인간-기계 협업’에서 창의성과 생산성이 동반 상승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만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정비는 시급한 과제다.

중요한 점은 AI의 확산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제도 전체가 공동으로 배분해야 할 질문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안 모색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국가 차원의 ‘인간적 기술교육’을 필수 과정으로 편성했고, 일본은 공공부문에서 ‘인간 중심의 AI 활용’ 지침을 마련했다. 한국 역시 AI 교육을 윤리, 문학, 철학 등과 결합하여 ‘융합형 인간’을 지향하는 실험적 학교/기관이 극소수이지만 등장하고 있다. 사회가 ‘인간의 인간다움’을 보존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함께 주목할 것은 AI와 관련된 일련의 문화적 논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미디어는 AI 창작물이 예술로 인정받는 문제, AI가 생산한 정보의 신뢰성과 왜곡 문제, 데이터 편향과 개인정보 침해까지 연일 새로운 이슈를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창조성’이라는 오래된 가치가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된다. 아이러니하게도 AI라는 차가운 기술이 인간적인, 더 인간다운, 다시 말해 ‘삶의 의미’에 대한 대화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화계 일각에서는 기대 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리사회는 지금 어떤 인간상을 선택해야 하는가. ‘AI 이후’의 삶을 불안과 기술찬양만으로 응대할 순 없다. 창조성과 윤리, 공감과 의미라는 오래된 질문에 ‘인간 중심성’이라는 답이 유효한지도 다시 묻는다. AI가 밀려드는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읽고 쓰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질문하고 관계 맺으며 책임지는 ‘함께 살아갈 방법’의 탐색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의 진화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사회와 문화, 그리고 우리 각자 일상 속에서 다시 묻는 지금,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이 질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치열하게 탐색할 때에만, 우리는 ‘AI 이후’에도 여전히 인간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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