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분석] 키움 하영민, 삼성전 7이닝 1실점 역투…구종배합·위기관리서 ‘에이스 본색’

키움 히어로즈 하영민이 7월 23일 고척SK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 8탈삼진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5-1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이날 하영민은 최고 149km의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투심까지 다섯 종류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삼성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중요한 건 단순 투구수(101개) 이상의 ‘내용’이었다.

1회부터 직구 위주의 ‘압박’으로 시작했다. 상대 테이블세터 김지찬-이원석을 연속 범타로 잡은 후, 포수 이지영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질적 ‘배터리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유독 주자를 허용한 2, 4, 6회에도 냉정하게 볼배합을 조절, 승부구로 주저 없이 바깥쪽 슬라이더·체인지업을 구사해 삼성 타선의 예리한 예측을 무력화했다.

특히 4회 초, 오재일에게 2루타를 맞으며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하영민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후속 강민호 타석에서 불리한 볼카운트(2B-0S)에도 진한 무게감을 싣고 낮은 커브를 과감하게 집어넣었다. 강민호가 한 박자 늦은 스윙으로 평범한 땅볼. 이후 김현준까지 직구 · 슬라이더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딜리버리와 힘 있는 마운드 장악력. 지난해부터 ‘포스트 코로나’ KBO에 등장한 신세대 좌완답게, 주자가 나가도 흔들림이 없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7회까지 실점은 단 1점. 강민호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으나, 2회와 5회 대량 실점 위기도 불펜의 지원 없이 스스로 틀어막았다. 이날 하영민의 피칭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구종별 위력 차이’가 아닌, 각 구종별 존(Zone) 내 움직임이었다. 직구 평균 구속 146km로 팔꿈치 각도를 좁히며 공 끝에 힘을 실어 초반 타자들의 타이밍을 분산시켰다. 슬라이더 구사율(29%)과 체인지업(16%) 모두 평균치를 넘겼고, 회전수 높은 포심과 느린 구종의 조화로 삼성 타선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한 하영민에게 이날 경기는 터닝포인트가 될 공산이 크다. 신인 시절, ‘단타 허용 후 붕괴’라는 약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는데, 이번 시즌에는 주자 출루 후 위기구간에서 1점대 ERA를 자랑한다. 이는 본인의 멘탈 강화 훈련, 경기 전 구체적 데이터 분석(특히 삼성 타자별 헛스윙존 파악)에서 기인한다는 구단 관계자의 평. 실제로 이날 삼성을 상대로 8개의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는데, 주로 변화구 타이밍이 뒤엉키게 만드는 낮은 커브-슬라이더 콤비네이션(득점권 상황에선 체인지업 활용)이 신의 한 수였다.

경기 후 하영민은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오히려 온 몸이 풀려 마운드에서 긴장감이 덜했다”며 “포수 이지영과 사전 미팅 덕분에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시즌 하영민은 홈-어웨이 격차도 현격히 줄이며 팀 선발진의 확실한 기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팀으로선 김재웅·정찬헌의 잇단 부진과 불펜 난조 속에 하영민의 성장세가 가을야구 진출의 확실한 희망전략임을 방증한다.

야구는 결국 ‘투수 싸움’이라는 격언을 2026 KBO 무대에서 실감하게 한다. 하영민이 보여준 7월 23일의 고척 마운드, 변화구 배합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에이스다운 자신감은 시즌 후반 키움의 돌풍을 이끌 요소다. 이틀 연속 집중타/수비 실책 출혈마저 마침표를 찍게 한 이날 ‘원맨쇼’ 피칭이 전하는 흥분과 승리의 의미는, 단순한 개인 성적 이상의 메시지를 던진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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