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문학상, 문학과 장르의 경계를 묻다
문학상은 한 사회의 예술적 기준을 드러내는 거울이며, 수상 장르 선정은 그 기준의 선명한 드러남이다. 최근 화제가 된 ‘송순문학상’의 시상 장르 논쟁은 그동안 잠재돼 있던 한국 문단의 보수적 관성, 그리고 장르로써 시의 특권성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볼 수 없는 문제다. 해당 기사(https://news.google.com/rss/articles/CBMiaEFVX3lxTE53Z2EwczhZelFRRWpTREU1YlBHR0pWUWFHY2lQMHRoWTFTU2duVDFJd0VNLXY3Q1hGYTlRa0FiZkI5V0dXWDJCODJ6QXhPQ1RzYjlxNDFsNjNraHhlUmE4a29mNE10RkM4?oc=5)에 실린 ‘문학에는 시만 있는가’라는 질문은, 혼탁한 문단 풍경의 본질을 묻는 단순함 속에 오래된 곰팡내를 품는다.
송순문학상은 공식적으로 ‘시 부문’을 주로 대상으로 삼아왔으나, 예년에 이어 올해도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다양한 문학 장르가 제외됐다. 심사위원 선정 기준과 수상작 논란은 문학상에 대한 공신력 논의와 맞물려 더욱 격화됐다. 실제로 뉴스엔, 한겨례, 중앙일보 등 일부 매체에서는 시상 후보작 공모 방향성에 대한 작가들의 피로감, 신인 문학인의 박탈감, 그리고 시 중심주의로 인한 패러다임 고착을 지적했다. 다만 심사위원장 측은 ‘국문학의 본질적 정신을 시에서 찾는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하며, 변화의 필요성에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적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최근 북클럽, 웹소설 플랫폼 등에서 확인한 독서 경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종이책 출간 장르는 소설이 시를 월등히 앞섰고, 구독형 북 서비스 순위에서도 에세이가 급상승하고 있다. 대중은 이미 장르적 다양성을 경험하고 요구하는데, 전통 문학상은 왜 시만 고수하는가? 이에 대해 페이스북과 오픈채팅방에서 실제 작가·평론가들이 오간 대화를 살펴보면, ‘시 그 자체가 응축의 미학이자 한국 지성의 근간’이라는 신념과 동시에, ‘이제 시만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까지 극명히 갈린다.
현재의 문학상 심사 체계는 한국 문단 권력 구조와 맞닿아 있다. 심사위원 대다수가 동시대 대학·문화예술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특정 장르·세대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한편, 타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 아쿠타가와상이나 미국 퓰리처상 등은 장르 구분 없이 소설, 시, 논픽션 등 폭넓은 작품을 포괄한다.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시스템이, 오히려 문학 본연의 다양성과 실험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감독이나 배우의 스타일 분석과 같이, 문학상 심사도 단일 미학이 아닌 다양한 취향과 시대적 미감이 고려돼야 한다. 모든 작품 형식은 시대 반영의 산물이고, 그 메시지는 오히려 다양한 장르에서 더욱 풍부하게 실현된다. 국내 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와 상업 블록버스터가 경쟁하는 것처럼, 시·소설·에세이·논픽션이 함께 경쟁할 계기와 시스템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문학상은 소수만의 잔치로 남을 뿐, 독자와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작품 메시지 해석 차원에서 봐도, 시가 그리는 언어적 농축·추상화의 미학 못지않게, 소설의 서사, 에세이의 자기 고백성, 평론의 분석력은 오늘날 새로운 감수성의 파고를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OTT 콘텐츠의 다채로움과 비교하면, 희한하게도 문학상만이 옛 궤적에 머문다. 이제는 문학이 공론장으로 다시 떠오르려면, 수상 장르부터 다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의 진심이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남는다. “문학은 시만 있는가?” 대답은 자명하다. 아니다. 시대를 읽고 꿈꾸는 다양한 목소리가 치열하게 공존하는 곳이어야 오늘의 문학장은 더욱 빛난다 밉게도, 아름답게도, 혼란스럽게도.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