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갯벌, 국제사회 공동 보전의 첫발…실질협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동북아 생태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황해 갯벌을 지키기 위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유네스코가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선언에 합의했다. 2026년 7월 25일, 서울에서 개최된 ‘황해 갯벌 보전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이 선언은 동아시아 조류 이동로와 서식지, 나아가 지역 경제와 어민의 삶까지 좌우하는 갯벌의 가치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보여줬다. 올해로 람사르 협약 가입 3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입장에선 환경 외교의 이정표인 셈이다.

국내 갯벌 보호 논의는 그동안 환경과 경제, 지역 개발이라는 세 축이 교차하면서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갯벌을 둘러싼 정책은 매립과 관광 개발, 어업 권익 보호, 생물 다양성 회복이라는 각기 다른 이해의 충돌 속에 흔들려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새만금 간척 사업 이후 지속된 ‘갯벌 소멸’ 경고와, 최근 낙동강 하구의 갯벌 파괴 사례 등은 여전히 현장에서는 개발 논리가 우위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역시 황하 하구 개발과 대규모 매립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고, 인근 북한 지역도 최근 어로권 확대와 맞물려 갯벌 훼손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동 선언의 차별점은 단순한 선언적 약속을 넘어, △정보·데이터 교환 △불법 조업 감시 협력 △멸종위기종 보호 공동사업 △연안 도시 네트워크 구축 등 실질 협력을 구체 대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2027년까지 황해 전역에 걸친 모니터링 체계 구축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한국 환경부는 올해부터 국립생태원과 함께 ‘한중 공동 습지 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이 같은 노력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 공유와 현장 조사, 정책 공조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정책 논쟁의 최전선에는 ‘경제’와 ‘생태’의 가치 충돌이 여전하다. 최근 여야 정치권 역시, 갯벌 보전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태도를 보였다. 여당은 ‘실질 어민 소득 증진과 연계되지 않는 일방적 보전’에 우려를 나타냈고, 야당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내세우며 규제와 보전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번 선언문에는 사회적 협의체와 어민 참여 확대, 지역 주민의 생계 대책 등 ‘상생’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환경정책이 지역 경제와 삶의 현장을 외면한 채 일방향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다.

또한 중국 내 매립 확대나 북한의 소극적 태도는 황해 갯벌 보호의 최대 변수다. 한·중 간에는 EEZ 기준, 어로권, 어선 불법조업 단속 문제로 인한 갈등이 만만치 않다. 한편, 유네스코가 ‘동아시아 이동성 조류 네트워크’ 참여를 제안하며 대북 협력 채널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 진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각국의 산업 정책과 해양 경제 전략이 다르고, 주권 문제가 여전히 민감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한·중 간 습지 데이터 공유나 불법조업 방지 협의는 겉돌았다는 비판이 반복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제 공동관리’ 방식이 현실적으로 정교히 이행되려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다자협약, 과학 데이터 공신력 확보, 어민과 지역주민 참여 보장 등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중 생태계 통합 모니터링과 시민-과학자 공동조사 활성화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 정치권의 소모적 갈등과 일방적 규제 드라이브 대신, 이익공유와 투명한 정보 공개, 갈등조정 프로세스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갯벌은 단순한 진흙땅이 아니라, 탄소 흡수와 해양생태계 복원, 지역 커뮤니티 정체성을 모두 품은 한반도·동북아 최대의 자연 자산이다. 한중일 등 인접국이 더 넓고 깊은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선언적 레토릭을 넘어 실질적 제도와 예산, 국제법적 틀로 이어가지 않으면 ‘공동 보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험대에 오른 이번 선언이 황해 갯벌을 미래 세대를 위한 협력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이제는 정책·정치·국제사회의 꾸준한 이행 노력이 실제로 시험대에 선 시점이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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