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의 본질: ‘영포티’와 20대, 권력 재편과 구조적 불평등의 교차점
현대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은 세대 간의 복잡다단한 역학 관계로 점철되어 있으며, 특히 ‘영포티(Young Forties)’ 세대와 현재의 20대 남녀 간의 정치적 마찰은 단순한 연령대별 의견 차이를 넘어선 깊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경닷컴이 ‘영포티’ 세대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현상을 조명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적 대립의 양상을 포착하려는 시도일 뿐,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권력 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파생된 복합적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
20대 남녀가 직면한 현실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나 상대적으로 고도 성장기의 잔재 속에서 사회에 진입했던 ‘영포티’ 세대가 겪었던 청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다. ‘영포티’ 세대는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고난의 시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극복하며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상대적으로 더 넓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의 여파로 인한 자산 시장의 팽창,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 환경은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주택을 마련하고 자산을 축적하는 데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재의 20대는 극심한 저성장 기조, 초경쟁 사회로의 전환, 그리고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서 자산 불평등이 고착화된 환경에 놓여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확대와 불안정한 고용은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심화시킨다. 이는 단순히 소득의 차이를 넘어, 삶의 기회와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이 봉쇄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영포티’ 세대가 누렸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는 현재 20대에게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며, 이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박탈감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또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20대는 정보의 접근 방식과 소통 방식이 이전 세대와 현저히 다르다. 이들은 특정 이념이나 집단에 맹목적으로 경도되기보다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정성’과 ‘정의’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성별 갈등, 차별, 그리고 기회 불균등과 같은 문제는 이들에게 단순히 사회적 담론이 아닌, 자신의 일상과 생존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며 강한 목소리를 내는 동기가 된다. 반면 ‘영포티’ 세대는 기성세대의 집단주의적 가치와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 가치 사이에서 때로는 혼란을 겪거나, 혹은 양쪽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의 시선으로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다 실패하거나,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기성세대의 문제를 지적하다가 스스로 고립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특정 세대의 경험이 보편적 가치로 오인되거나, 혹은 다른 세대의 고유한 경험과 요구가 쉽게 간과되거나 비하되는 현상을 야기하여, 대화와 이해의 통로를 막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정치권은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선거 전략을 위해 갈등을 심화시키고 활용하려는 경향을 종종 보인다. 특정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다른 세대를 비판하거나, 세대 간 대립 구도를 조장하는 정책적 접근은 당장의 정치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영포티’ 세대가 기성 정치 세력의 일부로 편입되면서, 20대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정치적 소외감을 더욱 크게 느낀다. 이는 단순히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현행 정치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 특히 젊은 세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고정관념과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은 20대의 정치 참여 의지를 꺾고, 무관심이나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정치적 효능감의 저하는 세대 간 간극을 더욱 깊게 만들고, 이는 다시 포퓰리즘적 접근을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20대 남녀와 ‘영포티’ 세대 간의 ‘기묘한 삼각관계’로 명명된 현상은 단순히 특정 세대의 내재적 성향이나 감정적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거시적인 구조적 문제, 즉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각 세대가 처한 불균형적인 구조적 위치와 그들이 직면한 생존 조건의 차이에서 파생된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과도한 경쟁 시스템, 극심한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심화, 그리고 노후화된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배경 위에서, 세대 간의 인식과 이해관계는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을 단순히 ‘세대 전쟁’이라는 피상적인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그 근본 원인인 구조적 결함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증상만을 보고 병의 원인을 간과하는 것과 같다. 표면적인 세대 간 갈등의 이면에 자리한 사회 시스템적 문제, 즉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교육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불평등한 자원 배분이라는 구조적 요소를 직시해야만, 비로소 이 복잡한 현상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심층적 분석은 표면적 갈등을 넘어선 권력 배분, 자원 접근성, 그리고 사회적 가치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겪는 세대 간의 정치적 마찰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불평이나 기성세대의 아집, 혹은 특정 세대의 도덕적 해이로 설명될 수 없다. 이는 시스템 자체가 내포한 한계와 불균형이 특정 세대에게 집중적으로 전가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경고음이다. 이 경고음에 대한 냉정하고도 집중적인 해석, 그리고 그에 기반한 구조적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개인의 태도 변화나 세대 간의 소통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구조와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을 통해 각 세대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주거 안정성 확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교육 시스템 개혁, 그리고 보다 공정한 자산 분배 시스템 구축 없이는, ‘영포티’ 세대전쟁으로 불리는 현상은 단순히 막연한 갈등으로 치부되거나, 혹은 또 다른 세대,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 것이다. 이는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균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본 사태를 단순한 세대론적 관점을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탐사보도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유상민 (sangmin.yoo@koreanews9.com)
